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 신인문학상 ‘삶의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싱싱한 시간의 생선 한 마리’
도서출판 시사랑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작품력으로만 신인들을 문단에 데뷔시키기 위해서 항상 “시사랑 신인문학상” 작품을 공모하고 있으며, 당선작이 있을 경우 수시로 매스컴에 발표하고 있다. 이 “신인문학상 공모”는 “모든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로 돌아가는 사회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작품이 있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국 문단에 데뷔를 못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시켜 이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시사랑에서는 “창조세계문학상”과 “횃불문학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번 시사랑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자(발표 : http://www.sisarang.co.kr)는 노왕규(일본 거주, 일본 주재원) 씨로서 그의 작품 ‘고등어’와 '무좀', '발견'이 선정되었으며 당선작 ‘고등어’와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참조: www.duineserelegien.com/write.htm
♠ 고등어 ♠ / 노왕규(일본 거주, 일본 주재원)
살아 펄펄한 고등어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
작은 새우를 통에 넣고 그 통에 줄줄이 바늘을 달아 전갱이를 잡는데
잡은 전갱이를 좀 더 큰 낚시 바늘에 꿰 미끼로 쓰지.
농어, 광어 이런 놈들이 무는데
때로는 고등어가 딸려 오는 거야.
붉은 피를 흘리는 그놈의 아가리와 몸짓은 볼만하지.
그런데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놈의 몸뚱이지.
청색, 감색, 노란색, 주황색
수건에 쌓아 잡은 건 고등어가 아니라 햇살에 일렁이는 바다이지.
그것도 저무는 햇살 아래 바다라
스러짐은 이렇게 장렬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야.
바다를 곳곳에 깔아 올려 펄떡 거리는 고등어
흰 캔버스에 출렁이는 그림을 박지.
▣ 양지경희한의원 원장 정용현 한의학 박사의 한의학 용어 해설
경혈(經穴): 침을 놓는 자리, 뜸을 뜨는 자리.
혈(穴): 혈자리를 말하는데, 경락으로 흐르는 기와 혈이 모여 있는 자리이다. 그 혈자리를 자극해서 질병을 고치는 것이다.
경락(經絡): 우리 몸의 기와 혈이 흐르는 통로. 경락은 온 신체에 연결되어 있다. 정확한 곳에 침을 놓게 되면 병이 낫는다. 침을 놓아서 기운을 다스려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 기를 잘 흐르게 함으로써 생명이 싱싱하게 해주는 것이다. 신체 전체의 리듬을 조화롭게 해주는 것이 한의학의 묘법이다.
혈(穴)자리: 우리 몸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나타내주는 곳이다.
▣ 심사평
시사랑 신인문학상이 갈수록 더 망망한 대해에서 존재의 부가가치가 은비늘로 퍼득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다 살아서 퍼들거리며 저마다의 목청을 돋우어 몰려오는 걸 보면 참으로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이라 생각해 본다.
전국적인 공모인 만큼 많은 곳에서 심지어 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응모해 왔다. 특히 한국의 남쪽에 있는 큰 섬에서도 응모작이 이메일을 타고 날아들어왔다. 그런데 먼 바다를 날아온 만큼 그 작품의 날개는 힘이 있어 보였다.
'시사랑 신인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남은 몇 작품을 얘기해 보면, 제주도에서 보낸 김++씨의 '청자빛 바다'는 시퍼런 바다와 하늘을 한 바다로 이미지화 시켰다. 그러나 시상의 전개에 무리가 있음을 본다. 강원도에서 보낸 최++씨의 '세월의 등걸'은 우리네 삶의 진한 역사와 같은 이야기를 시화했다. 그러나 아직 단순한 이야기에 머물러 있음이 안타깝다. 부산에서 보낸 이++씨의 '태종대 자살바위'는 시상 전개나 시어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부재 속에서 충만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할려고 했지만 시적 필력이 마음만큼 못따라준 것 같다. 충청북도에서 보낸 구++씨의 작품 '무지개 서는 하늘'은 너무 상상력으로만 조합된 나머지 시적 뼈대가 없음을 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 시적 열성과 귀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창작하리라 믿는다. 후일을 기다린다.
이번의 응모작들은 작품들을 너무 어렵게 쓸려고 하다 보니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경우가 된다. 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바라보아서도 안되는 것이다.
