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통합야학, 건물 철거위기
이는 오는 10월 15일로 개교 20주년을 맞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작은자야간학교의 존재 이유이다. 작은자야간학교는 지난 1987년 10월 15일 개교, 20년의 세월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육권 실현을 위해 매진해온 국내 유일의 통합야학.(*전국에 장애인야학은 약 15곳(노들장애인야학-올해로 13주년, 대전모두사랑장애인야학-올해로 5주년, 대구질라라비장애인야학 등)이 있으며, 최근 장애인의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널리 퍼지면서 증가 추세에 있다.)
나이가 어린 장애학생들과 장애가 없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듯이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성인장애인들과 늦깎이 비장애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사실 작은자야간학교가 개교 당시부터 통합야학을 표방했던 것은 아니다. 작은자야간학교는 애초 장애인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목표로 설립됐다. 이후 비장애인 학생을 받을 것이냐, 마느냐는 중요한 고민 사항이 됐고, 교실 안에서조차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것은 차별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현재 작은자야간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비장애인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같이 공부를 해보니까 그분들도 같은 학생이고, 같은 사람이더라고요. 너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배우기도 해요. 이제는 장애인도 함께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집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작은자야간학교는 초등기초반, 초등진급반, 중등반, 고등반, 수화반 등 총 5개 과정이 있다. 현재 야학에서 배우고 있는 학생은 44명,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30명이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7시부터 10시까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야학에서 공부하는 장애인 학생들의 장애유형은 정신지체장애인,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뇌성마비), 언어장애인 등 다양하다. 청각장애인 학생의 수업도 가능하다. 특별반인 수화반에서 열심히 수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교사로 곧바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수화반 학생은 직장인, 학생 위주로 구성. 지도교사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새드 무비’ 등의 수화지도를 맡은 서울농학교 현직교사 허노중씨이다)
비장애인 학생들은 대부분 40~60대 어머니 학생들이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우리 시대 어머니, 할머니들이 한을 풀기 위해 야학을 찾고 있는 것.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아들은 교사로, 어머니는 학생으로 공부하는 케이스도 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작은자야간학교는 최근 시련을 겪고 있다. 청소년 학생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청소년위원회가 매년 지원해오던 예산(우리 야학의 경우, 1년 740만원의 예산이 내년부터 끊김)을 끊겠다고 몇 달 전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평구청에서는 야학 건물이 조립식 불법건축물이라며 오는 10월 20일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을 최근 보내왔다. 작은자야간학교는 현재 장애인생활시설인 성촌의 집에서 더부살이(약 8평 규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 공문은 성촌의 집 명의로 접수됨.)
이에 따라 오는 10월 28일 성촌의 집 대강당에서 치를 예정인 20주년 개교기념식은 작은자야간학교를 거쳐 간 4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작은자야간학교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을 작정이다. 지역사회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장애인들과 배움의 한을 풀려는 늦깎이 비장애인 학생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위기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오히려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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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작은자야간학교 김도진 교장(011-768-5576), 소장섭 교사대표(011-9067-4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