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고비는 노원구 하계동 서라벌 고등학교 맞은 편 불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묘비인데 왼쪽 옆면에 다음과 같은 경계의 문구가 16c에 통용되던 한글로 새겨져 있어 그동안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더군다나 새겨진 문구 역시 ‘신령한 비이다. 쓰러뜨리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 이를 한문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라는 다소 섬뜩하면서도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호사가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비는 『묵재일기(黙齋日記)』로 유명한 묵재(黙齋) 이문건(李文楗)이 원래는 지금의 태릉(泰陵 : 이문건과 정치적으로 대립적인 세력인 문정왕후의 능) 위치에 조성되었던 아버지 이윤탁(李允濯)의 묘역이 국가에 의해 태릉 부지로 수용당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노원에 조성된 어머니 묘에 합장하면서 비와 묘역이 사람들에 의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비의 양 측면에 한글과 한문으로 경계문(警戒文)을 직접 새겨 1536년(중종 31년) 건립한 것이다.
【묵재 이문건(1494년~1567년) 인적사항】
사림의 거두인 정암 조광조의 제자로 명종 때 승지(오늘날 대통령 비서관에 해당)에 오른 문인.
성품이 강직하고, 효심과 우애가 깊었으며, 글씨를 잘 써 중종의 시책문 (諡冊文, 제왕의 시호를 올릴 때 그의 덕행을 칭송하여 짓는 글)을 쓰는 등 살아생전에 이미 유명하였음
오늘날에는 사대부의 매우 다채로우면서도 의외의 일상들(사대부로서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였다거나 손자를 직접 양육하고 심지어 기생과 외도한 사실 등)이 매우 상세하고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어 조선시대 사회·경제·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뺄 수 없는 중요 자료로 부상한 『묵재일기(黙齋日記)』의 저자로 생전보다 더 각광을 받고 있음
조선 최초의 육아일기인 『양아록(養兒錄)』의 집필자이기도 함
현재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석비 가운데 한글이 새겨진 비는 안타깝게도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한편 현재까지 전국에 남아 있는 한글비는 총 3건 확인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금번에 서울시가 보물 지정 신청하는 <한글고비>가 건립연대가 가장 확실하고, 유일하게 건립내력이 기록을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연대 또한 가장 오래되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글비 유존 사례】
#산불됴심비 -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 226호
소 재 지 :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산42-8
한글명문 내용 : 산불됴심
조성연대 : 조선 정조대 추정
#인흥군 이영(1604년~1651년) 묘역 입구 표석 - 비지정
소 재 지 :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 산18-1
한글명문 내용 : 이 비가 극히 녕검니 심도 사람이 거오디말라
조성연대 : 묘비가 1682년(조선 숙종 8) 건립되었으므로 표석은 명문의 내용으로 보아 그 이후 건립 추정
서울시는 근대 이전 비 가운데 우리말인 한글을 새긴 최초의 석비인 한글고비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동 유적이 서울시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적 자산으로 소중하게 보존·관리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적 없는 외국어를 반성적 고찰 없이 쓰기보다는 우리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한글을 더욱 소중하게 사용,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청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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