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씨 시사랑 신인문학상 당선... 촉촉한 샘물빛 시간에 대한 그리움

뉴스 제공
창조문학신문사
2006-07-14 09:45
서울--(뉴스와이어)--2006년 7월 14일 도서출판 시사랑(대표 : 박인과)에서 시사랑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자와 당선작을 발표했다.

도서출판 시사랑(http://www.duineserelegien.com/write.htm)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작품력으로만 신인들을 문단에 데뷔시키기 위해서 시사랑 신인문학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신인문학상 공모'는 “모든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로 돌아가는 사회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작품이 있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국 문단에 데뷔를 못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시켜 이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사랑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자(발표 : http://www.sisarang.co.kr)는 진용 씨로서 ‘길’ 외 2편이 선정되었으며 당선작 '길' 외 2편과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진용(한양대 건축공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시 관악구)


길은 길이다

새로 난 길도
비좁은 길도

뒹굴다 번쩍거리던 시간들이
넘어지다 옷깃 스치던 추억들이
술독에 빠진
황혼의 그림자처럼 흔들릴지라도

길이 아닌 길도 길이고
길이 없는 길도 길이다

6차선 도로로 굽이치다 급기야
8차선 도로로 폭우로 쏟아진다 자꾸만
낮아지는 생리로 쏟아진다, 아우성치며
턱 높은 내 단 칸 방 언덕길도
서울의 가로등 아슴히 떠있는
내 영혼의 후미진 빗길이다

흩어지면 모이는 길
모이면 또다시 흩어져야 할 길
가고 오는 너와 나의 가슴앓이로
안개 자욱한 밤에
꺾여지고 쓰러지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길은 역시 길이다

서로 제 살 부비며 산고의 통증으로
찢어지고 찢어져야 하는 차가운 거리
내 푸른 삶의 심장에
길만이 가득하다

..................................................



바람의 외출

진용(한양대 건축공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시 관악구)


바람 잘 날 없다고 말하지마
비겁해… 그러나
우리의 노래는 너무 아름답지

슬픔이 반 쯤 찢겨진 문풍지 사이로
젖어드는 빗방울들 당겨드는
황혼의 거미줄 위로
그 잘난 환희의 웃음 터지는 소리로
귓바퀴에 엉켜들다간 사라지지
한 바다로 사그라져가는 물방울들 아래로,
아래로 또 침묵의 돌멩이들 되어 침몰하지

돌아봐줘, 서울 하늘의 한 쪽
사랑해줘, 진한 그리움 한 쪽

세상이 너를 잊을지라도
하늘이 너를 삼킬지라도
너와 나의 꿈꾸는 포도원
풀벌레 소리 가득한 끈적거림으로
심심한 블랙홀로 빠져드는 사랑노래로
아직도 3차원의 우주는
끌리며 서로 당기며 공전하지
그러면서 홀로 된 그리움의 꽃바구니들
씨부렁거리며 후회하지

그러나 기억해… 물이 오른 버드나무들
사이사이로
새파란 갈참나무 이파리들 잎맥 사이로
우리의 추억은 항상 하늘 구름으로
녹아드는 비취 호수의 수면으로
박혀있는 산골짜기 달개비꽃 핀 언덕으로
그렁저렁 넘나들지

.................................................



나는,

진용(한양대 건축공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시 관악구)


짤렸어, 나는
가슴 푸르게
인생의 쓴 잔을 넘치는 눈물처럼
질펀하게 넘쳤어
나는,

시퍼런 칼날 위로 서는 아픔
살며시 건드려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해"
새파랗게 회오리치는 시간의 궁전으로
그 그리움의 장송곡을 들은 뒤
새 삶은 나자빠지며 사망의 껍질 같은
새빨간 부활을 꿈꾸지


<심사평>

많은 작품들이 밀려들어와 당선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시사랑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진용 씨는 오랫동안 습작해왔고 그의 문체는 나름대로 튼튼한 시적 개성을 창조하고 있었다.

