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 중국진출의 서막을 연다
1970년대부터 일본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던 한국도자가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기 탓에 주춤하고 있다. 이제 국내 작가들이 해외시장 특히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나 일본의 도자시장과 달리 한국의 전통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중국시장이다.
그동안 차(茶)와 차호(茶壺) 분야 출판과 함께 2004년부터 중국국가대사급 자사차호 예인들을 초청, 한중도자문화전을 주최했던 한국 지유차회가 새로운 시도에 들어갔다. 오는 8월10일부터 열리는 중국광저우국제차문화박람회에 한국도자의 특징을 알리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도자의 전통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두 사람이 이번에 중국시장의 문을 함께 두드린다. 한국의 전통적인 토요(土窯)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문경 황담요의 대표 김억주 명인과 고언어와 동양학 분야의 연구자이면서 중국 이싱(宜興)의 도자문화를 상징하는 세 단체의 공동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학연구소의 박현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억주 명인은 장작가마(土窯), 곧 망댕이가마에서 구운 작품 60여 점을 준비했고, 박현 소장은 김억주 도예를 중심으로 우리 도자가 지닌 철학적인 특징과 우리 도자의 전통적인 이름을 《김억주도자예술》(지유차회/도서출판 바나리)에 담아 준비했다. 아직도 일본이름으로 불리는 우리의 전통도자, 한국적인 철학과 생활양식이 배여 있을 한국의 전통도자의 미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리와 함께 중국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2. 중국도자시장의 첫 관문이 될 광저우차엽박람회
이들이 문을 여는 첫 관문은 중국 광저우(廣州)의 팡춘(方村)시장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팡춘(方村)시장은 3,000여개가 넘는 차도매상들과 차도구도매상들이 밀집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거래 중심지이다.
그곳에서 오는 8월10일부터 15일까지 광저우국제차문화박람회가 열린다. 상하이의 박람회가 명성 위주라면 광저우는 도자시장에서 실질적 거래와 더불어 냉정한 평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도자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 대만과 홍콩 및 말레이시아와 한국 등 동아시아 전역의 상인들이 이곳 광저우 팡춘시장을 찾는다.
차문화의 요람인 광저우박람회에 한국도자가 진출하는 데는 중국 자차사호(紫砂茶壺) 예인들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 그들은 이싱범가호장도자예술품유한공사(이하 이싱도자예술공사) 소속 예인들로, 이번 행사예약과 부스 마련 그리고 중국 도자 상인 및 문화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예약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싱도자예술공사는 한국지유명차가 2005년 이싱시에 현지 투자한 예술관이기도 하다.
박현 소장은 이번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한국도자를 많이 보고 신기한 경험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일차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도자의 특징을 중국인들에게 잘 전하는 게 또 하나의 목표라고 한다.
3. 《김억주도자예술》에 담긴 한국도자의 특징
한국도자가 중국시장, 즉 세계시장에 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도자다운 특징이 정리되어야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도자문화의 전승과 창조는 어떻게 가능할까.
김억주 명인은 한국도자의 특징을 한 마디로 장작가마를 이용한 토요예술(土窯藝術)이라고 말한다. 익히는(熟成) 것과 달리 굽는 것(燒成)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전통도자기에는 자유와 활기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현 소장은 그러한 김억주 도예에 세 가지 특징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전통 가마에 대한 투철한 애정과 불을 살피는 뛰어난 감각 그리고 도토(陶土)를 이해하는 밝은 눈과 철저한 실용성, 이것이 곧 한국도자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억주도자예술》에서 우리 도자에 대한 작명과 한국도자에 담긴 철학적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도자기에는 하늘의 모습이 담겨있다. 김억주 작품 가운데 진사(辰砂)는 마치 밤하늘의 북극성을 연상하게 한다. 일본식 이름인 이도(井戶)로 더 유명한 정호차완은 본래 자미원으로 대표되는 천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박 소장은 여기에 각각 ‘중성공지’(衆星拱之)와 ‘낭도자미’(浪淘紫薇)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김해차완은 백제금동향로에 대비되고, 오기(吳器)는 부도탑에, 이라보(伊羅保)는 새집에 비유된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중심으로 평화와 공존의 삶을 살아왔고 그래서 자연을 닮아 소박하고 솔직담백함이 묻어나는 찻사발과 찻그릇을 만들어 이용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런 관점을 바로 읽어서 그것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현대도자가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전승이란 주체적인 해석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4. 한국도자의 행운이자 희망
한국의 도자기에서 하늘의 모습을 해석해낸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호차완의 그 밑굽이 북극성의 영역을 상징하고, 찻그릇의 외부는 북극성을 회전하는 북두칠성을 상징하고, 그 내부는 4계절 12달을 상징한다는 본래의 기준이 김억주 도예에만 나타난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그러한 원리에 기초해 차완을 만들었고, 그는 그것을 경험적으로 제대로 전승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도자의 행운이라고 <한국차인지> 김영희 실장은 평한다. 철학적 안목을 가진 이와 철학적 감각이 몸에 밴 예인이 서로 만나 한국적 도자문화가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박현 소장이 설계했던 자사차호(紫砂茶壺-중국도자의 일종)는 2003년 북경세계도자박람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가 중국의 자사차호를 먼저 수용한 덕분에 중국의 도자예인들도 이제 한국도자의 특징에 귀를 기울이고 한중도자교류에 대한 관심을 더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다. 한국적인 특징이 분명한 한국도자문화는 세계에 두루 통할 것이다. 이번 광저우국제차문화박람회에 참여하는 두 사람의 행보는 그것을 입증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 필자 소개
1. 지유차회(www.jiyutea.co.kr) : 보이차와 자사차호 전문점인 지유명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관茶館(지유명차, 호중일월장)과 천연염색전문점(산지우, 고전상회) 및 문화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바나리출판사로 구성된 문화단체이다. 현재 지유차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 소장(한국학연구소)은 《나를 다시하는 동양학》과 《지유》(地乳) 등 10여권의 동양학과 차문화 관련 저서를 냈고, 현재 난징사범대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2. 황담 김억주 : 천한봉 선생으로부터 도예를 익혔고 현재 문경 황담요 대표로 있다. 일본에서 작품전시를 수차례 가졌다. 중국항주차엽박물관에는 진사(辰砂)차호가, 한국민속박물관에는 정호(井戶)차호가 영구소장돼 있다. 2002년에는 ‘계영배’(戒盈杯)로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공예대전에 출품해 매년 수상했다. 현재 국립상주대학교신소재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참고도서 : <자사차호의 세계>, <지유>(地乳)제1집, <호중일월장>(壺中日月長), <중국을 이해하는 4.9> --- 도서출판 바나리에서 출간한 관련도서
바나리 개요
바나리는 문화기획과 도서출판을 하고 있으며, 지유명차와 함께 차문화사업 진행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banary.co.kr
연락처
도서출판 바나리 주간 서해진 016-334-5634
전화 02-3673-5634 팩스 02-766-5732 이메일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