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10일부터 닷새간 한미 FTA 2차 협상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은 미국의 공세적인 요구에 밀려 한국 정부가 많은 부분을 미국에 유리하게 합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2차 협상은 분야별로 구체적인 양허안이 논의될 것이 예상돼 각계의 우려가 높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미 FTA 협상의 허구성을 알려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2차 협상기간 동안에도 협상장인 신라호텔을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일인시위와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 체결에 대한 국민 여론도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4일 KBS 1라디오가 뉴스전문채널 3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한국의 손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이익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27.4%에 그쳤다. 젊은 층일수록(20대 56.8%, 30대 57.7%)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으며 농업, 임업, 어업 종사자는 64.8%가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응답자의 90.5%는 ‘내년 6월로 정한 협상시한을 넘기더라도 충분히 검토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답해, 시한에 맞춰 서둘러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또한 응답자의 79.9%는 ‘한미 FTA 1차 협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MBC 라디오가 10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한미 FTA 체결 반대’가 45.4%, ‘찬성’이 42.6%였으며, ‘협상과정에서 국익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54.3%로 나타났다. 또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사전 준비를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73%, ‘협상 초안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76.3%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40억원에 가까운 홍보비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한미 FTA 체결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설득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1차 협상 이전부터 정부의 나팔수를 자임하며 무조건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수구·보수신문들은 다수의 국민 여론이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고, 90% 이상이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체결 반대운동을 ‘친노세력들의 반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폄하하고, 12일에 있을 ‘한미 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가 ‘폭력시위’가 될 것인 양 몰아갔다.

또 한미 FTA은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홍보를 잘 못해서 국민 여론이 돌아서고 있다고 질책했다.

동아일보는 10일 사설 <정부 의지 시험하는 한미 FTA 반대 ‘총궐기’>에서 이번 협상이 “격렬한 반대시위와 총파업이 예고된 서울에서 열린다”며 한미 FTA 반대 운동이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기 때문에 “협상의 장래가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각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서울협상에 대비한 반면 한국은 “극렬한 반대세력 때문에 두 차례의 공청회마저 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협상기간 동안 벌어질 한미 FTA 반대 시위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에 선봉에 섰던 ‘죽봉세력’도 참가할 것”이라며 ‘폭력성’을 부각하는 한편 “이 나라의 반미 좌파세력이 FTA 협상을 계기로 총궐기하겠다는 양상”이라고 매도했다. 사설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FTA를 통한 미국시장 개척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폭력 시위와 불법 총파업으로 협상이 깨진다면 ‘세계화 반대국가 이미지’만 널리 선전하는 꼴”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친노세력이라고 불리웠던 사람들이 한미 FTA 반대 운동에 선봉에 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10일 <정권 친위세력이 FTA 반대에 앞장서니>라는 사설에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과 맞붙어 우리 정부가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반 FTA 세력이 곳곳에서 봉기해 협상이 제대로 굴러갈지조차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반대세력이 노동단체들만이 아니라 “협상을 주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이 정권 내부와 외곽의 친위세력이 합세해 정부의 협상팀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정권의 내부와 외곽의 친위세력’으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 정권의 좌파적 이념과 역사관 홍보엔 그렇게 열심히던 방송과 친여매체들을 열거했다. 사설은 “이 정부가 뭘 믿고 FTA 협상에 나섰던 것인지, 또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 이렇게 아무런 정지작업조차 해두지 않았던 건지 답답하다”며 이들 때문에 “밖에서는 협상력에 꿀리고, 안으로는 정권의 지지세력들이 협상 테이블을 뒤엎는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돼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도 한미 FTA 체결이 불러온 악영향을 우려하기 보다는 한미 FTA 체결의 당위성을 정부가 충분히 홍보하고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0일 사설 <한·미 FTA, 대내 합의가 중요하다>에서 2차 협상기간 중에 벌어질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언급하며 “미국과의 대회협상 못지않게 FTA 반대세력을 상대로 한 대내협상이 한·미 FTA에 난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반대단체들의 시위 자제를 당부했지만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서 벌이는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나리란 보장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반대단체들의 불법시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한·미 FTA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연구 발표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많은 국민이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한미 FTA는 반드시 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사설은 이어 “이제라도 반대론에 대한 정교한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이 정부가 자랑하는 홍보 역량을 적극 동원해 대국민 홍보와 설득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10일 <한·미 FTA 반대는 ‘일부 단체의 시위’?>에서 지난 7일 정부 6개 부처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일부 단체의 시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조처를 취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역사의 시계바늘이 2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들이 ‘일부 단체’가 아니라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적잖은 경제학자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심지어 참여정부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도 반 한·미 FTA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고”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진실로 두렵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위협 받을 협상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신문도 10일자 사설 <한-미 FTA 협상, 결렬도 불사해야>에서 “1차 협상은 미국의 공세적인 요구에 밀려 우리는 별로 얻은 것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2차 협상에서도 한국 정부의 “물렁한 협상 태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몇몇 경쟁력 있는 품목이나 업종의 경제적 이익 총량이 더 크다는 단순 셈법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협상팀은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우리 단체는 수구·보수 신문들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들 신문들은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발표하자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제대로 된 검증 노력은 등한시 했다. 이들 신문은 1차 협상에 대해서도 미국이 내놓은 협상 초안이 담고 있는 내용의 심각성을 모른척하며, 그 내용을 단순 ‘나열’, 또는 ‘소개’하는 데 그치거나 한미 FTA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정도의 소극적인 보도를 했다.

