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 ‘금주의 좋은 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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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6-09-08 09:56
서울--(뉴스와이어)--도서출판 시사랑(대표: 박인과)에서 2006년 9월 8일 ‘금주의 좋은 시’로 진용 씨의 ‘1994년 11월 13일 아침’과 청무 씨의 ‘꿈과 꿈 사이’, 이정자 씨의 ‘연마’를 선정했다.

“이 가을에 회색빛 언어들의 진솔한 삶의 의미들을 달아 놓고 시어들은 또 풋풋한 사과 같은 먼 여행을 갈 것이다. 기진맥진하여 쓰러지는 우리의 여행에 종착역의 의미는 삭제된 언어의 곰팡이처럼 허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쓴다는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고독과 공허를 채워줄 수 있기를 이 깊어가는 계절에 되새겨 본다.”(박인과 문학평론가)고 하며 “우리가 써내려가는 언어의 냇가, 시의 언어의 혈맥에 영혼의 깊은 기쁨과 환희가 젖어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한다.

시사랑에서 ‘금주의 좋은 시’로 선정된 ‘작품’들과 ‘시감상’은 아래와 같다.

▣ 1994년 11월 13일 아침

…………………진용 시인 作 / 서울 강서구

그날
창문을 열면,
가슴을 저리게 하던 사람
잿빛 서울 안개 속에
서 있음직도 하여
말없이 들여다본 쌍안경 속엔
낯선 얼굴들만이
미소를 짓고 있네.

어제도
창문을 열고,
기다리던 사람, 오마지 않은 사람,
홍등색 서울의 밤거리에
자식들을 기다리며
빗속에 서 있음직도 하여
들여다본 쌍안경 속엔
텅빈 흉터만이 일그러져 있었다.

오늘
창문을 여니,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1994년 한국,
서울 안개 속에 내 젊음을 움켜쥔 채
아픔의 기억을 지-일 지-일 끌며
어느새,
망각의 쌍안경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일그러진 주름살은 아프다 호소하고
외면하는 행인들의 팽팽한 얼굴은
나를,
한층 더 애처롭게 하는구나!

♣ 진용 시인 약력
경찰, 소방, 서울시 각처 국가공무원 연수 교수
한국외국어교육협의회 특별위원장
현, 한국비평전문인협회 회장

▣ 시감상: 도서출판 시사랑 제공

진용 시인의 시에서 진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난다. 그리고 ‘망각의 쌍안경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쌍안경의 속의 자아의 거울은 바로 ‘텅빈 흉터만이 일그러져’ 있는 ‘1994년 한국’, 진용 시인이 보기에는 ‘잿빛 서울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는 안개 정국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었다. ‘1994년 한국’은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슴 저리게 하던 사람’, 즉 “1994년 한국=가슴 저리게 하던 사람”의 의미가 깊은 레이어로 포개어져 있다. 아직도 그는 한국의 가슴 벅찬 민주주의의 비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 꿈과 꿈 사이

…………………청무 作 / 인천 남동구


요란하다
꿈에서 깨어난 새벽 요란도 하다
내달리는 여명
벌떡 일어서는 잠들어 있던 의식
비상(飛翔)하는
빛, 푸른 빛 무더기
에베레스트에서 마리아나에 까지 비상(飛翔)이다.

흔적도 없다
사라져버린 여름
골목길 거니는 바람은 반소매 파고 들고
이별의 시간 기호(記號)처럼 번지는 가을날 아침
숨이 멎을 듯한 설렘 타는 냄새
닿고 닳아서 종잇장처럼 얇아진 가슴 출렁이게 한다
아, 인제야 살 수 있을 것 같구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을날 아침 하늘을
첫사랑 소녀(少女)의 눈빛처럼 깊고 푸릇한 하늘 아래
권태롭던 그리움, 낡아 버린 소망
시든 꽃잎에 젖어 햇살에 영롱이는 이슬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아, 인제야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 시감상: 도서출판 시사랑 제공

청무 씨의 작품은 “닿고 닳아서 종잇장처럼 얇아진 가슴”으로 기워내는 청순한 이미지의 행렬이다. 그것은 “벌떡 일어서는 잠들어 있던 의식”, “비상(飛翔)하는 / 빛, 푸른 빛 무더기”, “이별의 시간 기호(記號)처럼 번지는 가을날 아침”, “시든 꽃잎에 젖어 햇살에 영롱이는 이슬처럼” 등에서 상상력의 극과 극을 확장시키는 그만의 언어의 기술을 만난다. 특히, “시든 꽃잎에 젖어 햇살에 영롱이는 이슬처럼”에서는 ‘시든 꽃잎에 젖어있는 이슬’이라는 언어 구조에서 우리는 하나의 모순을 발견한다. 꽃잎이 이슬에 젖어야 하는데 이슬이 꽃잎에 젖어있다고 시어들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뒤엎기’ 작업을 한 것이다. 시어들의 행렬을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뒤바꾸어 생각해보면 길이 보일 때가 있다.

▣ 연마

…………………이정자 作 / 충남 보령시 남포면


똑 똒
용이 올라가는 문
그 앞에서 두드린다

펼쳐진 들판에서도
조가비 속살처럼
하이얀 백지 위에도

널 그리고

그릴거야

돌이 구슬 되고
구슬이
옥이 될 때까지

▣ 시감상: 도서출판 시사랑 제공

이정자 씨의 시는 장인정신이 서려 있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강한 용기와 의지가 돋보이는 시이다. '두드린다'는 표현과 '그린다'는 묘사가 각각 다른 예술적 장르(두드린다=음악, 그린다=미술)를 지칭하는 것 같지만 두드린다는 그리다로 그린다는 두드린다로 즉, '두드린다=그린다'가 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두드리면, 열심히 두드리면, 열린다고 한다(성경에 의하면). 그리고 열심히 그려야 한다. 열심히 그려야 돌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옥구슬 흐르는 은하수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열심히 그리면 열리는 것이고 열심히 두드리면 '돌이 구슬이 되고 구슬이 옥이 되는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삶의 연마의 과정을 잘 스케치하고 있는 것으로서 우리의 삶의 진행 속에서 꾸준히 노력하여 삶을 한 단계 더 승화시켜야 함을 깨우쳐주고 있는 질 좋은 작품으로 보인다. 특히, '똑'에서 '똒'으로 옮겨간 소리의 변화에 대한 의미가 깊어서 '똒'은 바로 장인 정신의 치밀함을 얘기해주는 것 같다. '똑'과 '똒'은 똑같이 닫혀지는 음으로서 소리의 음가는 비슷하게 들릴지라도 시어의 음가는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즉, '똑'하고 석수장이가 돌을 쪼는 소리하고 '똒'하게 두드리는 석수장이의 돌 쪼는 소리는 그 석수장이가 장인이냐(=똒), 아니냐(=똑)의 차이일 것이다. 즉, '똒'하고 들리는 음감은 자음 'ㄱ'이 하나 더 붙음으로 해서 더 세밀하고 내밀한 정신 집중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똑'에서 '똒'으로 옮겨간 과정은 그림을 그릴 때 화룡점정의 기법과 같이 이 시에 'ㄱ'가 더 찍혀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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