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원칩화의 진전과 휴대폰 산업’

서울--(뉴스와이어)--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해 정보가전기기가 수행하는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셋톱박스, DVD 플레이어, 게임기 등의 디지털 제품에 채용되는 SIC(System Integrated Circuit)칩의 종류와 수도 증가했다. 이들 칩을 원칩화하여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의 크기를 줄이며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일반적인 발전단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들어 휴대폰 용 SIC 칩에서도 이러한 원칩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휴대폰 용 칩의 원칩화 작업은 TI(Texas Instrument), Infineon, Qualcomm 등 글로벌 메이저 베이스밴드 칩(신호 처리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TI가 개발한 LoCosto 칩은 베이스밴드와 RF수신부의 칩들을 원칩화한 제품인데 Nokia, Motorola등에서 이를 적용한 휴대폰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Infineon의 E-Gold Radio, E-Gold Voice 등도 이와 유사한 칩인데 BenQ Siemens 등의 휴대폰 세트 기업들이 Infineon의 칩을 내장한 휴대폰을 개발 중에 있다. 이외에도 Qualcomm, Phillips, Silicon Labs 등 메이저 칩 기업들의 원칩을 내장한 휴대폰들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같이 메이저 칩 기업들과 일부 세트 기업이 협력하여 추진 중에 있는 원칩화가 향후 더욱 진전됨에 따라 휴대폰 산업에는어떤 파급효과를 끼칠 것이며 관련 기업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원칩화의 효과

원칩화는 휴대폰의 생산 비용을 줄이고 통합의 대상이되는 칩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등 휴대폰 세트 산업과 부품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칩화가 세트 산업에 미치는 첫 번째 파급효과로서 휴대폰 개발/생산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기존에 각각의 서로 다른 칩들이 하나로 통합되기때문에 칩의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노무라 증권의2006년도 자료에 따르면 베이스밴드와 RF 처리부의 일부 칩이 통합된 형태의 원칩을 사용한다면 칩 구매 비용을 이전에 비해 30% 정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IC 칩들이 하나로 통합되면 주변 회로가 단순해지고 칩들간의 연결 부분에 사용되던 수동 부품들의 개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칩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기타 부품 구매 비용까지 절감될 수 있다. 또한 휴대폰의 설계가 간단해지기 때문에 제품 개발/생산 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도이치뱅크의2006년 자료에 따르면 초저가폰에 원칩을 사용할 경우이전에 비해 30%~40% 정도의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둘째, 원칩화는 부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임으로써 휴대폰의 슬림화 트렌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현재 24cm2 정도인 PCB(Printed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 넓이가 원칩을 사용할 경우 9cm2로 62% 가량의 공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원칩화는 더 싸고 얇은 휴대폰을 생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JP모건의 자료에 따르면 Motorola에서 올해 말 출시예정으로 개발 중인 Motofone의 경우 TI의 LoCosto를 채용함으로써 초저가폰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9mm의 슬림한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었으며 기존의 유사 저가 모델에 비해 2~4달러 정도의 생산 비용을 절감했다. 이 제품은 30달러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주로 인도 등 저가시장을 대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도

단기적으로는 원칩이 주로 초저가폰에 적용되며 휴대폰의 개발/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사이즈를 줄이는 등 휴대폰 세트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향후에 통합의 대상이 되는 칩이 베이스밴드나 RF 등 통신과 관련된 부분을 넘어 멀티미디어 콘텐츠 처리 등의 첨단 기능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칩들로 확대될 경우 세트 산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TI 등 원칩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애플리케이션 부분과 통신 칩 부분으로 나뉘어져 진행 중인 원칩화가 2007년 정도부터는 서로 통합되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계획에 따르면 머지 않아 라디오, MP3 코덱, 카메라 이미지 프로세싱 등 애플리케이션을 담당하는 칩과 통신칩 등 휴대폰에 채용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칩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와 같이 원칩화가 진전됨에 따라 비용/부피 절감 등의 장점을 가진 원칩을 저가폰 뿐만 아니라 첨단 기능을 갖춘 중고가폰에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휴대폰을 설계하고 다양한 칩과 부품을 조합하여 기능과 성능을 조정하는 세트 기업의 역할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세트 기업 간에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기능을 통한 차별화 요소가 퇴색되어 제품이 범용화되면 휴대폰 산업은 치열한 판가 경쟁이 지속되는 레드오션이 되고 말 수도 있다. 2000년 대초반 DVD 플레이어 산업에서 원칩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대만/중국 기업들이 일본/한국의 선진 기업들의 제품 수준을 쉽게 따라잡고 해당 시장이 조기에 성숙화된 사례가 있다.

