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560돌 한글날 맞아 텔레비전 방송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 실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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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2006-10-08 14:11
서울--(뉴스와이어)--560돌 한글날이 맞이하여 각 방송사에서는 한글 특집 방송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 방송국들의 우리말글 사랑 실천의 지수는 얼마나 될까?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지난 6월말부터 7월말까지 방송 내용에서의 외국어 남용 실태 조사와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이름의 외국어 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인 김형배 교수가 조사한 데 따르면, 2006년 9월 25일을 기준으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한국방송1(KBS1), 한국방송2(KBS2),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 교육방송(EBS), 와이티엔(YTN) 모두 6개 채널의 412개 방송 프로그램의 외국어 사용 실태는 다음과 같다.

412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59.7%인 246개가 외래어를 포함한 외국어 이름이고, 29.9%인 123개가 외국어 고유명사나 외래어를 제외한 순수한 외국어 이름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가운데 순수 서양 외래어는 5.4%, 서양 외래어가 섞인 말까지 합하면 9.2%라고 하는데, 방송 프로그램 이름에서는 순수 서양 외국어가 29.9%를 차지하고 외래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59.7%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텔레비전 방송이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외국어 사용을 부추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이다.

또한, 2006년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6개 방송사의 150여 개의 프로그램 3만 5천 분 방송 분량을 대상으로 출연자의 외국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평균 5.64분당 1개의 외국어가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같은 외국어가 반복되면 하나만 수집하였고, 조사자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다만, 조사자가 체감하는 빈도는 평균 3~4 발화에 하나 정도의 외국어가 나오는 것으로 말하고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거의 매 발화마다 외국어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프로그램 분야별로는 외국어 사용 빈도에 크게 편차가 나지 않았다. 뉴스, 교양·오락, 기타, 드라마 순으로 외국어가 많이 쓰였다. 뉴스 분야가 상대적으로 빈도가 잦게 나타난 것은 스포츠 뉴스에서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뉴스에 사용된 외국어는 전체 뉴스의 26%를 차지하는데 방송시간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운동 관련 용어들이 대부분 외국어인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하겠다.
조사자들은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외국어 남용이 훨씬 더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조사한 자료에서는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드라마는 대부분 방송 대본을 보고 확인할 수 있어서 쉽게 외국어를 수집할 수 있지만 교양·오락 프로그램은 대본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을 시청하면서 외국어를 찾아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같은 외국어가 여러 번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수치로는 기록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쓰인다고 할 수 있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1의 뉴스와 한국방송1,2의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외국어 사용이 적은 반면, 뉴스에서는 와이티엔이, 드라마에서는 서울방송이,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서울방송과 한국방송2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어 사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의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방송사별 외국어 사용 실태에서는 와이티엔이 1.73분에 1개의 외국어를 사용하여 가장 많이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한국방송1이 빈도가 낮음을 보여준다.

각 분야별로 외국어 남용 사례를 몇 개씩 보이면 다음과 같다.

<뉴스>
그 파워를 기존에 스타를 키워낸 노하우가 있는 팀들과 같이 관리를 해 준다면 (MBC 뉴스 데스크, 2006-7-24)
국방부 장관에게 30분 딜레이되고 대통령에게 두 시간 가까이 딜레이돼서 보고됐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와이티엔, 2006-7-6)
영웅의 축구인생을 해피엔딩으로 만들려는 국제축구연맹의 애매한 징계는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울방송, 오늘의 스포츠, 2006-7-21)
바캉스에 어울리는 헤어와 메이크업 경향을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와이티엔, 2006-7-24)

