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내년도 국제유가 안심해도 되나’
이와 같은 하락세는 지나친 유가 급등에 대한 경계 심리와 함께 국제금리의 상승, 세계경기의 둔화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었지만(이지평, 유가와 국제금리의 향방, LG주간경제,2006.4.20), 최근 들어서 하락세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주택을 비롯한 미국경기의 둔화와 함께 휴가철의 드라이브 수요가 마감된 데다 레바논 전쟁도 휴전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에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가속화되었다고 할 수있다. 이와 같은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인가?
과거 수년 동안 고유가 현상을 부채질했던 산유국들의 생산 여력 부족 문제, BRICs 등 신흥국의 고성장, 이란 핵 문제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등에는 아직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장기·구조적 고유가 트렌드에 변화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이지평,고유가 현상이 10년 갈 수도 있다, LG주간경제,2006.5.4). 다만, 그동안 고유가 현상을 부채질해왔던 투기적 수요가 선진국들의 금리상승세로 인해 다소 주춤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내년도 세계경기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국제유가의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속의 석유수요 확대 지속
앞으로의 국제유가 향방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는 세계경기와 석유수요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동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2003년 이후 4~5%에 달하는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며, 금년에도 5%에 육박할 전망이다. 세계경제가 4%를 넘는 성장률을 4년 연속 기록하는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석유수요는 증가세를 보여 왔다.
IMF(국제통화기금)의 9월 전망치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금년도 5.1%에서 2007년도에는 4.9%로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도의 성장 둔화에 그칠 경우 세계 석유 수요는 건실한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전망기관들도 석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IEA(국제 에너지기구)의 9월 전망에 따르면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은 2006년의 1.3%에서 2007년에는 1.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처)의 9월 전망에서도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은 2006년의 1.4%에서 2007년에는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7년도의 세계 경제성장률이 다소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2007년도의 석유 수요증가율이 2006년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와 금리 향방이 변수
세계경기가 IMF 전망보다도 크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IMF도 이번 전망에서 세계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될 리스크를 경고 하고 있다. 만약 세계경기의 하락세가 예상보다도 커질 경우 국제유가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급락 리스크에는 미국주택 시장의 붕괴와 함께 유가 급등 우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가의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선진권의 물가 불안과 함께 국제금리의 상승세가 계속돼 세계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현재 정도로 안정될 경우 세계경기의 둔화가 완만한 수준에 그쳐 물가압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는 선진권의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금리상승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금리의 상승과 함께 다소 위축된 국제유동성의 증가세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원유 등 국제상품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비실수요 투자 자금이 원유시장에서 크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시장에서 비실수요자들의 선물 및 옵션 등을 포함한 롱포지션(매입초과)은 7월 중순 1억 배럴 수준에서지난 9월 5일 기준으로 7천만 배럴 정도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매입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과 달리 15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각국의 연금 자산은 BRICs의 고성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계속 상품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거대한 펀드 자금의 지속적인 매수우위 포지션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유가 하락 압력
한편, 세계경기 및 석유수요의 하락을 초래할 수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서는 미국 주택경기의 급락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판매 및 주택건설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 부문은 미국경기에 대한 하강 압력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그동안 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소비자의 실질구매력 하락 효과를 억제해 왔다. 모기지 론을 활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은주택가격 상승 시에 확대된 부동산 담보가치에 맞추어 부채를 늘려 소비를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가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를 상쇄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둔화로 미국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소비 확대 패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경우 미국 소비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석유 수요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스티그리츠교수는 미국주택시장 붕괴로 미국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주택가격의 둔화와 함께 국제금리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데다 국제유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 미국 주택시장과 경기의 소프트랜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간내에 석유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철 난방수요의 향방과 OPEC의 감산 여부