더군다나 1차 협상 이후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국민 여론이 한미 FTA 체결 반대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한미 FTA 반대 논리를 축소 보도하는가 하면 ‘일부 좌파’의 주장으로 왜곡했다.

수구·보수 신문들은 10일자 사설에서도 한미 FTA 체결이 국익을 위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좌파세력’의 반대시위로 한미 FTA 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애초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국익’을 앞세워 4대 선결 요구안을 다 들어주며 협상을 강행했고, 1차 협상에서도 미국의 파상 공세에 밀려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렇기 때문에 범국본 등의 단체들과 정부 내외 인사들, 국민들이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는 한미 FTA 체결 반대론자들이 ‘무조건 반대를 외쳐 협상의 장래가 불안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동아일보가 반대론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은 채 악의적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범국본은 3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분야별로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한미 FTA 체결 근거에 많은 문제점 들이 노출되었으나 정부는 이렇다 할 반박자료를 내놓지 못한 채 계속해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또 17개 협상분야에 대한 찬반 토론과 종합 토론을 하자는 범국본의 제안도 못들은 척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일보는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과의 협상에 대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으나 우리나라는 “극렬한 반대세력 때문에 두 차례의 공청회마저 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의견수렴 과정과 한국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산이며 모든 책임을 한미 FTA 체결 반대론자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술수다. 양국 정부 모두 기본적으로 외국과의 무역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협상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였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협상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한국처럼 거세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미국 의회가 협상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의 독주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체 국민은 커녕 이해당사자들의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전략을 결정하고 있으며, 국회의 ‘비준동의’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1차 협상 하루 전에야 연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무산된 것이고, 지난 6월 27일에 하려고 했던 2차 공청회도 1차 협상문에 대한 어떠한 공개도 없이 17개 분과에 대한 공청회를 단 하루 만에 치르려고 하는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미 합의된 통합협정문 초안을 공개하고, 그 내용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의 공청회가 개최되어야 했다.

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2차 협상기간 동안 불법 폭력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한미 FTA 반대 운동을 흠집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범국본은 2차 협상기간동안의 평화시위 원칙을 누차에 걸쳐 천명했다. 특히 12일 대규모로 열릴 2차 범국민대회에 폭력이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더욱더 평화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오히려 경찰 당국은 범국본의 신라호텔과 청와대 근처의 합법적인 집회신고에 대해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 신고를 반려했으며, 10일 오전에 진행하려던 신라호텔 앞 기자회견을 물리력을 동원해 무산시키고 일부 회원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범국본이 ‘폭력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폭력진압’을 한 셈이다.

조선일보의 친 노무현 세력에 대한 공세도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가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는 노 대통령과 친 노무현 세력이 합작해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고 비난하더니 이제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고 나서자 “협상을 주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이 정권 내부와 외곽의 친위세력이 합세해 정부의 협상팀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조선일보의 주장은 한미 FTA 체결로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노무현 정부와 시민사회 개혁세력에 대한 흠집내기, 이간질에 불과하다. 조선일보는 노 정부와 ‘정권 친위세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이 왜 정부의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고 나선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길 바라며, 조선일보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으니 조선일보를 ‘정권 친위세력’이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우리의 준비정도나 협상 결과에 대해 철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말 그대로 ‘무조건 협상’에 불과하다. 수구·보수 신문들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면 무조건적인 찬성론자들의 주장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한미 FTA 체결이 한국사회에 몰고 올 영향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심층적인 보도로 국민들의 제대로된 판단을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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