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 커버스토리 “Samsung Design”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삼성전자 디자인의 역사·강점·연구소 운영 등 전반적인 소개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최고의 전자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 6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비즈니스위크는 "한국의 거대기업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며 "삼성전자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 아시아 최초의 기업이다"고 소개했다.
또한 "누구도 삼성전자가 디자인의 가치를 기업 문화에 깊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것"라며 "디자인은 치열한 경쟁 시대를 이겨 나가는 기업에게 지속적인 우위를 창출해 주는 원동력이다"라고 비즈니스위크는 디자인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비자 취향에 잘 맞는 제품을 찾아내는 것을 디자인에 주안점을 둔다"며 "삼성전자 디자인의 새로운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해외에 파견된 디자이너로부터 들어오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런던,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동경, 상해에 새로운 디자인 센터를 개설하여 선진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도 "현재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은 제품의 외양이나 느낌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단순히 엔지니어가 만들어 놓은 제품의 외양을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및 개발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회사 내에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가전업계의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가 되고자 한다"며 "훌륭한 디자인은 삼성전자와 경쟁 업체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 Industrial Designers Society of America)가 매년 전 산업계를 대상으로 그 해 최상의 디자인 제품을 선정, 그 결과를 'Business Week'誌를 통해 발표하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DEA 2004』(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s)에서 총 5개 제품을 수상하며 올해 최다수상 및 최근 5년간 누계에서도 1위에 올라 '디자인'에서도 세계 최고임이 입증된 바 있다.
=== 기사 전문 ===
한국의 거대기업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 보다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북부 뉴저지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사무실은 겉보기에는 첨단디자인이 창출되는 장소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가까이에 위치한 2층 건물은 주변환경에 비해 돋보인다. 그러나 일단 센터 2층으로 올라가 보면 미국소비자 심리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병무 엔지니어는 세 명의 여직원과 두 명의 남직원들이 스텐레스스틸로 된 냉장고에 여섯 봉지 가량 되는 식료품의 내용물들을 집어 넣는 광경을 양면거울로 된 방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 다섯 명의 직원이 물건을 냉장고에 집어넣은 뒤 냉장고 서랍과 칸의 구성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토론한 후 이병무 엔지니어와 두 명의 직원들이 그 방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은 후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 닭고기, 맥주, 우유 및 기타 식료품들을 각각 냉장고의 어느 부분에 넣는지 꼼꼼하게 메모를 한다. 이병무 엔지니어는 "우리는 미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지구 반바퀴 반대편, 서울의 한 고충건물 1층, 창문도 없는 사무실에 삼성전자 최원민 사원이 일하고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첨단기술이 창출되는 공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최원민 사원은 이 사무실에서 밤낮으로 두 대의 피아노 키보드, 일련의 연주대, 수 십대의 신시사이저에 둘러싸여 앉아 헤드폰을 끼고 건반을 두드려 그 소리를 연구하고 다시 다른 음들을 연구한다. 2년 된 사무실에서 그의 주된 임무는 삼성전자를 전 세계에 즉시 알릴 수 있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제품을 위한 각종 벨소리, 진동소리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소리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았지만 이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 최원민 사원은 말한다.
이병무 엔지니어와 최원민 사원은 세계최고의 세련된 디자인을 위한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대공격전에서 직접 발로 뒤는 첨병들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누구나 꼭 가져야 하는 필수품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요건을 치밀히 수용하기 위해 자금조달에서 의사결정, 교육 및 실험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에서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감촉,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 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주안점을 둔 것은 바로 위의 두 사람처럼 소비자가 미리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비자의 취향에 잘 맞는 잘 팔리는 제품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국 성공을 거두어 삼성전자는 후발 전자 제품 업체에서 세계 일류 가전제품 브랜드로 도약하게 되었고 이는 상당부분 삼성전자가 디자인에 주력한 결과였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우리는 가전업계의
메르체데스 벤츠가 되고 싶다" 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나아가는 방향을 살펴본다면 동사가 아마 자동차 페라리처럼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산업디자인우수상 (IDEA)의 다섯개 부문을 수상하여 유럽과 미국의 라이벌 가전업체보다 더 많은 상을 수상하는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기업이 되었다. (IDEA는 BusinessWeek誌가 후원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상으로 산업디자인협회 (Industrial Designers Society)에서 수상자 선정) 2000년 이래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 최고 권위의 디자인대회에서 총 100개의 상을 수상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398억 달러 매출, 52억 달러 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에는 528억 달러 매출, 103억 달러
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매출, 이익 증가의 상당부분이 반도체 부분에서 창출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세련된 제품들도 매출증가에 한 몫을 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디자인을 이용한 훌륭한 전례를 남긴 기업이라고 패트릭 휘트니 일리노이 공과대학교, 디자인연구소소장은 평한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로스엔젤레스의 소매업체들을 방문하고부터였다.
