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붉은 분노 ‘적조’

서울--(뉴스와이어)--계속되는 폭염으로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되면 우리는 또 다시 여름바다의 저승사자인 적조가 찾아올 것을 걱정해야 한다. 올 여름도 어김없이 푸른 남해는 붉게 물들었고 어패류의 떼죽음과 망연자실한 어민들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적조(赤潮, red tide)는 일사가 강하여 표층수의 온도가 상승하거나, 담수 유입으로 인한 영양물질의 증가, 무풍상태가 계속되어 해수의 혼합이 저하된 경우 등,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나 대량 번식을 한 결과,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소로 인하여 해수의 색깔이 적색, 황색, 적갈색 등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적조현상을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어류의 호흡 시 아가미에 붙어 어류를 질식 시키고, 대량 번식했다가 죽는 과정에서 호흡과 분해 활동을 통해 많은 양의 산소를 소모하여 수중의 무산소화 현상을 초래, 많은 양의 어류들을 일시에 죽음으로 몰아간다. 맹독성의 플랑크톤이 확산되면서 이들이 내뿜는 독소는 어류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우리말로 '구즛물'이라 불리우는 적조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사절요에 신라 아달왕 8년(서기 161년)에 적조가 나타난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이조실록에는 1403년8월(태종3년) 경남 동례군 기장연안, 고성 거제, 진해 일대에 해수가 황색, 흑색, 적색으로 변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이러한 역사적 기록은 적조현상이 오래 전부터 한반도 나타났고, 자연이변이 아닌 환경재앙임을 분명하게 해주고 있다.

최근 질소와 인산 등의 영양물질이 많이 포함된 생활하수 및 공장 폐수의 유입으로 인한 해양환경오염이 원인이 되어 적조현상의 발생건수나 규모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도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적조발생 기간은 해가 갈수록 장기화 되고 있다. 여기에 피해액 규모도 2000년 2억6000만원, 2001년 84억원, 2002년엔 49억원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2003년에는 215억원으로 다시 급증하였다. 물론 피해규모가 기상여건에 따라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해수의 온도 상승, 강우량의 증가로 인한 담수 유입량 증가, 심각한 해양 오염 등이 해수의 부(富)영양화를 초래하면서 적조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각종 생물이 폐사하며, 폐사된 생물로부터 유기물질이 생성돼 부영양화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적조 방제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조 발생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좀처럼 그 피해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7년부터 적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는 황토 살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로 어류의 아가미에 붙어 질식시키는 코클로디니움이라는 적조생물을 황토의 성분 중 콜로이드 입자에 흡착시켜 침전하게 한다는 원리이다. 여기에 정부는 황토의 구입이 쉽고 가격도 저렴하여 적조 구제에 더 이상 좋은 방법이 없음을 강조하며, 올해도 전남, 경남 등에 총 28만 3000여 톤의 황토를 확보하였다고 너스레를 떨며 적조 피해를 막아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적조 방제를 위한 황토살포는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사후 해결방안으로 일차원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회장 이경율)를 비롯한 환경단체에서는 황토가 바다 밑에 퇴적돼 어패류의 서식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침전물의 증가로 어류양식장과 바다 저층에 살고 있는 다양한 어류들이 아가미 폐쇄로 호흡장애를 일으켜 폐사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토살포의 문제점은 바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대량의 황토를 확보하기 위해 토취장을 만들고 황토채취 과정에서 농경지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중점에 두고 고려해야 할 문제점은 과학적인 성분 조사 없이 살포된 오염된 황토가 바다 밑에 점액질을 형성해 해저 토양을 산성화시키며 철, 망간 등 무기질과 아미노산, 아민 등의 유기물을 발생시켜 적조 생물의 증식을 도와주고 이로 인해 적조현상이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적조 방제를 위해 살포된 황토가 적조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남의 경우 2002년에 4만6000t의 황토를 뿌렸을 때 어류폐사를 비롯한 피해액이 30억원이었지만, 6만3000t의 황토를 살포했던 2003년엔 해수의 부영양화를 더욱 가속화 시켜 피해액이 17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당시 정부의 적조 방제 대책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높아지고 피해 어민들의 잇따른 항의가 있자, 황토 살포를 중단하고 전해수와 황토 혼합, 생석회, 수산화마그네슘을 원료로 적조를 제거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였으나 이 역시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입증자료가 전혀 없고 비용 등의 문제로 결국 그 해가 넘어가자 다시 남해엔 황토가 뿌려지기 시작하였다.

과연, 적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 핑계를 대며 시행하지 않는 것인가?

여름이면 찾아오며 해마다 양이 증가하는 집중호우, 이때 바다로 유입되는 상당량의 육지 유기물질은 적조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육지 오· 폐수 과다 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장과 같은 정화시설의 확충을 통해 육지 오염물질의 유입을 최대한 막는 것이 시급하다. 느린 유속과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적조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성적인 적조 발생지역에 우선적인 정화처리시설 설치와 함께 지속적인 수질 오염 측정, 저층의 퇴적물 분석이 주기적으로 함께 이루어 져야 한다. 설치는 되었으나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부식한 하수처리장 시설은 적조생물 발생을 가속화시킴으로 빠른 교체가 이루어 져야 한다.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기름 유출과 같은 해양 자체에서의 오염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환경용량 한도 내에서 양식 산업을 육성, 친환경적 어업에 대한 지원도 해마다 늘고 있는 적조 현상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황토살포가 곧 적조 방제라는 등식을 이제는 깨야만 한다.

환경실천연합회 개요
환경실천연합회는 환경부 법인설립 제228호, 등록 제53호로 인가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을 보전해 미래의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환경 파괴·오염 행위 지도 점검, 환경 의식 고취, 실천 방안 홍보, 환경 정책 및 대안 제시 활동을 구호가 아닌 실천을 통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 방지 등의 지구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교류 활동을 진행 중이며 UN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의 특별 협의적 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와 UNEP 집행이사를 취득해 국제 NGO로 활동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eco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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