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문화인물 ‘박두진’
혜산 박두진(兮山 朴斗鎭)은 1937년대말「문장(文章)」지에 시(詩) ‘묘지송(墓地頌)’과 ‘향현(香峴)’을 발표한 이래 1998년 타계할 때까지 무려 60년 가까이 시작(詩作) 활동을 하면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왕성한 작품활동을 한 이른바 한국현대문학사의 ‘큰 시인’ 또는 ‘거장(巨匠)’이다. 시집만 하더라도 첫 개인시집 <해>를 비롯하여 <오도(午禱)>, <박두진 시선>, <거미와 성좌> 등을 거쳐 <사도행전(使徒行傳)>, <수석열전(水石列傳)> 등은 물론, 유고시집 <당신의 사랑 앞에서> 등 20여권에 이르며 그 외에 많은 수상집과 시론집 등이 있다.
대체로 한국 시사(詩史)에서 한두권의 시집으로 자기 세계를 한정시킨 시인들이 적지 않다는 그간의 사정을 염두에 둘 때, 그의 작품만큼 질량으로 그 누구보다도 우리를 매료하고 흐뭇한 무게를 안겨주는 시인도 드물다. 그렇다고 구슬과 자갈이 뒤섞여 있는 것도 아니다. 시 한편 한편은 물론 시집 각 권마다 개성있는 독특한 세계인식과 삶의 예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새롭고도 또 다른 감명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그의 시를 주목하는 것은 청록파(靑鹿派)라는 시사적(詩史的) 위치만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현실의 거부와 초월’이라는 큰 문제를 그가 자연과 신앙속에서 모색하는데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제, 8.15 해방, 6.25, 3.15, 4.19, 5.16, 10.26 등 역사 민족적인 격변을 겪으면서, 그때 그때 대응하는 지성과 양심을 통한 자유와 평등, 사랑과 진리에 대한 시적 탐구와 인식을 도모해 왔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서정(抒情) 편력(編曆) 60년은 오늘날 한국 시(詩)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밝고 힘차고 강한 육성으로, 때로는 단장의 오열로, 때로는 차분히 가라앉은 토운으로 한민족에게 바치는 송가가 그의 시다. 그것은 한가닥의 노래라기보다 지난날 맺히고 응어리진 역사에 대한 한풀이고, 미래에 대한 무서운 예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말년의 시집『폭양(曝陽)에 무릎을 꿇고』, 유고시집『당신의 사랑 앞에』가 보여 주듯이, 말년의 시인은 절대적 존재를 찾아 헤매는 젊은 날의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후의 목소리 높은 지사적(志士的)인 시인도 아니다. 그는 자연과 인생의 가장 근원적인 진실에 있으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사는 우리 사이에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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