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28일 발표한 ‘시장변화에 뒤떨어지는 규제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제도가 남아있다”면서 “시장변화에 뒤떨어지는 구(舊)제도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대표적인 경우로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 ▲경제규모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현실을 무시한 제도 등을 꼽았다.
◆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
먼저 대한상의는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로 정부의 각종 행정서류 직접제출 요구를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정부에서 많은 국가예산으로 전자정부 즉 '전자민원G4C'를 구축했으나 창업과정에서 여전히 시·군·구의 창업담당 부서, 상업등기소 등 관련 기관을 직접 방문해서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해야 한다”며 “▶법인설립 등기에 필요한 법인등록세 고지서 및 영수필 확인서 ▶주식회사 설립등기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발급받는 주금납입금보관증명서 ▶법인설립신고 및 사업자등록신청 등 관련서류 처리를 온라인화하자”고 주장했다.
또 대한상의는 화물업계의 화물운송 위·수탁증 교부의무도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았다. 수도권 소재 화물운송주선업체 A社는 “화물운송차의 경우 운행 중이거나 화물주의 인근지역에 대기하여 무선전화로 배차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배치지시 후 주선사무실로 이동해 화물운송 위·수탁증을 교부받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제도가 일부 완화됐지만 주선업체가 전화로 배차를 주문하고 인터넷으로 운임을 결제하는 업계현실에서 위·수탁증을 직접교부하고 서명까지 받도록 하는 것은 정보화 시대에 전혀 맞지 않으므로 폐지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상의는 최근 인터넷 등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환경, 안전, 위생 등 많은 분야의 기업 대상 보수교육을 오프라인 교육만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안시 소재 제조업체 B社는 종업원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서 환경 및 안전 관련법 등에 따라 담당자들이 별도의 교육기관에서 매년 3일 정도 보수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보수교육의 종류도 많고 종업원이 몇 안 되는 사업장에서 중견직원들이 3일씩 자리를 비움에 따라 업무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지난 2001년 말 전자입찰제(G2B)가 도입됨에 따라 입찰수수료를 부과할 근거가 사라졌는데도 아직까지 44개 지자체(17.6%)가 건당 5천원~2만원에 달하는 입찰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제규모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
대한상의는 경제규모 확대에도 규제 기준이 바뀌지 않아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외부감사 대상기업 기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범위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자산규모가 일정기준 이상 되는 법인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규정을 경제규모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 낡은 규제라고 지적했다. 1998년 외부감사 대상기업이 자산규모 7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된 이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반면 1998부터 2005년까지 GDP는 67%, 물가는 21.4%, 공시지가는 62%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외감법인 대상 기업 수는 98년 7,725개에서 2006년 6월 현재 13,725개로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소규모기업들까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범위도 2002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으로 고정됐으나 이후 규정이 바뀌지 않고 있어 대상 그룹수가 2002년 43개에서 2006년 8월 현재 59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또한 대한상의는 호화사치 기준 역시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변해야 하며 특히 특별소비세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일본에서 이미 특소세가 폐지된 자동차와 산업용 LNG, 스키용품 등이 있다.
한편 대한상의는 관광호텔업의 위락시설을 고급오락장으로 보아 일반 건축물보다 20배나 많은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어 위락시설 운영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는 등 해외 및 국내 관광객 유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관광·레저분야는 주40시간제 확산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흡수할 인프라가 취약해 해외소비가 급증하고 관광수지적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5년 관광수지적자는 62.9억 달러로 2001년 1.7억 달러에 비해 37배나 증가했다.
◆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현실을 무시한 제도
대한상의는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현실을 무시한 대표적 규제로 경제력 집중억제 목적으로 1986년에 도입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꼽았다. 시장개방, 기업 투명성 제고, 금융 감독시스템 강화 등으로 지금은 당시와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기업집단에 대해 각종 규제(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채무보증 금지, 출자제한 등)가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강조했다.
또 대한상의는 특정 시장에서 1개 기업 점유율이 50%를 넘기거나 상위 3개 기업 점유율이 75%를 넘으면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현행 독과점 판정기준을 국경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을 위해 국내점유율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점유율도 고려하여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일부 서비스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한데도 고용할 수 없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호텔업 등에서는 글로벌화에 따른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선박구조물, 공장설비 등 하중이 큰 화물운송을 위해 선진외국에서는 바퀴가 수십개 장착된 모듈트레일러를 특수제작해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화물차 등록 자체가 허용되지 않아 물류 서비스가 조선·플랜트 제조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한편 대한상의는 시장변화에 뒤떨어지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 정보화 시대에 맞도록 행정업무/절차 등의 개선·간소화 ▲ 금액기준 규제의 정기적인 점검 및 조정 ▲ 글로벌 경쟁에 맞춘 대기업정책·공정거래정책 ▲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호화사치재 분류기준의 재조정 등을 주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급성장할 수 있도록 시대에 부응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규제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하여 과거 대대적인 규제 점검 조치와 같이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시장변화에 뒤떨어지는 주요 제도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
·전자정부 구축에도 창업자는 여전히 관련기관에서 직접 서류발급·제출
- 법인등록세 고지서 및 영수필 확인서, 주금납입금보관증명서 등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화물운송 위탁증 교부의무제도
- 전화 배차주문, 인터넷 대금결제에도 직접교부·서명의무 부과
·기업대상 오프라인 보수교육
·지자체의 입찰수수료 부과
- 전자입찰제(G2B)도입에도 일부지자체(17.6%)는 계속 부과
경제규모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
·의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범위(자산 70억원 이상)
- 98년 상향된 이래 그대로 지속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범위(2조원 이상)
- 2002년부터 현재까지 유지
·국민소득 변화에 따라 조정해야 할 품목에도 여전히 특소세 부과
·관광호텔업의 위락시설에 대해 고율의 분리과세 부과
- 일반 건축물보다 20배 많은 분리과세 부과(일반:0.2%, 중과세:4%)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현실을 무시한 제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 1986년부터 경제력 집중억제 목적으로 현재까지 유지
·관광호텔 등 일부 서비스업에서 외국인 고용 불허
- 다양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
·공장설비 등 초중량 화물운송용 모듈트레일러의 차량등록 불허
- 세계적인 활용장비임에도 등록불가능 → 불법운송문제 초래
대한상공회의소 개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적, 세계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유일의 종합경제단체로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우리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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