이건희 회장은 소니社 및 다른 회사 가전제품은 돋보이는 한편 삼성 제품은 다른 제품들에 파묻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영자들에게 비용절감보다는 보다 독창적인 제품개발에
주력하라고 당부했다. 그 결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일류 브랜드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수 십 년에 걸친 굳은 결단력
회장이 의견을 개진하면 삼성전자 직원들을 이를 수용하고 따랐다. 보다 능력있고 젊은 디자이너들을 영입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디자인센터를 1994년 서울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도시 수원에서 서울로 이전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는 컴퓨터 모니터 개발을 돕기 위해 미국의 디자인 회사인 IDEO를 고용하여 IDEO 및 기타 일류 컨설팅업체들과의 제휴의 길을 터놓았다. 1995년 삼성전자는 사내 디자인학교인 삼성 혁신 디자인센터를 (IDS) 설립하고 미국의 일류 디자인대학인 캘리포니아의 파사데나 디자인센터 대학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삼성전자의 촉망받는 디자이너들을 교육시켰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은 또한 이집트, 인도, 파리, 프랑크푸르트, 뉴욕, 워싱턴 등 세계 각지에 출장, 유명 박물관들을 관람하고, 현대건축의 주요 표상 및 유적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위계질서를 파기했다는 점이다. 지난 15년 동안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과거보다 좀 나아지기는 했으나 한국에는 여전히 경로우대사상 및 차례가 돌아오지 않으면 먼저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룹 전체로 본다면 삼성도 역시 유교적 질서가 지배하는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디자인 센터는 이와는 다르다.
삼성전자 본사와 몇 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디자인센터에서는 복장규율도 없고 젊은 직원들은 머리를 초록색이나 핑크색으로 염색을 하기도 한다. 이 곳에서는 누구나 솔직히 의견을 개진하고 상사의 의견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디자이너들은 전문분야 및 연령대가 다른 3명에서 5명정도로 이루어진 팀 단위로 근무하며 이들 모두는 동료라는 인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이 같은 전통으로부터의 탈피로 삼성전자는 결국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삼성전자가 2000년 이래 수상한 19개의 IDEA상 거의 모두가 이들 팀들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평등주의적 접근법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고가TV 중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로 우뚝 섰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7%로 세계 최대 LCD컴퓨터 모니터 생산업체가 되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안테나를 숨긴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인 SGH-E700를 천만대 이상 판매하여 출시 14개월만에 12억 달러라는 수익을 달성했다. "훌륭한 디자인이 삼성전자와 경쟁 업체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라고 윤종용 부회장은 말한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의 상당부분이 외부에서 들어오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는 해외 다른 산업들의 현추세를 살펴볼 수 있도록 디자이너들을 해외로 파견해 수 개월 동안 세계 유명 패션 부디끄, 화장품 전문점, 디자인 컨설팅업체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였다. 색감과 마감 부분 선임 디자이너인 이윤정 책임은 지난 가을 이탈리아 가구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제품 표면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수집하는동안 디자인 업체의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체험하여 놀랬다.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23살의 초보직원이 60세된 상사의 말을 가로챌 수 있는 문화이였다" 고 지적했다. 그는 귀국 후 부서 내에서 부하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삼성전자는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 아시아 최초의 기업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서는 중국의 Lenovo社나 BenQ社와 같은 회사들이 소니社, 파나소닉社, 필립스社와 같이 오랫동안 업계를 선점해 온 가전업체들의 제품 품질을 따라잡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얼마전만 하더라도 신참업체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었다. 現 정보통신부 장관이자, 前 삼성전자 사장이었던 진대제 장관은 "아날로그 시대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의 일류가전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으나,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모든 업체들이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신출내기이건 베테랑이건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참기업들은 베스트바이 (BestBuy) 나 Circuit City Stores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에 자사의 제품이 묻히지 않도록 제품 차별화를 하기 위해 미국, 일본, 이태리 디자인 컨설팅업체들을 고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신참기업들 모두 세계일류기업의 대열로 들어서기 위해 삼성전자를 역할모델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소니社와 마츠시다社 같은 중견기업들도 눈에 띠는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새롭게 중점을 두고 있다. "소니는 디자인 분야에 있어 우위를 일부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변화를 단행하고 소니의 정체성을 새로 창조할 것입니다" 라고 소니 TV부문사장인 마코토 코구레씨는 말한다.
디자인에의 과감한 초기 투자
그러므로 삼성전자는 꾸준하게 자기 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년 동안 디자인 인력을 초기의 두 배인 470명으로 늘렸으며, 그 가운데 120명은 지난 1년 안에 새로 채용한 인재들이다. 그리고 2000년 이후의 디자인 관련 예산은 매년 20~30% 가량 증가되어 왔다.
