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 신인문학상 ‘빛과 어둠과 껍데기의 변주곡’
도서출판 시사랑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작품력으로만 신인들을 문단에 데뷔시키기 위해서 항상 “시사랑 신인문학상” 작품을 공모하고 있으며, 당선작이 있을 경우 수시로 매스컴에 발표하고 있다. 이 “신인문학상 공모”는 “모든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로 돌아가는 사회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작품이 있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국 문단에 데뷔를 못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시켜 이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시사랑에서는 “창조세계문학상”과 “횃불문학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번 시사랑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자(발표 : http://www.sisarang.co.kr)는 오우식(81년 마산生) 씨로서 그의 작품 ‘아침과 그 이후’와 '정오', '하얀 빛'이 선정되었으며 당선작 ‘아침과 그 이후’와 당선소감 및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참조: www.duineserelegien.com/write.htm
♠ 아침과 그 이후 ♠
― 오우식(81년 마산生)
태양은 어느 새 처절했던 세상의 가죽을 벗겨버렸다. 절대자의 지겨운 빛은 영혼들을 물리 치고 육신 껍데기들을 세웠다. 각기 영혼의 부는 육신 껍데기로 차별화 되었으니, 새는 노래하고 개는 짖었다. 나무들을 강제된 노동을 해야 했고 바다는 끝없는 희생으로 제물을 바쳤다. 구역질이 났다. 숲 또한 열정적인 신앙으로 변했고 바위는 뜨거워졌다. 한없이 거북했고 끝없이 구역질이 났다. 나는 뛰었다. 하지만 태양은 어디서나 비웃음을 내리비췄다. 구역질이 멈추지 않았다. 나 또한 영혼이 껍데기로 대치되어 있었다. 껍데기로 껍데기를 보았고 껍데기로 껍데기를 느꼈다. 세상은 태양을 향한 의심 없는 추종으로 병들어가고 있었고 나도 전염되었다. 피부는 걸러진 빛으로 약해져 지식의 반점으로 가득 넘쳤다. 그것은 무척이나 오래된 것이었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쌓이고 더해졌다. 창자 속엔 태양의 유일 사상이 침투해있었다. 내 모든 생산적 영양분은 모두 썩어 가는 창자 속에서 사상 벌레에게 적발되었다. 배고픔이 배고픔을 만들어 극도에 처해 있었다. 심장에는 유기체 폭탄이 연결되어 나의 박동을 검사했다. 태양이 제시한 박자에서 일탈할 경우엔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었다. 어떤 단어가 있을까? 뇌신경체는 계속 달구어졌다. 정지해가고 있었다. 사전 방지책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생각은 없었다. 무엇이 무엇인지, 지금의 시간도 자아의 모든 행동도 알 수 없었다. 병이 심해질수록 무의식으로 빠졌다. 그 전염적 열병의 힘으로 태양은 받쳐 올라갔고 세상은 점점 더 육신 껍데기가 뚜렷해졌고, 하얗게 변해갔다. 비판과 자학 없는 열기가 그 어리석음을 더해 갔다. 물론 이 때에는 몰랐다. 어둠은 빛 속에 있지만 빛은 어둠 속에 없다는 것을. 나도 병에 걸려 있었으니. 얼마나 뛰었을까? 냄새가 났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 불쾌함에 취해 넘어졌다. 난 그 때 보았다. 그림자. 빛이 만든 어둠. 아님 어쩌면 어둠인 어둠을. 그리곤 구역질이 났다. 냄새의 정체는 내 육신 껍데기가 내놓은 절대자를 향한 제물이었다. 짜디짠 땀이었다. 세상이 잠긴 열병의 증상이었다. 아침은 상승했고 세상은 병들었고 나는 구역질이 났다. 유일함을 강제하는 신. 그때는 추락의 시간이었다.
▣ 한의학적 평론을 위한 한방 용어 해설
― 양지경희한의원 원장 정용현 한의학 박사 제공
경혈(經穴): 침(鍼)을 놓는 자리이며 뜸을 뜨는 자리이다.
혈(穴): 혈자리를 말하는데, 경락으로 흐르는 기와 혈이 모여 있는 자리이다. 그 혈자리를 자극해서 질병을 고치는 것이다.
