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총장 정창영
1. 2005년 경제환경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경제는 전반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내온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출이 두 자리 수로 증가하는 등 사상 최고수준의 호황을 누리긴 했지만 한편으로 내수는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민간소비는 사상 최장기간 동안인 6분기째 감소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투자는 지난 2/4 분기부터 반등을 시작하긴 했으나 반등세는 상당히 미약합니다. 그동안 내수를 그나마 지탱해주던 건설투자도 이번 3/4분기 들어 증가세가 1%대로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 예외 없이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도성장을 이루었었는데 요즘에는 수출이 아무리 늘어나도 내수는 계속 감소하기만 하고 성장률도 4~5%밖에 되지 못하는 전례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수가 이렇게 부진하다보니 수출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지만 도소매·음식·숙박업,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기타 서비스업과 같은 내수산업들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1~2002년 동안 빚잔치를 벌인 후유증으로 2003년부터 지난 2년 동안 신용불량자수가 폭증하였습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금년보다 다소 둔화될 뿐 아니라 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 증가율도 금년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수출이 둔화되면 우리경제의 성장률도 낮아질 것입니다. 이제까지 나온 경제전망을 보면 내년 성장률은 4%대로 금년보다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기관들은 3%대로 보기도 하며 심지어 어떤 해외기관은 2%대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수출이 둔화되는 것이야 우리나라 교역상대국들의 경제사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수출이 둔화되기 때문에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내수인데,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분석한 최근자료를 보면, 다행히 우리나라 내수가 이제는 최악의 단계를 서서히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 말까지 소비가 감소하기는 하겠지만 내년부터는 조금씩이나마 회복을 할 것이고, 소비가 회복됨에 따라 설비투자도 가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작년과 금년에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소비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지만 내년에는 수출이 둔화되면서 수출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지고, 소비는 금년과 달리 조금이나마 증가하기 때문에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내년에는 수출둔화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완전히 상쇄할 만큼의 여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만 수출둔화를 조금이나마 완충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작년과 금년 내내 수출이 매우 활발하였으나 내수가 부진하였기 때문에 성장률에 비해 체감경기가 굉장히 나빴던 것과는 반대로 내년에는 수출이 둔화되어 성장률이 좀 하락하더라도 내수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날 것이므로 체감경기는 금년보다 훨씬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신용불량자수도 조금씩이나마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소비심리도 서서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함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서비스 산업들도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에 따라 고용도 꽤 많이 늘어나며 실업률도 금년보다는 조금 낮아질 것 같습니다.
결국, 작년에서부터 금년까지 계속되었던 성장패턴, 즉 수출주도의 성장패턴이 내년에는 상당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성장률 둔화, 내수의 소폭 회복, 그리고 세계경제의 둔화 및 환율의 급격한 하락 등은 내년 중 우리기업들이 당면하게 될 중요한 환경변화라 할 것입니다.