중요한 전략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런던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동경에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상해에 새로운 디자인 센터를 개설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디자인 부문의 과정과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디자이너가 제품의 외양 뿐만 아니라 그 설계 및
개발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했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센터장인 정국현 전무는 "우리는 생존을 위해 꼬리를 자르는 아픔을 이겨 내는 도마뱀처럼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근래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엔지니어가 이미 만들어 놓은 장치의 외양을 꾸미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엔지니어에게 컨셉을 제공해서 디자이너들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를 구현하게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디자이너인 제임스 최는 최근 소비자들이 인쇄물이 세로보다는 가로로 출력되는 프린터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 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세로형 모델을 선호했는데, 그렇게 만들 경우 110달러의 생산 원가에서 약 10%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 최가 삼성전자에 3년전 입사 했을시, 아마도 엔지니어들의 의견이 우세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해 책상용 레이저 프린터가 시장에 출시된 후 상황은 역전되어, 제임스의 디자인이 상품화 되었다. 그는 "엔지니어들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영진에서는 저희의 의견을 들어 주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때때로 디자이너들은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VD 디자인 그룹의 강윤제 수석은 TV의 뒷면을 곡선형으로 처리하고 가장자리를 초박형으로 만들면, 보는 각도에 따라 얇은 LCD TV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어 경쟁사의 제품보다 훨씬 세련된 스타일의 은색 리어 프로젝션 TV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덥수룩한 턱수염을 뽐내는 36세의 강 수석은 "우리가 처음 이런 디자인을 고안해 냈을 때 생산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엔지니어 선임에게 가서 상의를 해 보았더니, 연구비와 시간을 마련해 주면 시도해 보겠다는 답을 얻었습니다"라고 그 때의 기억을 회고한다.
그러면 연구비와 시간은 어디에서 구한다는 말인가? 삼성전자는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의견이 반영되게 하는 최고 디자인 경영직을 만들어 냈다.
이런 직위는 여타 기업들에서 거의 볼 수 없다. 그리고 최고 경영진들이 이러한 사안의 중요성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 윤 부회장은 모든 사업부 경영진들이 신제품을 품평하고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분기별 디자인 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있다.
이에 강 수석은 지난 1월부터 삼성전자의 TV와 컴퓨터, 오디오 사업 및 디자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과 통화하여 이 TV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의 의견이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되려면 마케팅 부문과 중간 임원의 결재를 거쳐야만 했다고 한다.
최지성 사장은 그의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TV 프로젝트의 진행을 허락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L7의 코드 이름을 가진 이 TV는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 은상을 수상했고 베스트 셀러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은 제품의 단순한 외양이나 느낌 그 이상을 추구한다. 즉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작동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2년 전에는 서울 시내에 소위 "유저빌리티 랩"
(usability lab)이라는 연구실을 만들었다. 최원민 디자이너는 자신의 신디사이저를 두드리며 완벽한 음원을 찾는 실험을 할때, 복도 건너 편에서 엔지니어와 소비자들은 스크린의 아이콘과 메뉴는 물론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테스트해 나갔다. 최지성 사장은 "과거에는 제품 외관 디자인이 주요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경험하게 되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 실험실은 실제 생활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테스트해 의견을 얻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거실이 있고 모퉁이에는 주방 기구를 실험해 보기 위한 부엌이 마련되어 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방에 들어 서면서 한국의 가정집에서처럼 신발을 벗어 놓는다. 지난 가을 무렵에는 한 엔지니어가 패딩이 된 슬리퍼를 신고 삼성전자의 전기 밥솥으로 밥을 만들었고 다른 직원은 세탁기를 점검하고 또 다른 직원은 컴퓨터 모니터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쌍방향 거울 뒤에서는 한 엔지니어가 차후의 연구를 위해 4대의 고화질 카메라로 방 구석구석에서 일어 나고 있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에 전념함으로써 삼성전자는 그들만의 강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참여해 잠재 고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새로운 제품 모델에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나간다. 해외의 각 연구소들도 연구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삼성전자의 황창환 수석은 3메가 픽셀 카메라폰인 SPH-S2300 모델의 불만 사항을 전해 들었다.
신기술과 카메라 기능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은 카메라폰 가운데 최초로 광학 줌 렌즈를 장착한 이 모델을 반겼으나 일반 소비자들은 두꺼운 렌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인 젊은 고객들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 6개의 키를 스크린 아래쪽에 2줄로 정렬해 불편한 키패드를 싫어했다. 그래서, 차세대 모델 개발시 삼성전자 디자이너는 이러한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다.
