‘장마’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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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
2006-06-28 16:50
부산--(뉴스와이어)--장마의 어원

APEC 기후센터 사무총장 박정규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매년 양상은 다르지만 올 여름 장마는 우려했던 집중호우에 의한 수해보다 집단 식중독이라는 보건문제로 시작이 되었다.

장마는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규모가 가장 크고 규칙적인 기상현상인 몬순의 일부이다. 몬순은 대륙과 해양의 열적 특성 차이에 의해 발생하며, 겨울에 북서풍에서 여름에 남동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특징이 있다. 남동풍은 단순히 풍향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동풍은 열대지역의 많은 수증기를 몰고 와서 불과 며칠 사이에 고온 다습한 날씨 형태로 변화시키고 때로는 많은 비를 동반한다. 이러한 현상은 동아시아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는 장마, 중국은 메이유(梅雨),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라 부른다.

메이유(梅雨)라는 표현은 중국 한(漢)나라 시대 (206B.C.-220A.D.)에 황메이유(黃梅雨) 라는 기록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황(黃)은 노랗다는 의미이고, 메이(梅)는 매실, 유(雨)는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 양자강 상류지역에서 매실이 노랗게 익어갈 무렵 내리는 비를 뜻한다. 중국과 일본은 발음이 다를 뿐 같은 한자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시대와 지방에 따라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다. 메이유(霉雨)는 발음은 같지만 여기서 메이(霉)는 곰팡이를 의미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비와 많은 습기 때문에 곰팡이와 세균성 질환들이 창궐한다는 의미가 더 피부에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메이유’라는 생활용어는 현재까지도 중국인들에게는 동음이의(同音異義)로서 비와 곰팡이를 함께 연상케 한다. 여름철 우기 동안 생활에 피해나 불편을 초래하는 공포의 대상은 수해뿐만 아니라 식중독과 수인성 질병들이었을 것이다. 그 넓은 지역과 인구를 감안할 때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메이유’ 라는 친숙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국민 각자가 여름철 비와 곰팡이에 의한 피해에 항상 대비할 수 있도록 한 중국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도 매우(梅雨)라는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발음은 달라도 같은 의미와 어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마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무슨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어 일부 학자들 간에도 장마의 어원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

조선시대 각종문헌에서도 장마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찾기는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흙비를 의미하는 림우(霖雨) 또는 음우(淫雨, 陰雨) 등의 다양한 표현이 자주 나와 여름철 우기에 장마에 의한 피해가 국가적 걱정거리로 얼마나 심각했나를 알 수 있다. 한편 한문교습에 사용되었던 훈몽자회(訓蒙字會)나 신증유합(新增類合) 등에서 ‘댱마 림(霖)’ 이라는 주석으로 미루어 보아 ‘댱맣’에서 차츰 ‘장마’로 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댱(長)’은 길다는 뜻이고 ‘맣’는 물의 옛말로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름철 우기에 곰팡이가 극성을 부려 옷과 가구에 머리카락이 자라듯 뒤덮어 이를 장마오(長毛)라 하는데 중국학자들은 이 장마오(長毛)와 ‘장마‘의 발음상 유사성을 들어 장마에도 곰팡이의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장마의 어원은 정확한 기록에 의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연구의 대상이나 순우리말로 보자면 ‘긴 비’라 할 수 있으며 수해를 많이 겪은 우리로서 장마는 비를 먼저 연상케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곰팡이의 의미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냉장보관시설이 발달했다고 하나 음식물 처리나 유통과정에서 자연에 노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 한두 사람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국민 모두의 의식 속에 생활의 지혜가 깊이 자리 잡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되며 이를 위한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수해나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 설사나 복통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위생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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