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성명 - ‘한국농업 근현대화 100년’ 기념사업을 반대한다

서울--(뉴스와이어)--최근 농림부와 농촌진흥청이 수많은 예산을 들여 ‘한국농업 근현대화 100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업이 정부 당국자들의 안일한 자세와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한 것이기에 우려와 함께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농업 근현대화 100년의 출발을 일제가 한국농업을 장악하고 수탈하기 위해 1906년 수원에 설치한 권업모범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농촌진흥청 인터넷 홍보물에는 농촌진흥청의 전신이 권업모범장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명시하고 있고, 대회장인 농림부장관과 공동준비위원장인 농촌진흥청장은 인사말에서 1906년 권업모범장의 설치가 우리의 근대농업이 시작이었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권업모범장이 어떤 기구인가? 1906년 일제가 한국을 식량기지화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일본품종의 보급과 이식을 위해 법령까지 만들어 설치한 기구였다. 수원을 택한 것도 이토 히로부미가 농사 지도기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각 지역을 실사케 한 결과였다. 1907년 한국정부에 이양되었다고는 하나 경영방침은 통감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랐고 핵심구성원도 거의 일본인이었다. 일제가 한국을 완전 강점한 뒤에는 조선총독부 산하 식민지 농정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서 일제 농업수탈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일제 수탈기구를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버젓이 농촌진흥청의 전신이라고 내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 근현대농업 100년의 역사적 근거로 포장하고 기념하고 있다. 권업모범장의 역사성과 식민지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도와 기능의 근대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기념하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국치일인 8월 29일 오늘에 대한 기억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식민농정은 애써 부각시키고 있는 피치 못할 사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농촌진흥청은 1999년 정조시대 농업개혁 200주년을 기리며, ‘한국농업연구 200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관련 책자까지 간행한 바 있다. 조선 정조대를 우리 농업과학기술의 기점으로 제시한 농촌진흥청이 난데없이 근현대농업 100년을 기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 당국자들의 역사인식 부재에서 비롯된 이번 행사의 의미와 파장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역사정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때, 정부기관 스스로가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수용하여 일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행사의 주체가 정부기관이란 점에서 그 영향력과 파급 효과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번 행사의 부당성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당국자들은 여전히 궁색한 논리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당국자들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관계기관은 한국농업 근현대화 100년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1. 정부는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라.
1, 정부는 농업박물관 등 불요불급하고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는 현시성 사업계획을 폐기하라.

2006년 8월 29일 국치일에
민 족 문 제 연 구 소

민족문제연구소 개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되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 일제 파시즘 잔재의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minjok.or.kr

연락처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방학진 011-784-1546
* 8월 30일(수) 오전10시 수원 농진청 정문 앞에서 반대 시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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