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한미FTA 서비스 유보안에서 빠져
1. 게임산업, 서비스 유보 안에서 누락
한미 FTA 협정 “레크리에이션·문화·스포츠서비스” 분야의 우리 쪽 유보안에는“투기 및 도박서비스”(카지노: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경륜·경정: 경륜·경정법, 경마 : 한국마사회법 등)가 포함되어 있어, 이 분야에서 한국정부는 미래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국에 확산되어,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도박 천국으로 만들고 민생파탄의 또 다른 계기를 제공한 사행성 게임의 경우, 공식적으로 도박이 아닌, 게임에 속하기 때문에, 이대로 한미 FTA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서 게임업을 벌일 경우, 한국 정부는 제2, 제3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발생해도 어떤 정책적 개입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정책적 개입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미국자본은 “국가 상대 제소권”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다.
2. 게임과 도박의 경계?
정부는 정책의 실패였다고 말하지만, 양적 팽창에 초점을 맞춘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수단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규제완화 정책을 펴온 결과 100여 곳이던 성인오락실이 2만 곳으로 늘고, 시장은 3,000억 규모에서 100배 넘게 커졌으니 게임인구의 폭발적인 성장과 게임산업의 확대란 측면에서 정부는 실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뒤늦게 지나친 성공이 거둔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 여당을 비롯해 각 정당들이 앞 다투어 게임의 사행성 부분을 제거하는 개정안을 내놓고 있으나 문제는 도박과 게임의 모호한 경계이다.
일단 사법부는 “건전한 상식에 비춰 과도한 사행성이 인정되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규정에 따르면 사행성 기준을 “과다한 배당이 있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사용자 상호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결과에 따라 상호손익이 직거래되는 내용” 등으로 되어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게임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사행성 게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 기준은 불분명한 상황이고 게임 제작업자 및 온라인 게임 제공업체들도 사행성 규정 자체가 모호하며 게임성과 사행성 구분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사행성에 대한 사회의 명확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며, 현존하는 바다이야기의 사행성은 공통으로 인정되는 바이나, 앞으로 나타날 신종게임들의 사행성여부를 미리 규정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는 없다.
3.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모든 사행성게임이 차단될까?
온 사회가 목청껏 그 폐해를 성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곧 바로 다뤄질 전망이다. 각 당이 제시하는 사행성 게임 제거를 위한 해법은 사행성 게임의 확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상품권 제공을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되어, 상품권을 통한 환전가능성이 차단되면, 게임산업에서 사행성은 완전히 제거되며 어떤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계속 게임산업을 진흥해 나갈 것을 밝히고 있고,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가장 왕성한 랑데부가 이루어지는 게임산업에서, 자본을 확대 재생산해내기 위한 무한대 기술적 편법들이 활개치고 있는 21세기식의 파라다이스에서 또 다른 방식의 게임이 사회질서를 교란하며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4. 알 수 없는 미래를 저당 잡혀야 하는 네가티브 시스템의 함정
더구나 우리가 미국과 진행하는 FTA협상은 네가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유보사항으로 미리 정해놓은 사항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진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산업, 게임방식이 그 거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NAFTA에서 멕시코와 달리 문화를 예외로 규정했었던 캐나다도, 체결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산업의 다양한 영역들이, 네거티브 방식에 의해, 대거 미국의 질서 속에 편입되는 길을 걸어야만 했다. 항상 신종의 형태와 유형이 발생하는 서비스분야에서 네가티브 방식으로 협정을 진행하는 것은 가능한 한 최소의 예외조항을 두기 위한 과도한 시장주의의 발로로 스스로의 발목을 조이는 자살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미래에 나타날 신종게임을 예측할 수 없고 거기에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진출하여 개입하는 하면 적절하게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미 FTA의 심각성이 있다.
5. NAFTA가 전하는 사례
* 미국 Thunderbird Gaming사 대 멕시코 정부 사건-도박(자료 : 외교통상부 보고자료)
Thunderbird Gaming사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1990년대 이후 멕시코, 파나마,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니콰라과 등 다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투자를 확대하여 사업을 확장했다. 2000년에 Thunderbird사는 멕시코 정부에 멕시코 내 영업장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허가를 요청했다. 당시 멕시코는 도박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는 “영업장 내 기계는 슬롯 머신과 같이 확률에 의하여 게임 결과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기술과 증력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고 설명”하면서 허가를 요청했던 것이다.
멕시코 정부가 사업허가권을 부여함에 따라, 이 회사는 멕시코 내 3개 영업장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멕시코 정부는 이 회사의 영업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이 회사가 주장과는 달리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운과 확률에 의하여 작동되는 것임을 확인하고 이 회사 영업장들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렸다. 2002년 8월에 이 회사는 이 결정 및 조치를 NAFTA 위배라고 주장하며 멕시코 정부를 제소했다.
6. 정부는 유보안 작성에서 치밀한 검토가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대통령 조카 개입설로 폭탄처럼 갑작스럽게 정국을 뒤흔들어 놓은 사행성게임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다행이도 언론과 전 사회의 무서운 질책은 정치권으로 하여금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불가피한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사행성 게임산업이 전국 방방곡곡을 패가망신시키고 있던 지난 7월, 우리 쪽의 서비스 유보 안은 미국의 손에 건네졌다. 우리 관료들이 작성한 리스트에 의하면 세계 1위의 게임산업국 미국이 한국에 진출, 바다이야기를 능가하는 게임의 라스베가스를 만든다 해도, 한국정부는 손가락만 빨고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책의 실패는 법을 개정해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지만, 한 번 잘못 맺은 FTA에서는 외양간 고칠 기회조차 차단되는 걸 우리의 협상단은 몰랐던 걸까? 아니면, 이 정도의 손해쯤이야 미국 수준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얼마든지 희생으로 바쳐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상납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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