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들은 종전의 1~3급 계급 대신 하는 일의 곤란도와 책임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처우와 보수를 받게 된다. 고위공무원단의 모든 직위를 가~마의 5단계로 나누어 연봉을 차등하는 ‘직무등급’이 새로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조창현)는 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및 개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 부처 국장급 이상 1,240개 직위에 대한 직무등급을 최종 확정, 부처별 배정작업을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직무등급 배정은 해당 직위 재직자가 직접 작성한 직무기술서를 기초로 민간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이루어졌으며, 총 1,240개 직위 가운데 중간 그룹인 다·라 등급이 52.8%로 가장 많았고, 상위 그룹인 가·나 등급은 15.7%, 최하위 마 등급은 31.5%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1급 직위 중 일부가 최하 마등급에 배정되는가 하면 3급 초임국장 직위 중 일부가 다등급에 포진하는 등 계급파괴 내지 역전현상도 두드러졌다. 종전 1급 자리의 경우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체로 가·나등급에 배정되었으나, 13%에 해당하는 28개 직위는 다등급 이하의 직위로 조정됐다. 종전 2급 자리의 경우 다등급(45%)과 라등급(30%)에 많이 분포했으나 최하위 마등급에 배정된 직위도 25%나 달했다. 또한 종전 3급 자리도 대체로 마등급이 많았지만 다·라등급에도 32%나 배정됐다.

제도 전환에 따른 ‘직무등급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전체 직위의 56.3%를 하위 등급인 라·마등급에 배정한 것도 이번 직무등급 배정의 큰 특징이다.

가등급의 경우 대체로 각 부처 본부의 정책실장이 포함되었고, 나등급에는 실장급 소속기관장이 주로 배정되었다. 이밖에 다등급에는 본부 정책국장, 라등급에는 국장급 소속기관장과 일부 소속기관 국·부장, 마등급에는 심의관과 소속기관 국·부장 및 파견 직위가 주로 많았다. 전반적으로는 정부 조직상의 직책단계가 높을수록 관리능력이나 책임도, 직무의 영향력 면에서 평가점수가 높아 직무등급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기할만한 점은 과학기술·연구 직위가 행정직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무등급에 주로 포진했다는 것. 연구업무의 전문성과 창의성, 과학기술 연구 성과의 경제적 가치 등이 직무분석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부처나 분야에서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정책직위가 일선 행정현장에서 수립된 정책을 집행하는 직위에 비해 사고의 복잡성, 직무의 영향력 등이 큰 것으로 평가돼 직무등급이 높았다. 예컨대 동일기관 내에서는 본부의 정책국장이 소속 집행기관보다 높은 직무등급을 부여받았다.

직무등급의 시행으로 중앙부처 국장급이상 공무원은 앞으로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더 어렵고 책임이 무거운’ 직무를 수행할수록 더 높은 보수를 받게 된다. 예컨대 가 등급 자리에 보직된 자는 직무급을 연간 1,200만원(월 100만원), 나 등급은 960만원(월 80만원), 다 등급은 720만원(월 60만원), 라 등급은 480만원(월 40만원), 마 등급은 240만원(월 20만원)을 각각 받는다. 업무성적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급과는 별도로 순전히 수행하는 직무에 따라 연간 최대 960만원의 보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즉, “동일 직무, 동일 보수(Equal pay for equal work)"의 원칙에 따라 동일한 난이도의 직무를 수행하면 같은 보수를, 난이도가 다른 직무를 수행하면 서로 다른 보수를 지급하는 합리적 보상체계가 마련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어려운 일을 하는 직위에 재직하는 공무원에게 더 큰 동기부여 효과가 생길 뿐만 아니라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승진에 대한 집착보다는 더 높은 등급의 직위를 담당하기 위해 직무관련 능력과 전문성을 키우도록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종전과 달리 ‘각 직위별로 맞는 계급을 소유한 공무원’이 아닌 ‘직무수행요건에 따른 적임자’를 선발할 수 있게 되어 적재적소 인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직무수행요건의 사전설정, 직위공모제 활성화 등으로 인사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인사운영의 투명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직무등급은 과거 계급 개념과 달리 일의 난이도에 따른 보상 기준, 혹은 보수등급”이라며 “앞으로는 과거 3급 자리에 있던 공무원도 얼마든지 종전 1급 자리였던 정책홍보관리실장으로 임용받을 수 있게 돼 신분적 장벽이 완전히 철폐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인사위는 이번 직무등급 배정을 위해 2003년부터 정부 부처 실·국장급 직위에 대하여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직무분석을 실시해왔다. 민간컨설팅기관과 합동으로 직무평가위원회를 구성, 민간전문가의 시각을 적극 반영했고 직무분석자문단 회의 및 민간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직무등급 설정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무평가의 기준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헤이기법(Hay Method)을 한국정부에 맞게 보완하여 적용했다. 헤이기법은 직무수행을 ‘투입-과정-산출'의 3단계로 구분해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법으로, IBRD, IMF 등 국제기구를 비롯해 뉴질랜드·멕시코·홍콩정부, 뉴욕·시카고 주정부 등 세계 각국 정부나 민간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직무등급제 시행이 50여년간 이어져 온 신분적 계급 중심의 공무원 인사제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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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분석과 담당사무관 진선주 02-751-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