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의 가정신앙(충청남도, 충청북도 편)’ 발간
『한국의 가정신앙』은 전국 각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가정신앙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현지조사 보고서이다. 이번에 발간된 2권의 보고서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남 공주시 및 연기군, 충북 청원군 지역을 비롯하여 충남지역 15개 시·군과 충북지역 11개 시·군의 여러 마을을 현장답사하면서 수집한 가정신앙의 전승현황과 현장에서 촬영한 205장의 사진 등 이 지역 가정신앙의 실체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자료가 실려 있다.
충청도 지역 가정신앙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집안을 평안하게 하는 굿’이자 종합제의의 성격을 띠는 안택(安宅)이다. 정초나 10월 상달에 경객(經客, 흔히 법사라고 함)을 초빙하여 진행하는 안택은 이 지역에서 강하게 전승되고 있는 앉은굿의 대표적인 의례이기도 하다.
또한 가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상사를 막고자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죽은 조상, 즉 왕신(王神)을 모시는 것도 이 지역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전통적인 신앙대상으로는 집터의 주인인 터주 혹은 지신(地神), 집안의 최고 신령인 성주, 어머니의 정성과 비손의 대상인 부엌의 신령 조왕(竈王),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돌보는 삼신, 자손의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칠성 등이 대표적으로 조사되었다.
의례로는 안택(安宅) 외에도 주부가 주관하여 풍농과 가내 평안을 기원하는 ‘정월떡’과 ‘가을떡’ 의례, 추석 무렵에 이루어지는 햇곡천신(薦新), 풍어와 해상에서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뱃고사 등이 조사되었다.
가정신앙은 전통 민속문화의 기층을 이루며, 민간신앙 연구의 바탕이 되는 분야로 알려져 왔지만 그동안 기초조사 자료마저 매우 부족하였다. 따라서 이번에 발간된 조사보고서는 이 분야에 풍부한 학술연구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충청도 지역 나아가 한국의 전통 가정신앙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자료>
□ 안택(安宅)
안택은 글자 뜻 그대로 집안을 평안하게 하는 굿을 말한다. 정초나 10월에 독경(讀經)하는 경객(經客, 흔히 법사라고 함)을 초빙하여 진행하는데, 충남 서북부지역에서는 정월 안택이,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10월 안택이 우세하다. 정월 안택은 한 해의 액을 막는다는 뜻에서 ‘도액안택(度厄安宅)’이라 하고, 10월은 터전에 햇곡을 받쳐 집안이 무고하라는 의미에서 ‘무고안택(無故安宅)’이라고 한다.
안택은 앉은굿(*앉아서 굿을 진행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의 대표적인 의례로서 법사가 의관정제(衣冠整齊)를 하고 북과 꽹과리를 연주하면서 독경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집안 형편이 다소 여유가 있다면 매년 안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수년에 한 번씩 하기도 한다. 안택은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종합 제의이면서 동시에 집안의 우환을 다스리는 굿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안택과 시루떡>
안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제물은 시루떡이다. 따라서 시루떡이 잘 익도록 떡을 찌는 주부는 목욕재계를 하는 등 정성을 들이며 부정이 들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래서 떡을 찌는 도중에는 변소 출입도 삼간다. 찌는 도중 소변을 보고 들어오면 시룻번이 터져 그 사이로 헛김이 새어나와 떡이 익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떡이 잘못 익어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배가 부른 임신부의 출입도 막는다. 또 떡이 순조롭게 잘 익으면 한 해 농사가 잘 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 왕신(王神)
집안의 조상 중에 올바른 죽음을 맞지 못해 기제사에서 모시는 조상이 되지 못한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위하는 것이 왕신이다. 이는 집안의 비극적인 사정과 관련한 신령이기에, 누구나 왕신에 대하여 언급하는 일을 꺼린다.
왕신은 억울하게 죽거나 미혼으로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성격을 지닌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집안에 왕신단지를 모셨다면, 다른 신령보다도 제일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집 바깥에서 물건이나 음식이 들어오면 먼저 왕신에게 바친 후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보통 장광 뒤쪽에 모시는 경우가 많으며 단지나 항아리에 쌀을 넣어 모시는 형태이다. 왕신을 더 이상 모시지 않으려 할 경우 갓 시집온 새색시로 하여금 없애게 한다. 새색시가 시집올 때 엉겁결에 왕신단지를 없애면, 왕신은 못살겠다고 하여 그냥 떠나 버린다고 여긴다.
<지역사례>(충남 보령시)
보령시 원산도의 김해 김씨 집안에서는 1980년대까지 대부분 ‘임신네’라는 특별한 조상신을 위했다. 임신네는 ‘할아버지’, ‘조상할아버지’라고도 하고, ‘왕신’이라 부르기도 했다.
임신네는 사모관대와 조복(朝服)을 넣은 나무상자와 돈을 버들고리 안에 담아 모시고, 그 옆에 쌀을 넣은 단지를 놓는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햇곡식으로 쌀을 갈아주며, 출어(出漁)할 때마다 임신네에게 풍어를 기원한다. 그리고 뱃일로 돈을 벌게 되면, 먼저 임신네에게 돈을 가져다 놓는다.
임신네를 모시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삼국시대에 김해 김씨네 삼형제 중 막내 동생이 전쟁에 나가 총각으로 전사하였다. 부모는 막내의 죽음을 불쌍하게 여겨 입던 군복과 노잣돈을 큰 그릇에 넣어 이를 ‘임신네’라 하여 위로하였다. 자손들은 부모의 뒤를 이어 2월이 되면 무당을 데려다가 크게 굿을 하여 임신네를 위해 주었다. 그를 모시면 집안이 잘 된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래서 분가(分家)할 때 마다 반드시 임신네를 다시 만들어 조상으로 섬겼다.
□ 정월떡, 가을떡
정월떡과 가을떡은 음력 정월과 10월 상달에 안택을 대신하여 행하는 의례로, 한 해의 풍요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조상과 집안의 신령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이 두 의례는 충청도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정월떡은 정월시루·농사시루라 불리며 정초에 한 해 농사의 성공과 가내 평안을 위하여 기원하기 위하여 행한다. ‘농사시루’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한 해 농사의 성공을 소망하는 뜻이 주로 담겨 있다. 이에 비해 가을떡은 ‘가을시루’라고도 하며 10월 상달에 그 해 거둔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마련하여 집안의 신령들을 위하는 전통이다. 농사의 성공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표하는 의례이다.
전문사제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안택과 달리 정월떡과 시루떡은 주부가 간단히 비손을 하면서 의례를 진행한다.
<지역사례>(충북 단양군)
단양군 대강면의 한 제보자의 집에서는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나면 햇곡으로 떡을 쪄서 성주, 터주, 삼신을 대접한다. 이를 ‘가을떡’이라고 한다. 대접받는 각 신령에 따라 올리는 떡도 다른데, 성주에는 붉은팥을 넣은 시루떡을, 삼신에는 백설기를, 터주에는 콩과 쌀가루를 마구 섞어서 찐 마구설기를 준비하여 올린다.
문화재청 개요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온 문화재 체계,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롭게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60년간 지속된 문화재 체계가 국가유산 체계로 변화한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고정된 가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국민의 참여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국가유산’.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를 위해 기대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국민과 공감하고 공존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지키며 과거와 현재, 국내와 해외의 경계를 넘어 다양성의 가치를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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