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성명-청와대는 엉터리 숫자 놀음으로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라!
한 마디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수 많은 학자와 농업전문가들이 몇 십년동안 풀지 못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원장조차 ‘한국농업에 있어 개방은 답이 없는 숙제 풀이’와 같다고 말하는 마당에 농업의 문외한인 청와대 홍보수석이 어떻게 그렇게 쉬운 숙제 풀이를 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누가 써 준 엉터리 답안지를 무작정 뺏겨놓고는 숙제 다 했다고 온 동네 떠벌리고 다니는 초등학생을 보는 것 같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번 청와대 발표는 ‘쌀만은 지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4차 협상전에 수정양허안을 제시해야 하는 정부가 농민단체와 국민들에게 ‘280여개의 품목(HS 집단)을 협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기 위한 교묘한 수순임을 알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쌀의 경우 이미 2004년에 WTO틀 안에서 다자간 협상을 끝냈고 모든 FTA는 WTO 내에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감안할 때 애초에 협상의 대상도 아니고, 당연히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할 것임’에도 마치 쌀을 지키면 협상을 성공한 마냥 여론몰이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청와대는 정확한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나온다며 출처도 불분명한 통계를 제시하며, UR의 강(江)도 잘 건넜고, 한칠레 FTA도 우려와 달리 피해가 거의 없었으며, 한미 FTA에 있어서도 쌀을 제외하면 미국과의 FTA에서 경쟁력없는 품목의 비중은 2%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수치를 믿을 줄 모르지만, 350만 농민들은 현실을 믿는다. 그 이유는 현실만큼 정확한 통계는 없고, 현실만큼 정확한 정책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이 UR의 강(江)을 건너느라 농가부채는 4배로 증가했고, 농민은 절반이 익사해 350만만 건넜으며, 그나마 젊은 농민들은 산으로 도망가고 강을 건넌 농민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농민들뿐이다.
한칠레 FTA가 체결되고 과수농가의 폐원이 줄을 이어 정부가 책정한 폐원지원액의 한도가 넘어 예산을 증가시킬만큼 예상보다 피해가 큰 것이 현실이며, 농민들 대부분이 미국과의 경쟁력 있는 품목이 2%도 안 된다고 믿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시킨대로 규모화 했더니 규모있게 망한 것이 현실이며,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망하고, 반대로 하면 돈이 된다’는 것이 여전히 농민들의 생존전략인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가 스스로 밝혔듯이 농업농촌의 발전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없다. 문제는 전통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농업이 아니라, 후진국보다 못한 농업관으로 투철히 무장한 관료들이 문제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겉으로는 ‘작지만 강한 농업’을 외치고 실제로는 ‘중요하지만 포기할 농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 아래서는 죽지 못해 사는 농민들의 현실은 절대 바뀔 수 없다.
이 나라 관료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농업정책을 세우는 한 정부와 농민은 영원히 건널 수 없는 강(江)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당연히 지켜야 할 쌀을 지키는 것이 마치 한미 FTA의 성공여부인 것 마냥 국민들을 호도하는 기만술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
2006년 9월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문경식(文庚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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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6일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