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전영관의 휴머니즘이 담긴 시사칼럼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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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7 09:00
고양--(뉴스와이어)--한겨레필진네트워크에서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영관 시인이 문학성이 가미된 칼럼집 「부드러운 칼」을 도서출판 에세이에서 출간을 했다.

현재, 에세이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세이 작가 100인 총서]의 76번째이기도 한 「부드러운 칼」은 저자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한겨레신문에 발표된 칼럼 중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칼럼 중심으로 엮었다.

일반적으로 무겁고 딱딱한 칼럼의 이미지와는 달리 전영관 시인의 칼럼들은 에세이의 유연성과 문학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읽힌다는 것이 주변의 촌평이다.

이는 정치인의 부도덕한 행위나 가정과 사회에서 소진해가는 인간성 그리고 이 땅에서 희생되고 있는 가치 등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자아 성찰적 내면을 바탕으로 신랄하면서도 고집적이지 않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사현상을 시인답게 서정적이고 문학적 표현으로 이끌어감으로써 표현의 미학을 돋보이게 하며, 여기에는 '애옥살이''은결' '가리새' '명지바람' 같은 맛깔스런 우리 언어들이 문장의 격을 높이기도 한다.

번득이는 표현력의 재치로 은근히 미소 짓게 하거나 정의를 다지는 필력의 강한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범부를 뛰어넘은 그의 사유가 깃든 칼럼들이다. 칼럼 말미나 서두에 종종 덧붙여둔 시의 역량도 마찬가지지만 불혹 중반의 연륜에서 나오는 시인의 지적인 촉수는 결코 둔하지 않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시인으로서, 시사현상을 바라보고 관조해 풀어내는 시각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칼럼에서 보이는 그의 이념은 우익도 좌익도 아니며 이도 저도 아닌 흑색은 더더구나 아니다. 소시민으로서의 그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정의요, 휴머니즘일 뿐이다. 따라서 그는 이념적 잣대로 엇나간 현상을 접근하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나 따스한 인간성으로 헤치고 있어, 현상은 시대성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시인의 이러한 형이상학적 가치는 시대성을 얼마 간 배제시킬 것이다.

『갑자기 과거급제라도 한 기분이다. 웬 사람들이 알록달록 차려입고 줄 지어 인사 하고 있다. 흰 장갑 끼고 손 흔드니 우쭐하는 마음마저 생긴다. 더구나 유명 가수까지 초대해서 노래 불러주니 이 어찌 흐뭇하지 않겠는가. 날마다 오늘처럼 아랫것들 노래 부르며 머리 조아린다면 살 맛 나겠다. 삼일유가(三日遊街)가 이보다 신나고 뿌듯할까.

바야흐로, 지방 고을 수령이 되겠다는 사람들 출사표를 던졌다. 백성 귀히 여기고 하늘의 뜻 따르겠다는 약속 하는 시절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치의 근본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고을 살림을 도맡아야 한다. 어렵게 사는 노인들 찾아뵙고, 끼니 거르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음식도 나눠줘야 한다. 모두가 올바르고 사명감에 불타는 인재들이니 누구를 밀어줄 지 난감할 따름이다.
……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마음껏 즐겨야 한다. 억눌리고 무시당하며 살아온 시절 얼마던가. 돈 없고 집 없는 설움에 한숨 쉬며 귀가하던 달동네가 여기 아닌가. 보잘 것 없는 월급에 온갖 세금 대추나무 연 걸리듯 살아오지 않았었나. 열흘 남짓, 장원급제한 이몽룡 마냥 허리 부러지도록 인사하는 사람들 사이로 양반걸음 걸어봐야 한다. 느긋하게 기대앉아 수령이 되겠다는 후보들 이야기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살림 편안하게 해 줄 공복(公僕)인지, 제 배만 불릴 도적(盜賊)인지 말이다.』

-본문 시한부 인생의 서글픔(지방선거) 중에서-

『뻔뻔한 러브호텔, 불륜남녀의 거친 호흡이 삽입되고 있다. 창밖으로 독거노인의 폐지 리어카가 느릿느릿 지나간다. 아이들은 식중독으로 병원에 누워있고 남녘에선 방패에 맞아 죽은 노동자 노제(路祭)가 열리고 있다. 미망인의 곡(哭)소리가 낮은 구름처럼 슬프다. 누군가는 승진했고 어떤 영업사원은 활짝 웃으며 서명 중이다. 일찌감치 떨이한 과일장사는 확성기도 끈 채 오수(午睡)에 취해있다. 실직한 가장은 급식소 앞을 서성이고 있다. 그의 아들은 학교에서 얻어터지는 중이다. 세상은 이런 곳이다. 동시성과 다양성이 하나의 평면 위에 그려지기도 하고 지워지기도 한다. 슬픔과 기쁨과 무심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서문 중에서

지은이 소개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청양 칠갑산 자락에서 출생, 유년시절부터 서울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는 정서적 농민이며 사상적으로는 유목민에 가깝다고 자술한다.

