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능력인증시험 서술형 평가에서 보인 상위권 중학생들의 어휘력, 논리력, 창의력 현저하게 낮아
‘오솔길’ ---------- ( )
(가)호젓한 길 (나) 좁은 길 (다) 위험한 길 (라)혼자 걷는 길(이기문, 1985,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우리말 실력 또는 국어능력에 대한 몇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관점은 음운 체계와 어휘, 어법의 범위를 한정하고 이에 따른 우리말의 특징, 즉 우리 어휘에 대한 지식, 맞춤법이나 표준어 등 어문 규정에 대한 바른 사용 등에 한정하는 실체적 관점이다. ‘국어능력평가’라고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어휘, 알쏭달쏭한 맞춤법, 띄어쓰기 문제를 떠올리는 건 국어를 실체적으로만 바라보아 왔던 지난 우리 국어교육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둘째는 국어를 구체적인 상황 맥락에서 의미 구성 및 전달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는 국어로 사고하고 국어로 대상과 관계를 맺는 사용 혹은 수행을 강조한다.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에서 2001년부터 18회에 걸쳐 시행해 왔던 국어능력인증시험은 이처럼 틀에 박힌 국어관에서 벗어나 국어의 본질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해와 표현의 모든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심화함으로써 개인적 창의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은 다른 특수한 교육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어능력을 키움으로써 신장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어능력인증시험은 바르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언어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어휘, 어문규정영역), 문학,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풍부한 언어 자료를 통한 개인의 지적 · 문화적 능력, 주체적 판단 능력(듣기, 읽기영역) 및 남다른 개성의 세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쓰기영역) 등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국어기본법 시행에 따른 ‘국어능력검정시험’으로 최초 실시된 16회 시험부터는 객관식으로만 평가되던 쓰기 영역을 강화하여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논리적 · 창의적 표현 능력의 현황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7월 23일 치러진 국어능력인증시험의 경우 서술형 문항의 평균은 11.78점으로 백분율 환산점수로는 54.8점(객관식의 경우 62.4점)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홍보문을 작성하거나 광고문을 작성하는 문항의 경우는 4.3점 만점에 1.7점이며 백분율 환산점수로는 39.8에 불과하여 서술형 표현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7월 시험의 경우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지망하는 우수 학생들이 다수 응시한 점을 고려할 때, 국어능력인증시험의 주관식 평가를 통해 본 우리나라 중학생 상위권 학생들의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국어 활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주관식 문항에서 나타난 응시자의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짚을 수 있다.
-주관식 5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제거’를 위한 홍보문을 작성하려고 한다. 주어진 글을 참조하고, <보기>의 조건을 지켜 홍보문을 작성해 보시오.
< 보 기 >
·속담이나 고사성어를 넣을 것
·두 문장으로 작성할 것
심청이는 앞 못 보는 아버지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눈 감고 설거지를 하다 그릇을 깨고 눈을 감고 길을 걷다가 넘어져 무릎을 깨곤 했다. 톨스토이의 자전적 소설에는 앞 못 보는 친구를 알기 위해 며칠간 눈을 감고 살아본 일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듣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는 여느 사람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을 보고 듣고 깨달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헬렌 켈러의 선생 설리반은 “인간의 속 깊이 잠재된 어떤 가능성을 깨치기 위한 방편으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한 것이 아니었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장애가 인간의 다른 기능과 감각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 홍보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평가 목표
이 문항은 故 이규태 선생님의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하여 주어진 주제와 글의 형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을 구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이 있다. 주어진 참조문은 장애와 연관하여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응시자는 먼저 ‘역지사지’라는 기본 단계의 사자성어, 나아가 ‘각자무치’라는 고급 수준의 사자성어를 이끌어 내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독립적인 홍보문을 구성해야 한다.
추천 답안
- 장애는 바로 당신도 겪을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장애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이 장애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각 응시자별 답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문제 접근 방식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의 요구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위의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제거’라는 내용으로 두 문장의 홍보문 혹은 그에 상응하는 표어를 작성하는 것이다. 본인의 생각대로 문제를 해석하는 것은, 문제 접근 방식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거나 이해와 표현 수준이 매우 뒤떨어짐을 의미한다.
예1) (인자무적) 어질고 착한 사람은 적이 없다는 말처럼, 장애인에 대한 착한 마음 또한 효녀 심청이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75년생)
예2)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적이 있나요? (91년생)
예3)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장애’라는 고난이 왔으니,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편견 제거’라는 낙을 줄 때입니다. (91년생)
예4) 아는 게 힘입니다. 그들을 아는 것 역시 힘이 됩니다. (91년생)
예5) ‘가재는 게 편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바로 우리가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가재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91년생)
예6)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신에게도 결점이 있지 않은가. 먼저 나 자신에게 돌을 던져라. (93년생)
- 논리적이고 함축적인 문장 구성 능력이 떨어지는 사례
한 문장을 구성하는 데도 논리적인 사고와 효율적이고 바른 표현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두 문장에 그치는 형식과 주어진 주제임에도 비약이나 논리의 오류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예1) ‘너전자전’ 당신이 장애인을 편애하면 당신의 자식도 그렇게 됩니다. (91년생)
예2)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우리가 장애인을 편견한다면 우리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을 색안경 끼고 보기 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92년생)
예3)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장애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하나이다. (91년생)
- 잘못된 적용의 사례.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속담이나 관용구 등을 알고는 있으나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정확한 적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이다. 의미를 이해하고 적용하기보다는 암기에 그친 학습 방법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1)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십시오. (91년생)
예2)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는 법입니다. 겉보기와는 다른 능력의 장애우들의 능력을 인정해 주세요. (91년생)
예3)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장애인도 우리 못지 않은 재능이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의 재능을 이용하면 더욱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입니다.(93년생)
예4)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의 외모와 신체적인 요소는 오래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력을 갖고 발전시키려는 장애인들의 노력이다. (91년생)
예5) 사람인 이상 모두를 존중해야 합니다. 자업자득이란 말이 있듯이 그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91년생)
예6) ‘이빨이 없으면 잇몸을’ 바로 장애우들에 해당합니다. 하나에 부족해도 다른 하나에 더 열심이죠. (91년생)
기타 답안의 예
- 눈을 가리고 보자. 그러면 장애인도 나와 같다. (91년생)
- ‘오십 보 백 보’ 우리는 똑같은 사람. (92년생)
- 장애인은 외계인이 아닙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춰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합시다. (91년생)
국어능력인증시험에서 평가하는 국어능력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통해 단기간에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은 국어과 교육과정에 근거한 학교의 체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독서를 해 왔는지, 또한 이를 바탕으로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대해 자신의 체험과 가치관에 근거해 주체적인 판단을 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우리의 인재들이 이러한 시험의 대비를 위한 지속적 훈련을 통해 국어능력을 기르고, 아울러 제2외국어 능력의 향상과 전문지식의 고양함으로써 급변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동량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 개요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 국어능력검정 모의시험 시행기관으로 지정된 재단으로 국어능력인증시험을 주관하는 비영리법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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