후속모델인 5메가 픽셀 카메라폰은 슬림한 외관을 갖추기 위해 작은 렌즈를 적용하고 슬라이드 형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키패드는 3x4 의 전형적인 배열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디자인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일부 비관론자들은 아직 삼성전자가 소니社의 디자인의 폭과 깊이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애플社의 몸에 밴 디자인 문화를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모토롤라의 휴대폰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짐 윅스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디자인이 나아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관된 아이덴티티는 아직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삼성전자가 디자인의 가치를 기업 문화에 깊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이겨 나가는 기업에게 지속적인
우위를 창출해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삼성전자 디자인 센터장 정국현 전무는 동사가 어떻게 단순히 디자인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최첨단 디자인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10년 전의 후발 전자제품 업체에서 세계 선도 브랜드 중 하나로 급성장했다.
끊임 없이 디자인에 집중한 결과가 이러한 변혁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환경에서도 자사의 제품을 반드시 구매하도록 고객들의 인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와 공정을 맞추고 있다.
정국현 전무는 이러한 행보의 핵심이 되고 있다. 최근 정국현 전무는 비즈니스위크誌 아시아 편집장 데이비드 록스(David Rocks) 및 문일완 서울 지국장과 삼성전자의 디자인 사업에 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이하는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Q :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가?
A : 과거 우리는 디자이너를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디자이너들이 초기 연구에서 제품 사용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통합자(integrator)가 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소비자 행동 연구 및 시장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해외 디자인 연구소의 확장이다. 이들은 색 혹은 소재(material)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표면 아래 감추어진 소비자 트렌드 조사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디자인은 경험에서 나온다.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이러한 경험 및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특정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Q : 해외 연구소와 서울 연구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 서울의 "유저빌리티 랩" (usability lab)’는 제품 생산 이전 소비자 행동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해외 연구소들은 현지인들의 생활양식 및 현지인 기호에 보다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보다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 연구소는 일본의 자재 및 마감 기술 추세 포착에 보다 주력하고 있다.
Q: 삼성전자가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취한 조치는?
A: 삼성전자의 매출의 90% 이상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제품을 지원하기 위해 보다 글로벌 조직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목표는 "매스 프리스티지" (mass prestige) 제품이라고 불리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한 디자이너들은 제품의 컨셉을 개발하고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은 제품 디자인을 위해 엔지니어들과 긴밀하게 공동 작업을 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들은 시장을 평가하고 제품 사용자들의 반응을 측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리서치 활동을 다양한 시장의 트렌드를 포착해내기위해 확대할 것이다.
Q: 삼성전자 제품 디자인에서 좋지 못한 사례가 있다면?
A: 중국에서 생산하는 저가 냉장고가 바로 그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우리는 제품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를 수행하지 않았다. 비록 중국이 생산 기지이기는 하나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마감 처리와 조립 품질이 불만족스러웠다.
이 같은 실패의 책임은 적어도 디자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디자이너들은 마치 자신들이 방관자인양 행동했다.
디자이너들은 최종 품질까지 모두 확인한 후 제품에 최종 확인 사인을 내려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제품 생산 과정에 깊숙이 개입이 되었으면 제품 품질 관리 부족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이 이 같은 책임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월 중국 상해에 디자인 사무소를 개설했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을 생산 현장해 파견에 제품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도록 할 것이다
Q: 디자이너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시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A: 삼성전자는 새로운 피와 아이디어의 주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7~8년 경력의 디자이너들을 해외의 패션, 가구, 화장품 등 전자와는 다른 산업 부문을 6개월에서 2년간 경험하도록 배려하고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들로부터 사고 방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이러한 연수 프로그램은 디자이너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다시 직장에 복귀했을 때 연수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회사에 전파한다. 우리는 매년 10~20명의 디자이너들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Q: 경쟁 업체 가운데 디자인 우수 혹은 디자인 관리 우수 업체를 꼽는다면?
A: 애플社나 소니社 그리고 소니 에릭슨社가 우수하다고 본다. 이들 기업의 경영자들은 제품 디자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최근 디자인 부문을 분사한 일본의 마쓰시다社는 자사 브랜드인 내셔널과 파나소닉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들의 관리 시스템은 우리에게 상당한 자극제가 되고있다.
일본 소니社의 디자인 및 제품 평가 시스템은 우리 디자인 부문의 내부 조직을 혁신하는데 도움이 됐다.
Q:삼성전자가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디자인 부문의 운영 관리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A: 우리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도마뱀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꼬리를 잘라내듯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 단절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 개요
삼성전자는 반도체, 통신,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리더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부문, 디지털 미디어 부분, LCD 부분, 반도체 부분, 통신 네트워크 부분 등 5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디지털 TV, 메모리 반도체, OLED, TFT-LCD 분야에서 세계 선두 주자다.
웹사이트: http://www.samsung.com/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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