경락(經絡): 우리 몸의 기와 혈이 흐르는 통로로서 이 경락은 온 신체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효과를 보기에 정확한 곳에 침(鍼)을 놓게 되면 병이 낫는다. 침(鍼)을 놓아서 기운을 다스려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 기를 잘 흐르게 함으로써 생명이 싱싱하게 해주는 것이다. 신체 전체의 리듬을 조화롭게 해주는 것이 한의학의 묘법이다.
혈(穴)자리: 우리 몸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신체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곳이다.
▣ 심사평
―빛과 어둠과 껍데기의 변주곡
시사랑 신인문학상에 많은 작품을 응모하여 주신 작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김현옥(부산), 이경숙(충남), 이미경(서울)님들의 건필을 빈다.
시사랑 신인문학상 당선자 오우식의 시를 보면 우선 어둠과 빛의 극명한 심미안적 대조에 의해서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우리에겐 누구에게나 내면의 한 구석에 어둠이 웅크리고 있다. 이 어둠을 어떻게 눌러버리고 빛으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그 어둠 속에 스스로 갇히어 빛을 외면하느냐에 따라 삶은 두 갈래로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부류, 즉 빛과 어둠이란 처소에서 각자 존재의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즉 어떤 존재가 빛에 거한다고 해서 혹은 어둠에 거한다고 해서 누구는 어둠의 자식이고 누구는 빛의 존재라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우식이 그리고 있는 시세계에서 이미 어둠과 빛이 하나의 동격으로서 형상화 되어 있듯이 어둠과 빛은 우리에게 둘 다 필요한 영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구시대적이 발상으로 어둠과 빛의 속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도를 오우식은 꺼려한다. 비록 그가 그러한 지성과 감성으로 어둠과 빛의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지만 시어의 곳곳에서 그는 어둠이 빛이고 빛이 어둠임을, 둘은 아주 가까이 있고 언제든지 친구처럼 빛이 어둠이고 어둠이 빛인 관계를 내면의 어둠 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우식은 그의 날카로운 펜(pen)으로써 어둠의 혈(穴)을 자극한다. 그래서 어둠에 틈이 생기고 빛이 새어드는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꿈을 꾸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시어들로 두드리며 생명의 뜸을 뜨고 있는 시간의 혈(穴)자리에, 그 싱싱한 시간의 절망에 빛의 침(鍼)들을 박아놓는다. 죽음과 껍데기의 고통으로 흐르는 경락(經絡), 그리고 빛과 신앙으로 점철되는 인류의 삶의 경혈(經穴)을 자극하는 시어들로 우리의 가슴에서 어둠을 몰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어둠이란 것은 이미 밝음이 되어버렸고 ‘아침과 그 이후’에서도 극렬하게 보여지듯이 인류의 껍데기 같은 의식 속에서 어둠은 추락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새로운 인류의 의식 속에서 어둠은 모든 존재의 모체, 빛을 끌어안는 것이었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그의 시의 내면을 흐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어 “그때는 추락의 시간이었다.”는 진실은 “이제는 상승의 순간이다”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렇게 빛과 어둠과 껍데기로 빚어내는 그의 변주곡에 아직은 여물지 못한 어둠의 씨앗들이 존재하지만 그 어둠의 모유 속에서 싱싱한 빛의 생명으로 승화하는 작품 써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 시사랑 심사위원 : 안재동 평론가, 김헌일 소설가, 이진석 시인, 최우용 시인, 김윤희 시인, 진용 시인, 조현길 시인, 고용길 시인, 임숙현 시인, 전홍미 시조시인, 우아지 시조시인, 실장 이진표, 노왕규 시인, 박인과 평론가
▣ 당선소감
사실 ‘하얀 빛’, ‘아침과 그 이후’ 등의 추천작들은 20살 때의 이야기들이다. 청춘의 시작 무렵, 방황으로 어지러운 상태였다. 세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패배의식이 곧 빛에 대한 저주로 이어졌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늘 하늘에 떠있는 달은 바라볼 수 있었지만 태양을 바라보려면 힘들었다. 당시 염세주의 철학과 시와 영화와 음악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졸작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창조문학신문사 개요
창조문학신문사는 한민족의 문화예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배출하며 시조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sisar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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