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9월 14일자 동아일보(이하 <동아>)에는 허승호 논설위원이 쓴 ‘사과와 아파트’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서 <동아>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 규제일변도의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그것이 최근의 ‘전세대란(大亂)’을 불러왔으며, ‘국토균형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현 정부가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주변 지역의 땅값ㆍ집값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수도권으로 몰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칼럼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위와 같은 논조로 미뤄보건대, <동아>가 주문하는 부동산 정책의 진정한 해법이라는 것은 보유세ㆍ양도세 낮추고, 재건축 규제 완화하고, 대출규제 풀면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동아>의 주장 안에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교묘한 논리가 숨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 모순’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동아>가 제시하는 정책은 ‘대안’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사과와 부동산을 같은 범주에 놓는 것은 무지(無知)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칼럼에서 <동아>는 ‘사과수급조절’을 논리 전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요지는 이렇다. 만약 올 추석에 사과의 공급부족으로 사과 값이 지나치게 높으면, 정부는 사과 수입을 늘리거나, 아니면 사과의 대체제인 배나 감을 넉넉히 공급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듯이, 현재처럼 부동산이 고가(高價)일 때는 공급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급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래에서 다루도록 하고, 먼저 사과와 부동산(정확히 말해 ‘토지’)을 같은 범주로 다루는 오류부터 검토해보자. 부동산(토지)과 사과는 다르다. 먼저, 사람은 사과 없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이 발 딛고 사는 토지 없이는 살 수 없다. 위 칼럼이 지적하였듯이 사과는 배나 감과 같은 대체제가 있지만, 토지는 대체제가 없다. 둘째, 사과는 필요하면 증산이 가능하지만, 토지는 그럴 수 없다(不增性). 셋째, 사과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없지만, 토지에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상존(常存)한다. 사과에 투기가 없는 이유는 저장이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감가(減價)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는 사과처럼 보관할 필요도 없으며, 현재와 같은 제도 하에서는 감가 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增價)될 수 있다.

사실 사과와 토지가 다르다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조금만 관찰하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토지와 사과가 본질적으로 또 경제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동아>가 몰랐다고 할 수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동아>의 주장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동아>는 반드시 경제학을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뭐라 해도 <동아>는 우리 사회를 올곧게 이끌 책무가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과와 토지가 다르다는 것을 <동아>가 알면서도 ‘사과수급론’으로 칼럼을 시작했다는 가정(假定)일 텐데, 이것은 결국 <동아>가 의도적으로 본질을 왜곡시켜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어, 결국 다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2. <동아>의 비판과 대안은 ‘투기는 좋은 것’이므로 장려해야 한다는 말

이렇게 교묘하게 사과와 부동산을 비교하면서 <동아>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다. 비판의 대상은 현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담보대출규제, 재건축규제,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등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위와 같은 정책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고 미흡하여, 사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정ㆍ보완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조치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동아>는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조차도 해체하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다. 그것도 쉼 없이 말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분양권 전매를 자유롭게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 담보대출규제를 풀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거기에다 보유세와 양도세까지 낮추게 되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동아>가 주문하는 대로 이것들을 동시에 실시하면 부동산투기의 광풍이 불어 토지ㆍ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 뻔하고, 그 과정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은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얻을 것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멀어져 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멍하니 쳐다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한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경험처럼 삶 자체를 포기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동아>가 슬그머니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은 획기적인 공급확대이다. 이것은 <동아>가 사과와 부동산을 동일시하면서 “수급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취약하다”라고 하는 데에서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동아>는 지금 수도권 도처(특히 강남)에 1가구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그들이 아직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현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그것을 증명하는 각종 통계수치를 못 봤단 말인가?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할 때 공급확대를 하면 그것이 투기의 불쏘시게 역할만 한다는 것을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많이 경험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실수요 대비 공급의 과잉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져서 종래에는 건설 경기와 경제 전반에 큰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동아>가 진짜 ‘수급불균형’을 말하려면 먼저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고 나서, 다시 말해 토지ㆍ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실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 후 공급을 늘리자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짜 시장경제를 구현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동아>가 비판한 정책들은 폐기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정ㆍ보완ㆍ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동아>가 주장하는 바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거나 말거나 투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 그것이 시장경제다!”라고.

3. <동아>는 전세시장 불안을 걱정하기 전에, 부동산 정책의 제1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라

<동아>는 계속해서 최근에 발생한 전세시장 불안도 정부의 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동아>가 이런 주장을 하는 목적이야 어디 있든 간에 현재 전세시장이 불안하다는 말 자체는 맞다. 정부는 “전세시장 불안이 이사철, 결혼시즌 때문”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원인이다. 문제의 원인은 정부의 보유세ㆍ양도세 강화 등으로 주택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기(適期)에 손쉽게 팔기 위해서, 그리고 워낙 금리가 낮기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 반면에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어디까지 하락할지 모르니까 주택구입을 보류하고 전세로 계속 살려고 한다. 한마디로 전세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정책이라도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적용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부작용이 전혀 없는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1차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두말할 필요 없이 전 국민이 합의하는 1차 목표는 토지ㆍ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지속적으로 수정ㆍ보완ㆍ강화되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정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동아>에게 묻고자 한다. <동아>가 바라는 부동산 정책의 제1목표는 무엇인가? 부동산투기의 방조인가? 아니면 토지ㆍ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인가? 만약 후자라면 <동아>는 정부의 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정ㆍ보완ㆍ강화하라고 하면서, 정부가 놓치고 있는 전세시장 불안의 해소 방안을 제시해야 옳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동아>의 기사와 본 칼럼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동아>의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전자(부동산투기 방조)인 것 같다. ‘전세대란’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정부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전세대란’이 일어났으니 정부정책을 철회하고 마음대로 하게 놔두라는 듯 한 뉘앙스의 칼럼은 쓰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4. 획기적 공급확대론을 주장하면서 토지보상비를 걱정하는 이중성

<동아>는 현 정부가 국토균형개발을 내걸고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풀린 토지보상비 때문에 주변의 토지ㆍ주택가격이 급상승하고, 그것은 다시 토지보상비를 올리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가격이 현재처럼 높은 상태에서 개발정책을 추진하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쓴 후, 다시 말해서 토지가격을 지금보다 상당히 낮춘 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동아>는 보유세ㆍ양도세의 지속적인 강화를 통한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를 반대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장치마저도 제거하라고 하면서, 다시 말해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주문하면서, 그 토지보상비가 문제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닌가? 한편 <동아> 주장의 무책임성과 이중성은 <동아>가 주장하는 ‘공급확대’가 필연적으로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데서 확연히 들어난다. 공급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수도권 일대에 상당한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이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동아>가 걱정하는 천문학적인 ‘토지보상비’가 풀려서 부동산투기가 들불처럼 번지지 않겠는가?

‘토지보상비’ 때문에 개발지역 인근의 토지ㆍ주택가격이 상승했다고 비판하는 칼럼에서, 그나마 토지보상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장치를 제거하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공급확대를 하라고 하는, 이런 칼럼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컨대, <동아>의 이와 같은 주장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부동산투기를 걱정하면서, 토지ㆍ주택가격이 높다고 하면서, 그것을 억제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제거하라고 하는 이중성. <동아>여! <동아>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인가? <동아>는 진정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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