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축소 의혹
의문의 출발점은 건교부 발표의 근거자료로 제시된 국토연구원 보고서 <2005년 주택수요조사 연구>와 건교부 발표 내용이 다르다는 데 있다. 2005년 12월 31일 제출된 <주택수요조사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 가구의 21.1%인 332만 가구로 5년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있다.
이같은 차이에 대해 건교부는 2006년 9월 19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기준을 잘못 적용했기 때문에 재분석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최저주거기준의 목욕시설은 ‘온·냉수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 데, <주택수요조사 연구>에서는 ‘온수시설을 갖춘 목욕시설’로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년 내내 찬 물만 나오더라도 목욕시설만 있으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지 않는 데 이를 빠뜨렸다는 것이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목욕시설을 과연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서 제외해도 좋은가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답변이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건교부 답변대로라면 당연히 목욕시설 항목이 포함된 시설기준에서 미달가구수가 줄어들고 다른 기준 항목에서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표 3>에서 보듯이 시설기준 미달가구수는 177만8천 → 193만6천가구로 오히려 15만8천가구가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변화가 없어야 할 침실기준 미달가구수는 155만 → 37만7천가구로 무려 117만 3천가구나 줄었다. 면적기준 미달가구도 63만 1천 → 74만 6천가구로 11만 5천가구가 늘었다.
즉 목욕시설이 포함된 시설기준이 아니라 침실기준에서 대부분의 가구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는 ‘온수 목욕시설’이 아닌 다른 항목의 변화를 주었다는 뜻이 된다.
‘2005년 12월 31일 제출된 국토연구원 보고서가 최저주거기준 중 목욕시설을 잘못 적용했기 때문에 재분석을 실시한 것’이라는 건교부의 답변은 국토연구원이 2006년 9월 25일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심상정 의원실이 2006년 9월 22일 <주택수요조사 연구> 책임자에게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통계를 재작성한 이유를 문의했을 때만 해도 국토연구원은 건교부와 똑같이 ‘온수시설로 기준을 잘못 적용했기 때문’이며, ‘온수시설과 전체가구수에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 말고는 다른 모든 기준은 똑같이 적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실에서 ‘그렇다면 시설기준 미달은 줄고 침실기준 미달이 크게 늘어난 재분석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처음 안 사실’이라며 ‘두 통계를 재검토해 원인을 찾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국토연구원이 2006년 9월 25일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종전 입장을 번복해 “<주택수요조사연구>는 ‘온수 목욕시설’로 분석한 게 아니고 ‘냉·온수를 포함한 목욕시설’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 2005년과 2006년 분석결과의 차이점
(국토연구원이 2006.9.25 심상정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중에서)
4. 시설이용기준
○ 2005년 분석에서 시설기준으로는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시설이 사용하였음
○ 온수시설 여부를 시설기준으로 포함하여 분석한 결과도 있으나 보고서에 기재된 수치는 온수시설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임
○ 2006년 분석에서 분석대상에서 제외된 가구를 포함하고 가중치(1.1131)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2005년 분석한 결과와 동일한 수치가 산출됨
2005년의 ‘332만 가구’ 통계와 2006년의 ‘255만 가구’ 통계는 모두 ‘냉·온수를 구별하지 않는 목욕시설’을 기준으로 시설기준을 분석한 반면, 거실·식당·식당겸 거실 등의 포함여부 등 다양한 항목에 변화를 주고 전체가구수 변화에 따른 가중치를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최저미달가구 규모가 76만7천 가구, 23%나 줄어들었다.
결국 겉으로는 사실과 다른 ‘온실 목욕시설’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항목에 변화를 줌으로써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규모’를 줄이는 결과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건교부는 왜 ‘332만 가구’를 9개월 동안이나 채택하지 않고 공식발표를 미뤄왔을까?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의 <주택수요조사연구> 책임자가 똑같이 ‘온수 목욕시설’기준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332만 가구’를 채택하지 않고 재분석을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주택수요조사연구>가 ‘온수 목욕시설’기준으로 분석하지 않은 것이 드러남으로써 재분석을 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이 의혹은 ‘2005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가구의 21.1% 332만 가구’라는 <주택수요조사연구> 보고서가 제출된 뒤 공식통계 발표를 미뤄오던 정부 각 부처가 재분석을 거쳐 ‘16.4% 255만 가구’라는 통계가 나오자마자 앞다퉈 주택정책의 성공 근거로 발표하기 시작한 것과도 연결된다.