진용 씨의 많은 작품들은 무소유의 열띤 소망의 언저리로 방황하는 자신의 자화상을 보며 질기고 질긴 필력으로 자신의 혼령을 가다듬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시심은 생동하는 추억의 먼 들판을 거닐고 있다. 혹은 샘물처럼 솟는 먼 미래의 그녀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그의 그녀(?)에 대한 추구가 그의 성공의 시나리오이든 이데올로기의 어설프고 광기 어린 순간순간의 아쉬움이든 관계가 없다. 단지 그가 희망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아픔이 아니라 현재를 건너 과거를 건너 날개 달고 떠나버린 미래의 촉촉한 샘물빛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길이 아닌 길도 길이고 / 길이 없는 길도 길이다”라며 고독한 심상으로 젖어드는 그의 고백은 우리의 불확실한 현주소에 대한 애정 어린 희망의 전주곡이다. 그래서 진용의 탈진된 시어들의 꿈틀거림이 “술독에 빠져”서도 붙잡고 싶은 그녀에 대한 환상이다. 그것은 바로 그의 표현 그대로 “서로 제 살 부비며 산고의 통증으로 / 찢어지고 찢어져야 하는 차가운 거리 / 내 푸른 삶의 심장에 / 길만이 가득”한 어떤 것이다.

그의 시어들이 비록 회한의 골목길 방 한 칸의 고독처럼 피어날지라도 "돌아봐줘, 서울의 하늘 한 쪽 / 사랑해줘, 진한 그리움 한 쪽"의 순백하고 진실한 고백에서 표출되듯이 그의 작품들은 대다수가 그의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세월의 가슴에 멍든 시간의 아픔들이 아물 때쯤이면 그 고통이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그의 절망 속 그리움과 미래의 성숙된 시간은 "녹아드는 비취 호수의 수면으로 / 박혀있는 산골짜기 달개비꽃 핀 언덕으로 / 그렁저렁 넘나"든다. "시퍼런 칼날 위로 / 서는 아픔"으로 "나자빠지며 사망의 껍질 같은 / 새빨간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

그의 시가 그렇도록 절망과 고통으로 꿈틀거리는 길의 영상으로 잡히지만, 그것은 "해바라기 씨앗처럼 여무는 소망에 대한 의지의 씨부렁거림"으로 일어서는 푸른 들판의 쓸쓸한 회오리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그의 "바람의 외출"은 시리고 아린 가슴을 푸르게 채우는 “부활의 새빨간” 씨앗이 싹 트는 최첨단 인내력으로 씨부렁거리며 버틴다.

그만큼 그의 시는 저력이 있어 보인다. 약간의 오기 어린 치기가 오히려 진솔한 삶의 한 쪽을 소박하게 그려내고 있어 자못 흥미롭다. 그의 오랜 글과의 사투, 그것은 어느 날 두 바위 사이에 끼인 달(月)의 비명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그는 알 수 없는 몸부림으로 깨어나고 있다. 대성할 것이라 믿는다.

<시사랑 심사위원 : 최우용 시인, 전홍미 시인, 고용길 시인, 안재동 평론가, 김헌일 소설가, 이진석 시인, 임숙현 시인, 우아지 시조시인, 박인과 평론가>



<프로필 및 당선소감>

진용(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시 관악구)


프로필

한양대 건축공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관인 신아외국어학원장 등 학원 다수 운영
한국외국어교육협의회 특별위원장
도서출판 ‘말과글’ 대표
매일경제신문 등에 다수 연재
경찰, 소방, 서울시 각처 국가공무원 연수 교수
민정당 중앙당 중앙상무위원
민자당 중앙당 상무위원
한나라당 중앙당 중앙위 상무위원
한나라당 정책위 교육정책자문위원(현재)
한사랑 중앙회 의장(현재)
THE CULTIVATER FOR THE SENSE OF AMERICAN ENGLISH 외 저서 다수




당선소감

나의 동공이 멈추는 곳은 언제나 늘 푸르게, 푸르게 거센 물줄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도무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두 틀니 빠진 듯한 명제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해야 했던 기억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시간은 나를 남겨두고 자꾸만, 자꾸만 그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슬픈 편린의 그림자들을 쓸어 모아 보았다. 혹여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쓰레기처럼 구박 받게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도전하는 자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이 구도의 끝이 어디인지 몰라도 그래도 가야할, 끝까지 가야할 사명감으로 오늘 하루도 가출한 쓸쓸함으로 말들을 토하며 거지같은 피곤으로 견딘다.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창조문학신문사 개요
창조문학신문사는 한민족의 문화예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배출하며 시조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sisarang.kr

연락처

시사랑, 010-2275-8833,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