금년 후반 이후 내년 초에는 미국의 겨울철 난방수요도 국제유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원유와 함께 난방유 재고가 확대되고 있으나한파 여부에 따라서 전반적인 제품 수급이 타이트해 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지난 9월 11일의 총회에서 현행 2,800만 배럴/1일의 생산쿼터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감산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이번 총회에서 OPEC은 최근의 급격한 유가하락세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OPEC은 난방수요의 영향이 미미해 4/4분기에도 지속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경우 12월에 있을 임시총회 이전에도 의장 권한으로 긴급총회를 개최하여 감산에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
OPEC도 기본적으로는 지나친 고유가가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과거에 비해 높은 유가 수준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은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석유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동안에 경제개발을 이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있다. 특히 과거 유가파동기에 비해 중동 산유국들의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20~30%에 달하는 고실업문제에 고전하고 있어서 고유가로 확보한 자금을 경제개발에 활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동지역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외국기업에게 경제개발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부대조건을 가하는 경우가늘어나고 있다. 이는 석유자원 개발의 중심이 자연조건이 혹독한 오지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석유개발 프로젝트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으며, OPEC의 고유가 정책의 배경이 되고있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4/4분기 이후 배럴당 50달러대로 계속 하락할 경우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 문제 등 공급불안 요인이 문제
공급측면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서 이란 핵 문제가 있다. 이란 핵 문제는 앞으로 국제유가 및 세계경제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UN안보리는 지난 7월 말에 이란 핵 개발 중단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란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국들이 대 이란 경제제재에 합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대 이란 경제 제재에 적극적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는 소극적이며, 유럽도 강경책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도 이란의 대형 유전인 아자데간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이를 포기하고 경제제재에 참여할 경우 상당한경제적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대한기습으로 시작된 레바논 전쟁이 이스라엘 측의 큰성과 없이 휴전 상태로 들어가게 된 것을 보고, 헤즈볼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대한 이란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친 이란계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을 통해 아랍 세계에서의 지지를 확보하였고, 지도자인 나스랄라씨의 위상도 강화되었다. 이라크에서의 친이란계 시아파의 신장과 함께 아랍 각국에서의 시아파 세력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라크를 기반으로 하여 미국식 민주주의를중동전역에 확산시켜서 역내 정치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중동 구상은 주권과 군 작전권이 이라크 정부에 이양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전위기에 처한 이라크내 상황이나 레바논 전쟁으로 큰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의 중동전략은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란이 핵 무장에 성공하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미국이 금년 하반기나 내년 중에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으로서는 이란 등의 지역 내 패권을 인정하는 선택은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정책을 계속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UN 차원의 합의가 어려울경우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제재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세계경제의 향방이 미묘한 시기에 대이란 제재조치가 단행되고 이란이 제재 참여국등에 대한 석유수출을 삭감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의 경우 성과가 미진했던 레바논전쟁의 결과에 대해 국내여론이 강경해지고 있다. 헤즈볼라의 계속되는 미사일공격으로 오히려 이스라엘 국민들의 단결심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지원 없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돌발적인 군사 모험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다.
국제유가 안정 기조 예상
이상 국제석유시장을 둘러싼 단기적 요인들을 종합하면 이란 핵 문제가 돌발 변수이긴 하지만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OECD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금년 상반기에 둔화되기 시작했다. 경기둔화와 석유 수요감소간의 6개월 정도의 시차를 고려하면 금년 하반기 석유수요는 계속 건실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의 경우에는 세계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석유 수요 신장세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경기 둔화와 석유 수요 감소에대한 전망으로 금년 말에서 내년 초에는 국제유가가 WTI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배럴당 5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제금리의안정세와 함께 세계경기의 둔화도 소폭에 그칠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유가가 하락할 경우OPEC이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여 2007년 평균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예상된다.
물론, 국제석유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변수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사실, 과거 수년 동안 세계유수의 석유시장 전문 기관들의 유가전망치는 실적치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내년에도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악화에 따른 유가급등,미국 주택시장과 경기의 경착륙 및 세계경기 후퇴에 따른 유가 급락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상존하면서 유가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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