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이임사
제가 재임하는 동안 여러 모로 성의를 다해 도와주시고, 특히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교육 부총리 재임 기간 동안, 저는 지식 정보산업시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여야 한다는 비전하에 수요자의 입장에서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을 수립·추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대학 특성화를 통한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국가간 지식경쟁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강점이 있는 분야나 기능으로 자원을 재배분하여 특성화하고, 사회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인식 하에 그동안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대학들이 "이제는 특성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감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NURI, BK21 등 교육부의 각종 행·재정 지원 사업들은 물론 각 정부부처별 대학 투입 재원을 범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특성화와 연계하여 지원할 수 있는 협력 여건도 마련하였습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체 41개 의과대학 중 21개교, 11개 치과대학 중 7개교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전환 의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문대학원 체제 육성 계획을 확정·발표하였으며,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또 분야별로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2단계 BK21 사업을 기획·추진하였습니다. 2단계 BK21 사업은 1단계 사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바탕으로 인력양성(HRD) 사업으로서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함으로써 매년 국제 경쟁력 있는 석박사급 인재 2만1천 명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되었고, 정부 R&D 사업과의 적극적 연계에 중점을 둠으로써 대학의 연구력 향상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학별 산학공동사업단을 중심으로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와 함께 연간 1,000억 원 수준의 산업체 자금이 대학으로 유입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우수대학원 육성 사업을 별도로 추진함으로써 수도권-지방대학 간의 연구력 격차 해소는 물론 지역 전략 산업이 요구하는 우수 인적자원의 안정적인 육성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둘째로, 중등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되돌리기 위해 구안된 2008 대입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교육부, 교육청, 일선학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성적 부풀리기 문제를 완전 해소하였고, 개선된 학생부의 신뢰도와 변별력에 대하여 대학을 직접 방문하여 설명하고 토론한 결과,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의 반영비율을 50%이상으로 높이고 대학별 고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제도 정착의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자평합니다.
새 제도를 바탕으로 대학들이 단 한번 치뤄지는 수능점수 우수자의 선발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발기준에 의해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을 받아들여 누가 더 잘 가르치는가 하는 경쟁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초·중등교육 내실화를 위한 학교 교육력 제고사업 추진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교원 증원 및 행정 인력 증원 배치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교원 승진·양성·연수 제도의 개선도 교육혁신위와의 협의 끝에 결론을 내릴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교원평가 시범 운영을 시작하였고, 이제 확대 단계에 돌입하였습니다.
넷째로, 양적·질적으로 고도화된 교육복지 정책을 수립·추진하여 교육 양극화 해소의 계기를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1군1우수고 등 농어촌 교육 여건 개선 사업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교육·복지·문화 수준을 총체적으로 높이기 위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 등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도입하여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센터 역할을 하도록 하고, 사교육 수요도 가급적 학교내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방과후 학교' 시범 운영에 대한 학생·교사·학부모의 만족도가 평균 76%, 사교육을 도중에 중단한 학생 비율이 27% 정도라는 사실로 볼 때 이 제도가 빠르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능력과 의욕이 있으면 경제적 형편에 구애됨이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지난해부터 정부 보증방식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시작하여 연 50만여 명의 대상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대학 학생들의 근로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여 연 5천 명에게 100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무이자 융자 및 장학금 지원도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섯째로, 국가인적자원개발 추진 체제를 혁신하고 인적자원개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군복무중 컴퓨터, 어학, 기타 자신의 전공분야를 공부하고 그 결과를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이스라엘에서 처럼 군이 인적자원 개발 센타 역할을 하도록 하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인적자원 정책 발굴과 추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총괄·조정하는 시스템 정비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인적자원개발기본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립대학에 대한 기부금 손금산입범위를 국립대학 수준으로 확대하고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 개정, 교육용 전기요금을 인하하여 교육재정을 확보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학교를 지을 땅을 구입할 때 적정이윤까지 포함된 감정가격을 지불함으로써 교육재정을 압박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 되어 왔습니다만, 앞으로는 조성 원가의 절반 정도수준으로 매입하도록 학교용지 특례법을 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당장 판교 지역에서만 약 4,700억 원의 국가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2010년까지 총 1조1,800억 원의 경비가 절감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15년 이상 현안이 되어왔던 교육용 전기요금을 산업용 수준까지 낮춤으로써 약 750억 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이러한 성과와 함께 미진한 점도 적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공교육이 다양화·고급화되는 교육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히 큰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갖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고등교육 평가에 관한 법률, 인적자원개발기본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 주요 법안의 입법이 지연되어 원활한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교육 부총리의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어디에 있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몇 가지만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교육인적자원부 직원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소명의식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주기 바랍니다.
교육정책 추진은 4,800만 전 국민을 전문가로 모시고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개인이나 단체의 좁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중·장기적인 비전하에서 진정으로 국가발전에 부응하는 정책을 만들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일이 바로 여러분들의 책무라는 사실을 단 한시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해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극단주의적인 교육관만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경제 논리에 근거해서 경쟁과 수월성 교육만이 옳은 것처럼 주장하는 관점과, 형평과 평등 추구만이 최선이라는 관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의 시각들을 서로 대립적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상호 조화시키는 지혜가 매우 중요합니다.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는 인성과 창의성 교육을 중심으로 형평성을 추구하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의 보완을 통해 경쟁 요소를 가미해야 할 것이며, 대학교육 단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큰 틀에서 볼 때 이러한 기조 위에서 추진되어 왔습니다.
거주지 인근 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고교 평준화 제도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고, 누구나 대학을 가려고 하는 국민들의 폭발하는 교육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초·중등교육 단계에서의 형평의 논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비단 우리나라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며,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적용하는 일반화된 교육제도입니다.
어느 정치 세력이 집권하든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에서 고등학교 이하 단계의 입학시험을 부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평준화 제도의 보완을 위해 도입된 외국어고 등의 학교제도들이 평준화의 기본 틀을 깨거나 사회적 합의하에 만들어진 2008대입제도의 정착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퇴를 하는 것입니다.
대학교육 단계의 경쟁 원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며, 대학 특성화 및 구조개혁, 법인화 추진, 대학 평가 등의 정책들이 경쟁과 수월성의 원칙 하에 추진되는 것들입니다.
국민 여러분!
위에서 말씀드린 우리 교육정책의 기본 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부탁드리며, 교육 정책을 개인의 이해관계만으로 재단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교육과 국가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 하에서 평가해 주십사 하는 호소를 드립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학벌주의의 폐해도 심각합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능 성적 0.1점 차이까지 따지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을 뽑기보다는 특기, 적성, 봉사활동 경력 등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여러 줄을 세우도록 하는 경쟁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지식정보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육이 바뀌고, 많은 선진국들처럼 대학 입학 결정 시 고등학교 단계의 교육 결과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개방형 자율학교의 도입은 위와 같은 인식하에 국가와 지자체간의 협력과 지자체간의 경쟁을 바탕으로 단위학교에 교육과정 운영, 인사, 재정상의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하여 고교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올바로 작용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교육의 힘을 바탕으로 지식 강국·인재강국을 실현하고 경제·사회·문화의 선진국으로 힘차게 도약하기를 고대합니다.
이제 저는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심껏 봉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성원과 애정 어린 비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7. 21.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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