<드라마>
드라마에서는 드라마의 성격에 따라 외국어 사용 빈도에 많은 편차를 보인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단어 수준을 넘어 문장 단위에까지 외국어가 쓰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게이트 안에 들어가야 볼 수 있지. (문화방송, 넌 어느 별에서 왔니, 2006-4-10)
둘 다 솔로되고, 외로운 이 타이밍에 누가 옆에서 잠깐만 거들어주면 게임 바로 끝난다니까. (서울방송, 연애시대, 2006-4-25)
오~ 굿 아이디어 (한국방송2-소문난 칠공주, 2006-6-18)
굿 뉴스 오아 배드 뉴스? (서울방송-스마일 어게인, 2006-6-28)
굿 애프터 눈 (한국방송2-웃는 얼굴로 돌아보라, 2006-07-18)
그치만 쌍방이 오케이했으면 노 프라브럼 아닌가? (교육방송-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 2006-06-22)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들 니즈 파악하는 데는 비씨만 한 거 없어. (문화방송-불꽃놀이, 2006-05-20)

<교양·오락>
교양·오락 프로그램에 나타난 외국어들은 주로 단어 단위로 나타나고 같은 말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다른 분야보다 사용 빈도가 높은 편이다.

예, 저는 노코멘트구요. (문화방송-일요일 일요일밤에 2006-07-16)
노메이크업으로 나타난 이효리 씨 (서울방송-생방송 TV연예 2006-06-07)
한층 다이내믹해진 동안 클럽 (문화방송-일요일일요일밤에 2006-07-02)
오늘의 댄싱퀸. (한국방송2-좋은사람소개시켜줘 2006-07-16)거리 라이프 스타일이 독일 사람에게 맞춰져 있어요. (한국방송2-가치대발견 보물찾기 2006-06-03) 어쨌든 산 넘고 물 건너 사상 최고의 스펙터클한 오프닝 (문화방송-느낌표 2006-07-15)
슬림한 허벅지와 (서울방송-도전 성공시대 2006-07-27)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문화방송-행복주식회사 2006-07-22)
영~ 언밸런스야 (서울방송- 신동엽의 있다 없다 2006-06-30)
우리 생각 너희 생각 에브리바디 똑같애 (서울방송-웃찾사 2006-07-20)


<기타 분야>
뉴스나 드라마, 교양·오락 프로그램을 제외한 그 밖의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외국어가 사용되었다.

네거티브한 방법으로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문화방송-여성의 힘, 희망한국 2006-06-05)
몸에 데미지가 있더라도 하는 거거든요 (문화방송-톡톡톡 오후 2시 2006-07-03)
읍내 나갈 때 하는 데코레이션이네요! (서울방송-순간포착 스페셜 2006-06-22)
이것이야말로 정말 문화적인 스펙터클 중에서 (한국방송1-일요진단 2006-07-02)
항상 업 앤 다운하게 돼 있습니다. (한국방송1-일요진단 2006-07-02)
쥬얼리를 만드는 일도 그녀의 일의 하루 일과 중 하나 (한국방송2-웰빙건강테크 2006-06-26)
입맛대로 초이스 (서울방송-웰빙 맛 사냥 2006-06-27)
패브릭을 이용한 리폼으로 더욱 산뜻하게! (교육방송-살림의 여왕 2006-07-21)
거실의 경우는 블루로 페인팅을 하지 않고 소품으로 포인트만 주었어요. (교육방송-살림의 여왕 2006-07-21)
어떤 부분을 커버해야만이 이 친구를 좀 프로페셔너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줄 수 있을지. 한국방송1 - 청년불패 2006-06-17)

이번 실태 조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송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이 어떤 형태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지를 직접 조사하고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실태 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외국어를 버릇처럼 남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조건 외국어를 사용하는 지금의 현상은 국어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할 것이며,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을 손상하게 하고 우리의 정신세계마저 혼탁하게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한글문화연대 개요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한 국어운동 시민단체로,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으며, ‘언어는 인권’이라는 믿음으로 알 권리를 지키고자 공공기관과 언론의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활동을 한다.

웹사이트: http://www.urimal.org

연락처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김형배, 02-780-5084, 019- 321-2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