섬나라 일본에서 보내온 시가 어렵게 쓰여지지도 않았으면서 그렇다고 쉬운 작법이 아니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노왕규의 작품 '고등어' 와 '발견', '무좀'의 3작품을 당선작으로 선한다.
노왕규의 작품 '고등어'는 고등어의 일생으로 비유되는 듯한 화자의 처절한 삶의 한 과정을 진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시적 연륜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삶의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퍼들퍼들한 시간의 생선 한 마리 고등어를 이야기 하며 좌절과 절망과 실망으로 멍들었던 우리들 삶의 본연의 모습과 고통의 시간이 성숙되어 가며 점점 뜨거워지는 꿈의 태양 아래에서의 자화상 같은 시이다. 비록 힘든 삶이지만, 붉은 피를 흘리며 냅다 나동그라지는 고등어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어느날 먹음직한 미끼에 던져진 우리의 삶의 흰 구석 속에 있는 희망의 둘레를 감지한다.
그런 것처럼 이 작품은 원래 목적했던 농어, 광어 이런 놈들은 안올려져도 뜻하지 않게 올라온 고등어 같은 것이 우리의 삶의 답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미끼가 새우에서 전갱이로 옮아가는 상황을 진술하면서 우리의 삶의 진행도 좀 더 큰 미끼에 걸려들며 심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은 것이 고등어라는 것이며, 우리 말에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꿩대신 닭'이 아니라 농어나 광어 아니면 고등어로서, 그 고등어가 바로 우리의 삶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소재가 되는 것이다. 백지의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붓이 되는 것이다. "바다를 곳곳에 깔아올려 펄떡거리며", "햇살에 일렁이는 바다"를 그리는 살아있는 영혼의 붓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그는 "청색, 감색, 노란색, 주황색 / 수건에 쌓아 잡은 건 고등어가 아니라 햇살에 일렁이는 바다이지."라고 하며 그래도 우리의 삶은 설레는 바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고등어의 피비린내 나는 모습처럼 다가올지라도 "스러짐은 장렬한 것"이고 "바다를 곳곳에 깔아올려 펄떡거리는 고등어"처럼 우리는 삶을 희망의 배에 가득 채우고 길게길게 호흡하며 "흰 캔버스에 출렁이는 그림을 박는"것처럼 우리는 시간으로 여물은 우리의 삶의 기나긴 족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삶이란 항상, 그것은 이미 누구의 어떤 삶이든 간에 삶이라는 시간의 낛싯줄에 걸려 우는 우리의 존재가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것 같지만 그것이 바로 충만된 바다와 같은, 충만된 노을과 같은, 우리네 삶의 기쁨이 부재된 절망의 현주소에서 희망찬 미래의 아침이 오는 전주곡을 울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고등어' 한 마리가 그리는 캔버스처럼 우리의 삶의 고통의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회복될 수 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 "흰 캔버스에 출렁이는 그림을 박지."의 시어가 바로 살아 움직이는 기를 순환시키는 경락(經絡)으로 이어지는 삶의 기쁨의 혈(穴)자리에 침을 놓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고통과 기쁨의 혈자리는 같은 것이어서 고통=기쁨의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무시로 진행되는 칼같은 시간들을 어떻게 의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미래를 향하여 그 희망의 두레박을 "흰 캔버스에 출렁이는 그림을 박지"의 시어에 걸어두는 것이다. "흰 캔버스에 출렁이는 그림을 박지"처럼 표현되는 노왕규만의 시어가 싱싱한 바다의 그물처럼 우리의 정신세계로 파고들 때쯤이면 우린 모두 오랜 시간의 항구에 정착하는 배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이만큼 언어를 다스리고 영혼 속에 캡처된 이미지들을 형상화하고, 이만큼 아픔과 절망의 목메이는 현장 속에서 희망의 언어들을 낚아올릴 줄 알면 이미 그는 시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더 깊고 오묘한 시어들로 우리의 심금을 낚아주길 기대한다.
▣ 시사랑 심사위원 : 안재동 평론가, 김헌일 소설가, 이진석 시인, 최우용 시인, 김윤희 시인, 진용 시인, 조현길 시인, 고용길 시인, 임숙현 시인, 전홍미 시조시인, 우아지 시조시인, 실장 이진표, 박인과 평론가
창조문학신문사 개요
창조문학신문사는 한민족의 문화예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배출하며 시조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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