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출판계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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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출판문화협회
2006-07-06 17:04
서울--(뉴스와이어)--지적재산권에 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선언한 후, 협상의 근본 성격과 그것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를 둘러싸고 사회적 우려와 반대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이같은 우려와 반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를 위한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근본적으로 경제 통합, 사회문화 통합을 일방적 힘의 논리로 강제하는 ‘경제통합협정’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와 사회에는 자기 나름의 사회 문화적 질서가 있다. 그런데 한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질서가 무역 자유화란 이름으로 일방적 자본의 논리에 의해 획일적으로 강제될 땐, 이는 한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물론, 문화적 정체성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여러 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현재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진행과정 및 협상 의제도 무엇 하나 제대로 공개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쿼터 문제, 수입차의 배기가스 기준 완화 등을 미국이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걸었고, 이를 한국 측이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이번 협상의 절차와 진행 과정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또한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관련해 가장 강조해온 것은 경제 파급효과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수출증가와 성장, 생산,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의 여타 부문과의 선순환 구조, 다시 말해 수출이 생산을 증가시키고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를 유인”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주장을 하며 제시한 몇몇 자료들은 급조된 것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히려 사실상 가장 체계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경제효과 보고서라 할 미국제무역위(USITC) 보고서는, 협정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 적자국에서 흑자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발표 보고서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대미 무역수지 감소폭이 72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됐는데, KIEP의 공식보고서는 이런 사실이 누락”된 채 발표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신자유주의를 강화시켜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무엇보다도 무역자유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주요 협상 의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고 법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 사회가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방식에 맞게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지, 무역거래의 전제 조건이거나 협상의 대상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적인 저작권 조약인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협정(TRIPs)의 보호규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저작권 모범 국가이다. 현재의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 협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한 창작의 장려와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서의 저작물의 공공성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틀로 만들어낸 국제적 규약이고 약속이다.

이런 국제적 규범을 충분히 존중하는 한, 각 개별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장려 조치는 그 사회의 발달 정도와 문화적 토양에 맞게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이런 문화적 토양과 한 사회의 사회 문제적 제도와 규범마저 모든 것을 일방적인 자본의 논리로 환치시키고 강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적재산권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0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무역수지는 54억 달러 흑자인 반면 서비스 수지는 82억 달러 적자였고, 그 중 약 30억 달러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였다. 세계은행은 지적재산권을 미국 기준으로 강화했을 때 가장 피해가 큰 나라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연간 약 153억 달러 적자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의 상품 수출을 추가로 이루어야 하는데, 상품 수출액 가운데는 7, 80% 이상의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지적재산권에는 아무런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500억 달러 이상의 상품 수출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지적재산권으로부터 야기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처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을 중심의제로 설정해 밀어붙이는 것은, 소위 디즈니 사를 비롯한 미국 자본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도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받고 있는 ‘소노보노법’을 한국에 관철시켜 자국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미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려는 목적은, 소수의 미국 문화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독점적 문화 상품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의 회수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런 몇몇 초국적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한 사회의 문화정책이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몇 가지 예외적인 저작물의 보호를 위하여 대부분의 저작물에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창작자에게도 문화 수용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며 결국 한 사회의 문화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의 지적 재산권 협상은 우리 출판계로서는 받아들일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국제 조약에서 정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해당국가의 법 정책 판단에 따라야 할 문제이지 무역 거래의 조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출판계는 지난 1995년 국제적 수준의 저작권 소급보호를 위해 한 해 수백 억 원의 로열티 추가부담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작비용이 평균 7% 이상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보호기간 소급보호 시점을 미국 측의 의도대로 연장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학술서적의 출판은 고사상태에 직면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학문 및 출판문화의 발전이 없이 산업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문화에 대한 것이고, 한 사회의 발달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선택일 때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강요하는 자가 누구이든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적 주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 출판계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주장한다.

1. 지적재산권에 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하라.

- 대한민국은 세계가 요구하는 표준 계약을 이미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개별 국가와의 협상은 국제협약을 무시하는 처사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2. 정부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3. 지적재산권은 문화적 주권의 문제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국제 규범을 넘어서는 강요행위를 중단하라.

4. 저작권 보호기간은 현행대로 50년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 국제조약에서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저작권 역사 및 특수성을 고려하여 저작권 보호기간은 현행 50년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200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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