휴대폰 산업에서도 원칩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된다면 손쉽게 선진 기업들의 휴대폰 수준을 따라 잡을 수있게 된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방대한 내수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바탕으로 선진 기업들의 시장을 잠식해 나갈 위험성이 높다. 또는 Nokia,Motorola 등과 같이 칩 부문에 대한 독자적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바탕으로 메이저 칩 기업과의 협상력을 갖춘 극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건 간에 기술력과 규모 측면에서 뒤쳐지는 중견기업의 어려움은 커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 부가되는 기능의 스펙과 업그레이드의 시점에 대한 결정 등 신제품 개발의 주도권을 원칩을 공급하는 기업이 가져가게 될 수도 있다. 나아가 고집적/고성능 칩의 개발/생산에 필요한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 위주로 칩산업의 구조가 재편된다면 칩 기업에게로의 헤게모니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부품 산업에 큰 위협

원칩화의 진전은 휴대폰 세트 산업뿐만 아니라 부품 산업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원칩의 통합 대상이 되는 칩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회로를 구성하는 다양한 수동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는 원칩화가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원칩화가 심화될수록 기술력과 자본력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메이저 기업위주로 칩 산업이 재편되면서 특정 분야의 칩에 집중된 역량을 갖춘 중소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별개로 구성되던 칩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던 부품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구조가 간단해 지면서 커넥터 등의 수동 부품이나 PCB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LoCosto와 같은 원칩을 채용할 경우 현재 6~8개의 적층으로 구성되는 PCB가 4~6개로 단순화되고 현재 200개가 넘는 휴대폰의 부품 개수가 70개 정도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설계가 단순해지면서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트 생산을 전담하던 ODM 비즈니스 모델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원칩화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되는 산업이있는가 하면, 일부 부품 산업에게는 원칩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칩들이 통합되어 부가적인 기능에 의한 차별화가 어려워진 세트 기업들은 휴대폰의 디자인, 사용 편리성, 음질/화질 등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 요소를 찾아내고자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휴대폰의 케이스, 키패드, 스피커,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등을 생산하는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기존에 제품의 설계까지 담당하던 ODM(OriginalDevelopment Manufacturing)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여 생산만을 담당하는 EMS(ElectronicManufacturing Service)모델의 효용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원칩화는 이러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는 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응책 마련해야

이와 같이 원칩화의 진전은 휴대폰 세트 산업과 부품 산업에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관련 기업들은 원칩화가 제공하는 기회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위협이 될 부분은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세트 기업은 원칩을 적절히 활용하여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들어 중고가폰의 주요 대상 시장이던 선진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저가폰 중심의 저가 시장이 세계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신흥 시장은 대수 기준으로 연평균 12.8%의 급격한 성장을 보이지만 선진 시장의수요 성장은 5%에 머무르는 등 이러한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기능과 제품의 빠른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중고가폰 시장과 달리 저가폰 시장에서는 가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또한 카메라폰 이후 이렇다 할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출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폰 뿐만 아니라 중고가폰 시장에서도 평균 판가의 하락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은 휴대폰 세트 기업의 사업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칩을 잘 활용하면 휴대폰의 설계를 단순화하고 부품 수를 줄이는 등 휴대폰의 개발/생산 비용을크게 절감 할 수 있다.

초기에는 협력, 장기적으로는 견제

특히 최근 들어 플랫폼 시스템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반으로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갖춘 Nokia나 Motorola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기업들은 이러한 원칩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원칩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TI나 Infineon 등과 칩의 초기 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Nokia와Motorola가 이들 칩 기업과의 협력에 가장 활발하게 대처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기업들도 세트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한 칩의 초기 개발 단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완제품이 나왔을 때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원칩을 조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Nokia와Motorola가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원칩화는 제품의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채용되는 부품의 수를 줄여주기 때문에 세트 기업들이 플랫폼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이고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효과 또한 배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EMS 등 외주 생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원칩의 활용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시스템의 구축을 통하여 제품 구조와 설계가 단순화된다면 특히나 저가폰의 경우 외주 생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해 원칩화의 효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국내 기업들이Nokia, Motorola 등에 뒤져있는 저가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원칩의 통합 대상이 주로 통신을 담당하는 베이스밴드와 RF 수신부에 집중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원칩 개발 기업들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합의 대상이 기능부분으로 까지 확대되어 세트 기업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게 될 때를 대비하는 대응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중소 칩 벤더들을 지원하거나 독자적인 솔루션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또한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세트 기업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 기능 이외에 차별화 포인트를 발굴하고 콘텐츠/서비스 등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도 힘써서 메이저 칩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품 기업들은 세트 기업의 새로운 니즈에 맞춰야

원가 경쟁력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휴대폰의 소형화, 슬림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칩화의 효용성은 점차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PCB 등 부품 산업의 경우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경쟁 기업을 압도하고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 산업인 휴대폰 세트 기업들이 원칩을 채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고성능, 박형 부품을 개발하고 여러 수동 부품을 통합 모듈화 하며 원칩화를 통해 더욱 치열해지는 세트기업들의 원가 경쟁에 대비하여 저가격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원칩화로 인해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한 세트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가 약화되면서 케이스, 키패드, 소프트웨어, 저장매체 등을 생산하는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세트 기업의 요구대로만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전에는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보조 차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던 부분들이 이제는 휴대폰 차별화의 핵심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세트 기업의 요구에 맞추어 휴대폰의 차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품을 선개발하여 능동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박재범 선임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박재범 선임연구원 02-3777-0514 이메일 보내기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