2. 기업의 대응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해 얼마 전부터 비관적인 견해가 하나의 유행처럼 만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식 장기침체에 돌입하였다, 성장동력을 상실하였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지난 2년 간 우리경제가 수출호황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이런 비관론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직까지도 우리경제에 관한 뉴스는 good news보다는 bad news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무슨 일만 생기면 우리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뉴스가 뒤따르곤 합니다. 사실 어느 모로 보나 우리경제의 앞날은 밝지만도 않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메가 콤페티션의 시대에 진입한지 이미 오래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로부터 금융자금과 투자의 기회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초 고비용구조를 견디다 못한 일본기업들이 동남아로, NIEs 지역으로 탈출하였던 당시와 똑같은 고민을 지금의 우리경제가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10여년 전의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이 훨씬 더 진전되었으며 중국이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경제가 우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등, 어찌 보면 당시의 일본보다 현재의 우리경제의 처지가 더 열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경제연구소나 정치권, 일반 소비자와는 달리 우리 기업들만큼은 그러한 비관론에 매몰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비관론에 젖어있는 기업은 판단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행동이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도 위험하지만 지나친 비관도 그에 못지 않게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우리의 경제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방향도 반드시 유리한 방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환율의 경우는 심각한 위협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가 있을 당시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3~4%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의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6%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대 중반이후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1987년과 1988년 각각 96억달러 및 86억달러에 달하던 대미 무역흑자가 불과 3년 뒤인 1991년에 3억달러 적자로 완전히 소멸되었던 경험을 상기하면 앞으로 국제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우리경제도 심각한 변화를 겪게 될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당면하여, 그 변화의 방향이 아무리 불리하고 경제연구소나 소비자들이 아무리 비관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기업만큼은 소극적인 비관론보다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비관주의를 극복하는 용기와 자신이 넘치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가 힘이 나는 것이요, 우리나라의 앞날에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잭 웰치 前 회장은 “우리는 변화를 위협이나 위기로서가 아니라, 항상 흥분과 찬스의 원천으로 인식한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변화(Change)와 기회(Chance)는 알파벳 한글자의 차이에 불과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암울한 시기에도 이런 용기와 비젼을 잃지 말기를 바랍니다.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지는 대로 기업내부의 비효율성을 고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화를 바꾸어 복으로 만드는 지혜와 도전 정신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서 사업을 재구축하며, 자신의 사업내용을 재정리하고, 참신한 조직으로 신기술, 신상품,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더라도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기업은 물론 우리경제의 사활이 달려있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위기 이후 지난 몇 년 동안의 흐름을 보면 우리경제에는 파괴만 있었을 뿐 창조가 별로 따르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새로 생겨난 우수기업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실투자가 일거에 사라지고 현재 기업들은 많은 순익을 내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손해를 보면서라도 투자를 무리하게 늘이는 기업은 이제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투자가 너무 소극적이었지 않았나라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를 안 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만들어 놓은 자산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재의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돈을 벌 자산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는 이익을 줄이더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창조의 마인드가 부족하다보니 투자도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업의 성공은 정부의 정책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이론이나 경제이론에 달려있지도 않습니다. 기업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기업가의 비젼, 직관, 그리고 용기, 시장의 흐름을 읽는 힘 같은 것이 정부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업가가 아무리 훌륭하고 똑똑하며 솜씨가 좋다고 해도 기업의 미래는 결국 기업가가 채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기업가의 능력은 그때 그때의 대차대조표를 잘 맞추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든 직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느냐, 어떻게 하면 모든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자신을 따르도록 만드느냐, 어떻게 하면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만드느냐에 있습니다.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대차대조표의 성과는 저절로 뒤따르는 것입니다.
내년의 경제환경은 우리기업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도전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내년의 상황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든,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우리기업들은 도전을 기회 삼아 비젼과 용기를 가지고 우리경제를 이끌어 가기를 바랍니다.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은 창조의 주체가 정부였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조의 주체는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끌어 가는 경제가 아니라 기업이 이끌어 가는 경제여야 하며, 정부의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무기력한 기업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꿋꿋하게 번창하는 강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질의1) 2005년 낙관적인 전망 한두가지만 말씀?
(답변1) 신용불량자수, 가계부채가 감소함으로써 미약하나마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임. 수출도 급격한 환율하락이 걱정되지만 미국 등 세계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로 세계경제도 올해와 비슷하게 양호할 것임. 소비심리회복과 수출의 견고한 증가세 조심스럽게 낙관해 봄.
(질의2) 한국의 강성노조가 경제에 짐이 되는데?
(답변2) 현재 우리 노조운동은 전체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함. 일부 기득권 근로자층의 노조가 강성 노조 운동을 리드하는 경향이 큼. 강성노조운동은 구시대적 관행이라고 생각하며 투쟁은 충돌을 야기함. 양보와 타협, 협력이 중요함.
대한상공회의소 개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적, 세계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유일의 종합경제단체로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우리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korcham.net
연락처
홍보실 김문한 과장 02-316-3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