‘332만 가구’ 통계가 완성된 보고서였던 반면, ‘255만 가구’ 통계는 정식 보고서도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는 심의원실에서 아홉 달 전에 제출된 보고서와는 다른 통계를 발표한 만큼 상세한 보고서 형식의 자료를 추가로 요청했으나 건교부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고 내년에나 나올 예정’이라고 답변하고 대신 분석 표 네 개만을 보냈다. 정식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건교부와 정부 각 부처의 의미부여는 매우 컸다.
건교부는 9월 10일 보도자료 <주거의 질, 높아지고 있다>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5년새 79만가구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이러한 주거의 질적 향상이 경제성장에 따른 가구소득 및 자산 증가와 더불어 주택건설의 증대, 국민임대주택 준공·입주 및 주택구입자금 융자, 다가구 매입임대 등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주거복지 로드맵」의 추진성과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정부의 주택정책의 성과라 자화자찬했다.
이보다 앞선 8월31일 8.31정책 1주년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회의에서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2005년 334만가구(23%)에서 2005년 255만 가구(16%)로 감소하는 등 국민 주거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며 “주택종합계획에 따라 2012년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을 6%로 낮춘다는 장기목표치에 점차 근접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화자찬은 모두 322만 가구 재분석을 거쳐 255만으로 줄인 뒤 나온 것이었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건교부가 2억9천만원을 들여 1년여 동안 연구한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제출되고 나서 9개월 동안 이를 발표하지 않고 통계를 다시 만든 이유는 ‘온수 목욕시설’ 적용문제라고 밝혔으나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 꿰맞췄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2003년에 마련한 <주택종합계획(2003~2012)>에 따라 2012년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을 6%로 낮춘다는 목표를 잡고 있었는데, 2006년 8월 30일 발표한 <비전2030>에서는 2010년 18% → 2020년 9% → 2030년 0%로 2030년까지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정부는 ‘255만 가구’를 근거로 주택정책이 성공한 결과이자 계획된 목표치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아무런 근거없이 사실상 폐기한 ‘332만 가구’라면 주택정책의 실패이자 장밋빛 계획이란 평가가 뒤따를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332만 가구’ 통계가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충분한 검토와 공식발표도 없는 가운데 2006년 6월21일 청와대 국정브리핑에서 처음 ‘덜컥’ 발표한 것도 주목되는 사실이다(청와대 국정브리핑 <특별기회 - 부동산, 이제는 생각을 바꿉시다 ⑦ - 이제는 주거의 질, 안정성, 형평성 높여야>).
한편 최저주거기준은 2004년 법제화되면서 2000년에 비해 시설기준의 경우 전용부엌에서 전용입식부엌으로, 전용화장실에서 전용수세식 화장실로 기준이 엄격해졌으며 목욕시설은 없던 조항이 추가돼 더욱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따라서 5년간 적극적인 주택정책을 폈다 하더라도 급격하게 미달가구 규모가 줄어들기가 여의치 않은 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런데 무리하게 2000년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지 하는 주택정책의 성과면에 집착하다가 생긴 파동이 아닌가 추측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정부가 축소한 76만7천가구에 사는 가구원수는 무려 260만명이나 되는 데, 이들은 실제로 인간이하의 주거환경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통계로만 부동산 빈곤층의 멍에를 벗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것은 부동산 빈곤층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심의원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통계 축소는 참여정부 주택정책의 평가는 물론 이후 주택정책계획과 연결된 정권 차원의 사건으로 판단되는 만큼, 한 점 의혹없는 진상조사와 대대적인 부동산 빈곤층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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