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은 사장된 역사를 구술하고 모국의 발전상을 체험하는 ‘유공동포 모국방문 초청행사’가 CIS 지역 동포 유공인사들 27명이 참가한 가운데 5일 저녁 서울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개막된다고 발표했다.
‘유공동포 모국방문 초청사업’은 재외동포재단이 잃어버린 근대사 사료 채취, 이민 역사성 부각, 한민족의 위상 강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사업으로 지금까지 8년 동안 총 35개국서 216명이 참여했다.
재단은 북한 출신이 많아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이 유달리 강한 고려인 동포들의 특성을 감안, 올해는 서울 외에 금강산에서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을 성향별로 보면 독립유공자 후손이 6명, 강제징용자 후손이 5명이다.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우즈베키스탄(9명), 카자흐스탄(4명), 키르키즈스탄(2명), 우크라이나(2명) 순이다.
이들 유공동포들은 7일 동안 국립현충원, 청와대, 국사편찬위원회 방문에 이어 금강산 관광에 나선다. 관광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와 삼성전자 등 산업체를 둘러보고 종합적인 소감 발표회 가진 뒤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특히 국사편찬위원회를 방문하는 6일 자신이 겪은 격동기의 개인적 이민사를 구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구술 내용은 앞으로 구한말 이후 어지러웠던 20세기의 한민족 근대사의 일부를 복원하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광규 이사장은 “유공동포들은 살아있는 한민족의 근대사”라면서 “이들에게 번영한 모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모국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이번에 초청되는 인물 중 특기할 만한 사람은 독립운동가 정갑이씨의 손자 정태식(74). 그는 1944년 부친이 일하던 사할린에서 부친과 형님(정성태)씨와 헤어져 이산가족이 된 뒤 사할린 조선학교 교장을 거치면서 계몽사업을 펼친 인물이다.
그는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구에서 살고 있는 형님 정성태씨와 5일쯤 상봉할 예정이다. 형님과의 상봉은 1991년에 이어 15년 만에 처음이다.
필란스카야 엘레나(46·여)와 김 예브게니이(65)씨는 각각 일제 때 연해주를 근거지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 김경천씨의 손녀와 손자다. 필란스카야씨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소아과 의사로, 김씨는 카자흐스탄의 위생보건국 의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김경천씨가 1919년부터 만주와 연해주 등에서 벌였던 항일운동과 42년 시베리아의 아르한겔스크 인근의 한 수용소에서 사망하기까지의 파란 많은 항일운동과 강제이주의 이면을 증언해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온 림태환(70)씨는 사할린 이중징용에 희생된 림능소의 아들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악랄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생생하게 말해 줄 증인이다. 일제는 세 가족을 데리고 아버지 림능소가 징용당한 사할린으로 온 어머니와 가족들을 다시 남겨 둔 채 아버지를 도쿄 부근 탄광으로 재징용했다. 림씨는 평생을 이산의 슬픔 속에 살도록 한 이 같은 일제의 만행을 가감 없이 구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방문단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건축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아 타지키스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고려인의 동포사회 정착지원에도 많은 노력을 한 사람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강 레오니드(64)씨.
71년 타지키스탄 공예전문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두쌴베기브로고르라는 설계대학교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건축설계로 이름을 날린 그는 두쌴베에 있는 한 거리에도 이름을 붙이기로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81년 건축협회장에 이어 타지키스탄 연방국 건축부 차관까지 지냈다. 현재는 러시아 건축자 연합회원으로 고려인 관련 각종 건축의 무료설계를 맡아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2007년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당시 고려인의 처절함을 체험한 산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의 유공동포초청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독립유공자나 동포사회 기여자들은 해외 공관의 추천을 받아 재단 내부의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
재외동포재단 개요
전세계 670만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거주국 내에서 그 사회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외교통상부 산하 비영리 공공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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