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흥시장 금융위기 가능성 있나’

서울--(뉴스와이어)--선진국들의 잇따른 금융긴축정책과 함께 신흥시장 증시가 지난 5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규모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인도, 러시아 등거대 신흥시장의 증시까지 조정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평균주가지수는 금년 4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반전, 6월 말 현재 주가는 4월에 비해 7% 넘게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의 미국 다우지수가 2% 정도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금리인상과 주가 하락으로 인해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터키 등의 일부 신흥국들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통화위기 때와 같이 외국인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유동성 위기를 수반한 금융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각 신흥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구조로 변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도 유치하면서 외환보유고를 크게 늘려왔다. 신흥국들은 고성장과 함께 리스크 대응 능력을 강화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국제금융시장 환경은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급등한 신흥국 증시가 급락

사실 신흥시장에 대한 가산 금리는 최근의 주가 하락세로 다소 상승하고는 있으나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신흥국들이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정착하여 외환보유고도 늘려, 신용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BRICs의 외환보유고의 경우 지난 3월에 1조2,922억 달러에 달해 선진 7개국의 합계치를 능가하였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흑자가 늘어나기 쉬운 상황인 것이다.

또한 최근 신흥국의 주가 급락세를 보면 빠른 상승세를 보여 왔던 국가의 주가지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BRICs의 경우, 그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인도, 러시아, 브라질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데 반해 상승 폭이 적었던 중국 증시는 건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락한 터키 주가의 경우, 금년 2월 기준으로 1998년 1월에 비해 1,2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최근 수년간 증시가 부진했던 말레이시아 증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6월말 현재 BRICs의 주가지수는 전년 동기비로 50%를 넘는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미국 다우 지수의 상승률이 8.5% 정도에 머물고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가로서는 BRICs의 주식 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신흥시장의 최근 주가 하락세는 그동안의 빠른 상승세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집중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주가의 조정은 신흥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최근의 주가조정에도 불구하고 BRICs를 비롯한 대부분 신흥국가들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의 주가 급락은 전체적으로보면 아직 한정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것이 신흥시장 금융위기의 출발점이 될 만큼의 충격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동성 충격 가능성 낮아

그러나 만약 선진국들의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된다면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도 점차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금리인상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들이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경우 투자 및 소비가 둔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국제금리의 향방이 앞으로의 변수가 될 것이다. 신흥국의 주가 상승세가 고성장과 함께 자원을 비롯한 수출의 확대, 경상수지의 흑자구조 정착 등 근거있는 것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선진국의 금융완화에 힘입은 글로벌 과잉 유동성에 뒷받침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선진국의 인플레 및 국제금리 상승 리스크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금융 긴축 정책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의 기초가 될 OutputGap(실제성장 - 잠재성장)은 2006, 2007년에도 소폭의 마이너스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의 이러한 Output Gap이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국제금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오른 상태이며, 추가적인 금리 급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흥국들의 유동성은 낮은 국제금리에만 의존해 왔던 것은 아니다.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면서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신용도를 높임으로써 국제유동성을 확보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국제유동성의 주된 공급원이 되어왔던 것이다.

이러한 신흥시장의 자금 흐름을 고려하면 국제금리의 상승과 더불어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경기의 급락이신흥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경기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연간 3%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며, EU나 일본경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서 선진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진권 경기를 감안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신흥국의 흑자를 기초로 한 글로벌 자금 흐름, 월드 달러공급시스템에는 당분간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6년에 증가세가 둔화돼 2007년에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연간 5,000억 달러를 넘는 막대한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신흥국이 축적한 대외수지 흑자를 외환보유고로서 운영하면서 미국에 투자하여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NICs나 BRICs, 산유국의 일부 국가는지나치게 누적된 외환보유고를 미국 이외의국가 자산으로 분산투자하기 시작했지만 신흥국 전체적으로는 대미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ICs, BRICs에 이어 차세대신흥국도 잇따라 경제발전 단계로 진입하면서 신용도를 제고하여 성장 엔진으로서의 투자를유치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패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막대한 대외수지 적자,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는 큰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의 유동성 공급과 함께 고성장 신흥국이 계속 늘어나고 이들이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면서 미국으로 자본을 환류(還流) 시키는 패턴에 힘입어서 달러화 급락을 수반한 미국 발 국제금융 불안은 당분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달러화의 급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 자체는 위험기피를 위해 신흥시장의 각종 자산에 대한 투자가의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일부 취약 국가에 대한 경계 필요

이상과 같이 신흥시장의 주가 하락 조정이 어느 정도 계속되더라도 BRICs 등 주요 신흥국에서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불안한 국가에 대해서는 공격적인투기 압력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국제금리의 상승은 국제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한편 투자가들의 리스크 민감도를 높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여건을 가진 국가에 대한 투자가들의 기피 성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가를 보기 위해서는 과거 국제금융 불안의 특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의 중남미 금융위기 등을 보면 경상수지 적자의 GDP 비중이 큰 국가, 외채 규모가 큰 국가, 통화가치가 과대평가된 국가, 재정적자가 극심한 국가 등이 위기에 봉착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크고 경제의 기초적인 조건이 열악한 데다 외채 부담이 큰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아시아 통화위기의 경우 재정수지나 물가 등이 건전하고 전체 외채가 GDP에 차지하는 비중도 억제되어 왔던 국가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하였다. 외채의 전체 규모보다도 단기 외채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이 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순식간에 외환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이 결과 외채 위기 가능성을평가하는 기준으로서 외환보유액에 대한 단기외채 비중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하게 되었다. 단기외채 비중이 1보다 클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일반적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BRICs의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중을보면 브라질이 0.5, 러시아 0.3, 인도 0.06, 중국0.19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타 국가 중에서도 1을 넘는 국가는 과테말라, 짐바브에, 수단, 라트비아, 벨로루시, 미얀마, 에스토니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불안을 겪고 있는터키나 헝가리의 경우도 단기외채 비중이 1 이하의 매우 낮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단기 외채비중과 함께 외환보유고가 3개월의 수입금액보다 적은지(외환보유고/1개월의 수입액 < 3)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지표와 경상수지의 GDP 비중이 103개 신흥국의 단순평균치인 -3% 이하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를 추정할 수가 있다.

세 가지의 외환위기 가능성 기준을 모두 충적하는 국가는 벨로루시, 도미니카 공화국, 에스토니아, 과테말라, 짐바브웨의 5개국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기준 항목별로 점수를 계산하여 평균한 결과를 보면 주요 신흥시장 중에서 평균점 이하에 그친 국가로는 방글라데시, 헝가리, 베트남 등 총 13개국을 들 수 있다. 이를 보면 BRICs 이외의 중규모 신흥시장에서 다소의 불안정성을 관찰할 수 있으나 커다란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결국, 주가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신흥국들이 전반적인 금융 불안에 휩싸일 위험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가들의 신흥시장투자리스크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각국의 경제 여건과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신흥시장의 옥석을 가리는 자세가 요구된다....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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