시인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칼럼니스트
수필드림팀(www.sdt.or.kr) 필진

차례

Ⅰ 무거운, 깃털처럼 무거운

1. 어머니와 딸 14
2. 내 어머니를 칼로 찌른 너희들 17
3. 중년의 썰물 21
- 휘청거리는 오후
4. 평택에서 보낸 편지 27
5. 달콤한 손해 32
6. 나가라, 우리 땅이다(1) 35
7.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 39
- 필넷에의 존재이유
8. 서글픈 짝사랑은 이제 그만 43
9. 선생님, 제가 그 녀석 아비입니다 48
- 선생님께 보내는 공개서한
10. 교사, 부모, 사회가 아이들을 때리고 있다 54
11. 흙탕물에 떠내려가는 대한민국 60
12. 나가라, 우리 땅이다(2) 66
13. 아이들에게서 신문을 빼앗아야 하는 세상 70
14. 지금 필요한 것은 73

Ⅱ 신호등 고장 난 교차로에 서다

1. 공짜로 죽여 드립니다 78
2. 너의 젖가슴은 이제 그만 83
3. 그래, 너희들 솜씨 좋다 86
4. 잃어버린 여권 89
- 되찾은 짜증
5. 사형은 범죄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다 93
6. 장사꾼은 애비도 속인다? 98
- 분양원가 공개
7. 빛바랜 붉은 악마 103
8. 심봉사에겐 효녀라도 있었다 106
9. 감기 걸린 아파트, 폐렴 걸릴 집주인 109
10. 자, 이제 축구하자! 114
11. 보건복지부장관께 보내는 도시락 117
12. 삼풍사고, 그 어처구니없는 진실 120
13. 정승답게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124
- OK캐쉬백
14. 무재해 표창장 뒤로 추락하는 노동자들 128
15. 노동부 덕에 사장님 된 김반장 132

Ⅲ 지금 농담하는 거 맞지요?

1. 아들아 미안하다, 군대가라 138
2. 대변인大便人, 기권했어요 143
3. 삼베바지에 방구 새듯 146
4. 대추리에 친북세력이 있다? 149
5. 강제성 없는 추행은 경고조치다? 152
6. 홀랑 벗고 폭탄주 마시는 여자들 156
7. 부스스 영감, 배추머리 여편네 159
- 그것들 진작 알아봤다, 내가
8. 그만 좀 해라 한나라당 161
9. 한나라당 맹진사님, 실수하셨습니다 166
10. 돈 내고 만졌는데요? 170
11. 되살아난 검은 손 173

Ⅳ 그들만의 대한민국

1. 이 나라 대통령이 닭갈비면 좋겠나 178
2. 죄송합니다. 저는 빨갱이입니다 184
3. 여자 대통령도 좋다. 그러나… 188
4. 눈 뜬 장님 대한민국 193
- 북한 미사일 발사
5. 시한부 인생의 서글픔 197
- 지방선거
6. 민노씨, 당신 빨갱이야? 200
7. 칼 맞았다고 표 몰아주나? 205
- 상처 난 대한민국
8. 투표용지는 민주시민의 증명서다 208
9. 안에서 새는 바가지라도 211
10. 예견된 열우제국의 몰락 214
11. 대통령께서도 한 말씀 하셔야죠? 218
12. 한나라당, 이번엔 골프인가 222
13. 관람객 없었던 연극마당 227
14. 언제나 모서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231
15. 지금 당장 청와대로 가야한다 236
- 탄돌이들에게 고함

부드러운 칼
전영관 저
면수 240쪽 | ISBN 89-6023-060-X | 값 10,000원 | 2006년 10월 출간

북랩 개요
2004년에 설립된 북랩은 지금까지 3000종이 넘는 도서를 출간하며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맞춰 새로운 출판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 출판포털과 주문형 출판장비(POD)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고 원하는 독자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블리싱 서포터스(Publishing Supporters)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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