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출 부추기는 ‘세금폭탄’ 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 논평
지난 7월 19일자 중앙일보 시론에는 <자본 유출 부추기는 ‘세금폭탄’>이라는 제목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박동운 교수의 글이 실렸다. 박동운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의 맨해튼 바로 건너편에 있는 뉴저지 주 웨스트뉴욕에서 분양 중인 총 344가구의 아파트 ‘허드슨클럽’의 매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고, 이 아파트는 한 채에 40만~160만 달러에 이르는데도 이를 매입한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현금으로 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된 자본 유출은 부분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가진 자들을 향해 쏘아 올린 ‘세금폭탄’이 가져온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세금폭탄’ 외에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의 증가와 우리나라의 외환 자유화 및 해외 부동산 투자의 자유화 등을 해외 부동산투자(부동산투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런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해 한국인들이 미국의 고급 아파트를 무더기로 매입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폭격이 앞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자본 유출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2. 근거 빈약한 ‘세금폭탄론’, 결론은 부동산불로소득 장려하여 투기를 지속시키자는 말
우선, 우리는 박 교수가 명백한 근거도 없이 ‘세금폭탄’이나 ‘세금폭격’과 같이 과도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자본 유출의 원인으로 삼는 것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자 한다. 박 교수는 “이 정부는 ‘소득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진 자들을 향해 엄청난 세금폭탄을 쏟아냈다. 종부세 하나만 봐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주택과 토지는 실거래가격으로 과세되고, 주택의 과표는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양도세만 해도 주택은 2007년 이후 세율이 50%로, 토지의 경우 비사업용 나대지와 부재지주 소유 농지 등은 60%로 인상된다. 종부세의 독소조항은 이뿐만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31 대책의 입법화로 실현된 종부세 대상자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09년에 가서야 0.89%에 이르고 전체 부동산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에 가서야 0.61%에 달해, 선진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을 ‘세금폭탄’이라고 한다면 선진국은 벌써 폭탄 맞아 자본이 유출되고 경제가 파탄 나야 하지 않겠는가?
한편 박 교수가 ‘세금폭탄’의 하나로 지목한 양도소득세는 매매차익이라는 불로소득이 발생했을 때 과세하는 것이므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예외조항을 없앤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양도소득세율이 너무 높다고 하는 박 교수의 주장은 막대한 시세차액을 노리는 투기꾼들에게 더 많은 불로소득을 줘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박 교수의 주장과 바람대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것이 뻔한데, 막대한 불로소득을 쫓아 해외로 빠져나가던 부동자금들이 국내로 돌아온다고 좋아해야 할까?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박 교수의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잘 드러난다. 진정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지식인이라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대책을 제시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헤매는 부동자금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3. ‘진정한’ 시장경제론자라면 토지불로소득의 옹호보다는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를 제시해야 했다.
박 교수는 “어느 나라에 있어서나 조세부담이 지나치면 조세 쉘터(tax shelter: 높은 조세부담에서 탈출하기 위해 조세부담이 낮은 나라로 사업이나 시설을 옮기는 것)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싱가포르 공장 건설과 아르헨티나의 저성장 사례를 들었다. 또한 “선진국들은 지금 외자 유치를 위해 개인소득세, 법인세 등을 놓고 조세 인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조세인상을 추진해 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말은 직접적으로 언급은 안했지만 암묵적으로 감세를 주문하는 느낌을 준다.
경제학원론이나 재정학 교과서에서는 가장 좋은 세금이 토지세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 쉘터(Tax Shelter)’를 염려하면서 감세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토지보유세와 같은 좋은 세금을 통해 토지불로소득과 부동산투기는 없애는 동시에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세금은 감면하는 ‘조세 이동(Tax Shift: 경제에 부담이 되는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세금은 감면하는 동시에 토지불로소득에 대해 과세를 늘리는 대안)’을 대안으로 이야기해야 올바른 것이다. 부동산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도 반대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도 함께 내리자고 하면 도대체 무슨 돈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생산적인 노력소득에 대한 ‘나쁜 세금’을 깎아주고 토지불로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좋은 세금’을 높이게 되면,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부동산투기는 막는 동시에 경제는 활성화 시킬 수 있게 된다. 박 교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글로벌 시대에 조세 쉘터가 일어나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사업이나 시설을 옮기지 않게 하려면, 토지보유세 등을 통해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지가(地價)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감면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 기업들의 생산비용은 절감되고 생산의욕은 고취되어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이런 정공법을 도외시한 채, 부동산세금이 너무 과해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박 교수의 염려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4. 부동산에 대한 올바르고 공정한 인식의 글을 중앙일보에 기대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 가운데에는 높은 지가(地價)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높은 지가는 부동산투기가 주요한 원인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주장은 설득력도 약하고 근거도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박 교수가 예를 든 아르헨티나와 같이 저성장과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남미의 국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토지소유의 양극화 문제가 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부동산 투기가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기를 원하고 경제가 활성화되길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투기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데 가장 유효한 수단인 ‘토지보유세’를 강화하자고 주장해야한다. 그러면서 생산과 유통에 부담을 주는 다른 조세는 그 만큼 감면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현 정부의 미약한 수준의 보유세 강화에도 반대하고 다른 세금은 깎아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언련>과 <토지정의>는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공정한 시선을 갖춘 글을 중앙일보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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