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후보로 등재 신청 준비 중인 보이차
1.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보이차
지금의 차(茶)문화 모습은 가히 백화(百花)가 피어난 모습과도 같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제 차를 기호품 수준이 아니라 생활필수품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밥과 약 사이에서 몸을 보전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차를 선택한다. 이제 차는 국민건강음료가 된 셈이다.
차문화의 활성화는 일반 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또한 상승시키고 있다. 한때는 커피에 대해 녹차가 우리 몸에 좋다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으나, 지금은 오행으로 분류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어떤 차를 어떻게 마실 것인가를 다루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된다.
그렇지만 이론으로서 차에 대한 이야기와 달리 우리나라 차시장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차의 모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오행차 가운데 녹차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반발효차인 황차나 후발효차인 흑차 계열의 차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14일 중국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준하고 있다는 보이차(普洱茶)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소수 매니아층 중심으로 애용되던 보이차가 갑자기 대중적인 차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통관되어 보이차가 보급된 것은 2002년부터다. 그만큼 우리나라 보이차 시장은 기형적이었다. 지금도 차 애호가들은 보이차에 대해 두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비싸다는 것과 가짜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차가 동서양 모두에서 세계적인 명차로 알려진 것은 청나라 무렵부터다. 특히 보이차는 보건기능이 탁월해 동서양 모두에서 의학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소장가치도 높아 차 애호가들로부터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보이차를 세계문화유산으로, 1,700년 된 차나무를 자연유산으로 동시에 등재 신청을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동북공정과 함께 윈난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남공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보이차, 그리고 그 보이차를 생산하고 즐기는 26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인류문화의 활화석으로 알려진 윈난! 그 뉴스로 인해 윈난의 보이차가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2. 현대인의 신체 상태와 잘 어울리는 보이차
동양에서는 차를 오행(五行)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는 이 분류법은 색과 향과 맛이라는 외양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녹차는 녹색에 가깝기에 목(木)으로, 홍차는 붉은 색을 띠기에 화(火)로 분류한다. 그러나 동양에서 오행은 기(氣)의 작용에 근거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오행차로 분류하는 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비(非)발효차인 녹차는 우리 몸속에서 위아래로 기운을 승강시키기에 목(木)으로 분류하고, 완전발효차인 홍차는 불처럼 기운을 상승시키기에 화(火)로 분류한다. 흑차(黑茶)로 분류되는 후(後)발효차인 보이차는 우리 몸의 열기를 아래로 내리기에 물(水)로 분류한다.
이처럼 차가 지닌 기운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왜 현재 세계적으로 보이차가 유행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보이차는 머리에 몰린 열을 내리고 배를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배속이 차고 스트레스로 피곤한 현대인들이 제일 선호하는 차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이차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모든 발효차가 곧 보이차가 아니듯이 보이차로서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윈난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찻잎을 햇빛으로 건조해 후발효시킨 차만을 진정 보이차라 한다. 보이차 재료가 되는 차나무의 산지와 찻잎 및 제조방법과 보관방법 등에 따라 보이차 차품은 너무 달라지게 된다. 같은 흑차 계열에 있어도 후난성의 천량차는 보이차가 되지 못하고, 윈난의 차엽을 갖다가 광동성에서 만들어도 보이차가 되지 못한다. 그러는 이유는 진정(眞正) 보이차야말로 몸속에서 수(水)에 해당하는 내림의 작용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3. 차의 역사와 같이 하는 보이차
문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차의 역사를 지닌 사람들은 보이차의 고향으로 알려진 중국 윈난의 소수민족들이다. 그들 가운데 나시(納西)족은 차의 격을 ‘지유’(地乳)라고 한다. 대지가 우리에게 주는 젖줄과 같은 것이 차라는 것이다.
