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에 천재지변과 같은 영향을 미칠 한미FTA 협상이 중반을 넘기고 있지만, 협정 체결에 대비한 정부의 법,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 작업은 ‘뒷북치기’로 일관하는 기막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그 동안 수차에 걸쳐 한미 FTA 협상의 내용이 현행법(계류법 포함)과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문제 제기한 바, 정부는 “현재로서는 국내 법률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상충하는 부분이 없다”고만 계속 주장해옴(첨부자료 3). 또한 미국이 주법을 포괄 유보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지방정부 제도 가운데 한미 FTA 내용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조항들은 모두 유보”시켜 놓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을 반복해오고있다.

그러나 최근 심상정의원이 입수한 자료인 ‘FTA 서비스·투자부문 지방정부 제도 조사 설명자료(2006.8.25)’를 보면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짐. 재정경제부가 각 지방정부에 보낸 이 자료는 이제야 현행법과 한미 FTA 협상 내용의 충돌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줌.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미 FTA 협상은 3차를 이미 끝났고 10월 23일부터는 4차 협상이 시작될 예정임. 양국은 양허안과 유보안, 개방요구 목록(리퀘스트 리스트)을 서로 제출한 상태이고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하니 시간 경과로만 보자면 협상은 이미 중반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음. 그런데도 이제야 법 충돌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는 정부도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많은 제도의 변화를 포함하게 될 것임. 제도의 변화는 곧, 법령, 규정, 조례 등의 개정을 의미함.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을 제대로 준비했다면 협상의 결과 개정이 예상되는 여러 제도들의 현황(중앙정부 차원과 지방정부 차원), 그러한 제도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 등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이루어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도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은커녕 예상되는 제도 변화 현황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임. 지난 8월 3일 심상정의원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현행 법령과 한미FTA 협정내용 사이 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에야 외교통상부는 각 부서에 공문(2006.8.9 시행)을 보내 국내 ‘현행법령 내용과 미측 요구사항 간 비교 검토’, ‘국회 계류법률안 내용과 미측 요구 사항 간 비교 검토’를 요청함. 한미 FTA의 주요원칙과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제도가 어긋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최근에야 조사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가 각 지방정부에 보낸 “FTA 서비스·투자부문 지방정부 제도 조사 설명자료(2006.8.25)”를 보면 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 제도 중 FTA 주요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을 9월 30일까지 조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의 투자·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negative 방식을 채택함. 이 경우 국내 규제·제도 가운데 FTA의 주요 원칙(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등)에 위배되는 “비합치조치(Non-conforming Measure : NCM)”는 한미 FTA 협상시 유보안에 명시해야 개방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음. 달리 말하면 유보안에 명시되지 않는 규제·제도는 FTA의 적용대상이 되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자료는 “그간의 FTA 협상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비합치 조치를 대상으로 유보안을 작성하여 왔으나,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 제도 중 주요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음. 그러면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해 의도하지 못한 개방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면서, 단기간 허겁지겁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실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방정부에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과거 한미어업협정에서 보듯 협상팀이 실수를 저지를 경우 국민경제(지방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도 있음. 그럼에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그것도 정부일정으로 볼 때 협상을 마무리 해가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한미 협상원칙과 국내 규제·제도의 비합치조치를 조사하는 것을 보면 한미 FTA 준비가 얼마나 엉성하고 졸속인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지금 조사하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협상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임. 지금 정부가 필요한 절차를 한번 거쳤다는 요식행위를 위해 그러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그에 대한 엄청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임. 이런 엉성한 준비 상태로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나라경제의 앞날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임.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을 일단 중단하고 한미FTA가 한국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충분한 준비와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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