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무역협회 ‘제 눈에 들보’는 못 보나”
우선 환율이 하락하게 된 원인은 미국의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가 불러온 달러가치의 하락에 있지 국회의 외평기금 논의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율이 조금 떨어질 때마다 과민반응을 보이며 정부 개입을 요구해온 무역협회 집행부의 처신이 환율을 급락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역협회 집행부는 그 동안 환율이 하락할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수출기업 위기론’을 거론하며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줄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러한 요구는 대체로 받아들여졌고 그 결과 늘어난 외환보유고는 곧바로 다시 환율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결국 환율이 다시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무역협회 집행부는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급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환율 하락에 자신들의 단견이 작용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무역협회 집행부는 추세적인 환율하락에 대응해서 회원사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하기보다 정부 지원 압박이라는 손쉬운 방식에 안주해왔다. 환율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데 따르는 비용, 곧 내수위축이나, 수입 원자재가격의 상승, 그것이 수출 가격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높은 상품가격, 환투기꾼들이 얻는 거대한 투기이익 등은 아랑 곳 않고 그저 눈앞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주문했지만 이것이 지금은 수출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출 기업을 돕겠다는 무역협회 집행부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회원사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는 셈이다.
무역협회 집행부는 외평기금 손실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모하고 엉성한 외환정책, 그와 연결된 외평기금 손실은 참여정부의 최대의 실패에 속한다. 외평기금 손실액은 그 규모가 막대한데다 더욱이 손실이 발생하는 과정 자체가 참으로 어처구니없어서 기가 막힐 정도이다. 하나의 예로 재경부는 외평기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NDF 시장에서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그런데 파생상품은 그 특성상 증거금은 물론 계약금까지 하루아침에 날아 갈 수 있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국가 예산의 절반에 이른다. 외평기금의 손실이 발생한 원인은 일차적으로 재경부의 무모한 환율 ‘도박’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개입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무역협회 집행부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외평기금 손실 문제는 쉬쉬하면서 덮어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감사를 통해 그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그러한 손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역협회 집행부도 대오 각성해서 과거 개발연대식의 정부지원에만 기대려는 안이하고 구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연구·조사·예측 능력, 그에 바탕을 둔 대응능력을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단견에 사로잡힌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조직이 아니라 수요자(회원)중심의 협회를 꾸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무역협회 집행부는 환율 급락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기에 앞서 스스로 회원사와 국민에 사죄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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