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부터 속속 모이기 시작한 바둑팬들은 오후 1시 무렵에 이미 만원을 예고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던 바둑팬들은 바둑리그의 스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사인공세와 카메라플래시 세례로써 아낌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선수들 역시 팬들의 적극적인 애정표현에 웃는 얼굴로 화답하며, 바둑리그 지방투어를 통해 많이 좁혀진 팬들과의 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과 팬들의 친근감은 대국 시작 전, 선수들과의 인터뷰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원정경기에 나선 부산 파크랜드의 이기섭 감독은 지난 부산투어에서 자신들이 원정경기에 승점을 후하게 안겨줬다며 이번엔 우리가 대접을 받을 차례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바둑황제 조훈현 9단 역시 자신만 이기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며 특유의 엄살 유머를 선보였다. 원정팀에 이어 홈팬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올라온 서울 제일화재 팀. 한 노관객은 이세돌 선수에게 세계최강 한국바둑을 이끌어온 조훈현, 이창호 사제의 뒤를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는, 따끔하면서도 애정이 담뿍 묻어 나오는 충고로써 바둑 사랑을 표현했다. 대국 개시 직전, KB국민은행은 흥진초등학교에 바둑육성기금을 전달함으로써 서울투어에 축제의 장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2시부터 시작된 오규철 대 김지석, 강동윤 대 송태곤의 대결은 바둑리그 최연소인 89년생 대표기사 김지석과 강동윤의 승리였다. 두 선수는 각각 무등산 폭격기 오규철 선수와 폭풍 송태곤 선수를 맞아 초반에 우세를 확보한 후 강경책과 회유책을 번갈아 사용하는 나이답지 않은 노련미를 과시, 완승을 이끌어내며 팀에게 각각 1승을 안겼다.
이어 4시에 계속된 조훈현 대 안달훈, 김주호 대 이세돌의 대결에서는 먼저 바둑황제 조훈현 선수가 부산 파크랜드에 다시 1승을 안기며, 리그 첫 승리의 기대에 부풀었다. 한편 대국 전부터 승부판으로 주목받던 김주호와 이세돌은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의 충돌을 벌였다. 곳곳에서 패싸움을 벌이며 난전을 거듭하던 중 계가 직전에 미세하게 불리함을 느낀 김주호 선수가 투석함으로 결국 양팀은 승점 1점씩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세돌 선수는 국후 승자 인터뷰에서 평소의 톡톡 튀는 언행과 달리 진지하고 차분한 어조로 팀을 위해 승리하고 싶었고, 앞으로 주장으로써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향후 제일화재 팀의 경쾌한 행보를 예고했다.
이날 서울투어에서는 양팀의 대결과 발맞춰 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렸다. 1부에서는 대한민국 대표기사 이창호와 유창혁이 국민은행과 제일화재의 우수고객을 맞아 특별기를 진행했고, 다른 한 켠에서는 윤영민, 이영신, 이지현 등 미모의 여류기사들이 고사리손, 흥진초등학교의 바둑반 학생들과 다면기를 가졌다. 또한 공식후원사 KB국민은행과 홈팀 제일화재의 임직원이 다섯 명씩 출전한 기업대항전에서는 예상 외로 양 기업의 선수들이 대국시간을 거의 다 소비함으로써, 자사의 명예를 드높이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엿보였다.
오후 4시 반부터 시작된 KB 국민은행이 준비한 100인 초청 다면기는 근래 보기 힘든 장관을 이루었다.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바둑리그 관전을 위해 홍콩에서 온 관광객,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유럽 유학생 등 각양각색의 바둑팬들이 모였으며, 서봉수, 최철한, 목진석, 루이 등 20인의 프로기사 역시 시종 진지한 얼굴로 다면기에 임함으로써 이들의 열정에 보답했다.
'KB 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의 서울투어, 1,000명 이상의 바둑팬들이 모였고 30명이 넘는 프로기사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런 숫자들이 아니라, 바둑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한데 모여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바둑리그의 지방투어는 이제 바둑리그 뿐 아니라 바둑계 전체의 행사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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