차계에서는 당나라 사람인 리우위(陸羽)가 지은 《차경》(茶經)을 차의 고전으로 삼고 있지만, 보이차의 역사는 중국의 절대 다수민족인 한족에 의해 취사선택된 부분이 많다. 그것이 중국 변방에 있는 소수민족들의 차였기 때문이다. 1949년 인민해방 이후 실제 유통된 제품으로서 보이차의 역사는 더욱 복잡해졌다. 인민해방이 되면서 주 시장이 대만과 홍콩으로 옮겨지고, 수출입되는 과정에서 상표마저 위조되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변했다. 윈난의 대표적인 차창인 멍하이(勐海)차창이나 샤콴(下關)차창에서 만들지도 않은 차들이 유통되기도 했다.
현재 중국 광저우 차도매시장에서 유통되는 보이차는 상당수가 광동성의 위조 보이차라는 것과 2004년 제조된 윈난의 보이차를 기준으로 하면 80% 정도의 가짜 보이차가 차도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윈난성 정부와 차상회의 발표를 인용한 외신이 있었다.(홍콩 명보, 2005.9.7)
보이차에 대해 현대적인 정의를 다시 내린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국정부는 차전문가들과 함께 ‘2002년중국보이차국제학술토론회’에서 보이차에 관한 지역과 원료 및 가공법에 대한 기준을 중심으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보이차에 대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 윈난 소수민족의 눈으로 돌아가자
작년 우리나라 전통차시장 규모는 매출액 규모로 하면 3,000억 정도이고, 그 가운데 70% 정도를 현미녹차와 같은 티백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차라면 비발효차인 녹차만이 있기 때문에, 반발효 혹은 후발효차는 대개 중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차 생산만이 아니라 차 유통도 우리 것이라는 기준에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 최대규모의 보이차전문점인 지유명차의 이세영 대표는 우리 몸에 좋은 차를 우리 것이라 생각하고 보이차 유통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이차는 정식 수입통관과 식약청 정밀검사를 거쳐야 하고, 가능한 현지에서 차의 품질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인다.
이번에 보이차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는 보이차 시장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싸고 가짜가 많다는 보이차에 대한 환상과 실망이 늘어날 수도 있고, 소장가치를 노린 사재기도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보이차 도매시장에서 1970년대에 생산된 차들이 벌써 고전이 되었다. 2~3년 전만 해도 구입할 수 있던 4, 50년씩 묵힌 보이차를 지금은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 햇빛으로 건조한 차, 즉 생차(生茶) 보이차는 기본적으로 20년은 지나야 제 맛을 내는데 그런 보이차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게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오래전부터 윈난 소수민족의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박현 소장(한국학연구소)은 “보이차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문화적 가치가 있다면, 보이차를 만들고 즐겼던 윈난 소수민족들의 문화를 다시 살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도를 지킨다면 우리 몸에서 복원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보이차를 합리적인 가격에서 아직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유》(地乳)제1집(도서출판 바나리/2005년)을 통해 보이차에 대해 언어학과 한의학적 바탕에서 연구한 결과와 보이차를 생산하고 즐긴 소수민족들의 언어와 의약 등을 소개한 바 있다. 또한 민족의학신문에 ‘윈난소수민족의 의학탐방기’를 연재하고 있고, 얼마 전 음악가 임동창 씨와 함께 EBS-R를 통해 윈난 소수민족의 음악(임동창의 풍류)를 취재해 소개한 바 있다.
26개 소수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윈난은 인류문화의 고향과 같은 곳이고, 그들의 그러한 삶의 바탕에 보이차가 있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보이차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 그들의 눈으로 보이차를 볼 때 문화와 산업 모두에서 보이차는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박현 소장은 지유명차 종로본점에서 정기적으로 윈난 소수민족의 음악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마당을 열고 있다. 보이차는 누가 됐든 그렇게 즐기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남을 것이다.
바나리 개요
바나리는 문화기획과 도서출판을 하고 있으며, 지유명차와 함께 차문화사업 진행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ba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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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명차 홍보실 서해진 주간, 02-3673-5634, 016-334-5634,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