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북핵 해결 때까지 협상 중단해야”

서울--(뉴스와이어)--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방향을 좌우할 북핵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경제·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한미FTA 협상이다. 이 두 가지는 별개로 진행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영향력을 우리나라에 강제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 동안 한미FTA 협상은 미국의 이해가 가장 크게 걸린 4대 선결조건의 자발적 수용, 도전성 없는 협정문 초안과 양허·유보안 제출, 의제설정의 실패로 인한 협상의 주도권 상실 등 많은 문제를 보이면서 진행되어 왔다. 3차례의 협상을 통해 협상의 윤곽은 대부분 그려진 바, 이에 따라 제4차 협상부터는 “부차적인 쟁점”부터 합의가 이뤄지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핵심쟁점’으로 부각된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 무역구제, 섬유원산지[이상 우리 쪽 요구]와 자동차, 민감 농산물의 시장개방 확대(쌀, 쇠고기 등), 지적재산권 전반, 약가정책, 서비스시장 개방[이상 미국 쪽 요구]에 대한 의견 접근은 4차 협상 이후 고위급 회담을 통해 타결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3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제4차 협상은 북핵문제가 터진 이후에 벌어지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협상과는 여러 모로 다른 상황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핵 정국 속에서 미국의 발언권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이다. 여기에다 미국 공화당 정권이 한미 FTA 협상의 성공적인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현재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간 선거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중간 선거를 위해 이번 협상에서 핵심요구를 최대한 강화하고 일부 부차적인 문제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이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 협상단은 북핵문제로 입지가 매우 좁아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나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한미동맹과 한미 FTA 협상 연계설을 주장함으로써 우리나라 협상단이 설 자리는 앞으로 더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 생존권은 희생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정부·여당 인사들의 발언은, 어떻게든 한미 FTA를 타결시키려는 조급증과 백기투항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처지를 스스로 곤궁에 빠뜨리는 결과를 부르게 될 것이다.

과거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맺은 FTA 협정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해왔다. 전형적으로 미국은 개도국과 FTA(특히 중미 국가)협상에서 이미 그들이 받고 있는 호혜관세를 철폐한다는 압력(협상 지렛대)을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한국에게는 이러한 호혜관세를 적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안보문제는 미국이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지렛대가 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핵문제를 한미 FTA 협상에서 남김없이 활용할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또한 북핵과 한미 FTA가 뗄 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착각이다. 정부는 그 동안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을 요구해 왔으며 이를 한미 FTA 찬성론의 논거로 활용해 왔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때문에 한미 FTA 찬성론으로 돌아선 국민들이 매우 많다. 사실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의제이다.

그런데 북핵문제가 발생한 이후 한미FTA와 한미동맹 관계의 핵심 고리가 바로 개성 공단이라는 점이 점점 분명해 지고 있다. 이미 미국은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거론하며, 남북관계정책과 한미 FTA에 대한 주도력을 높이는 꿩먹고 알먹기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4차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개성공단이라는 한국 쪽 핵심적 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계기로 한국정부가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요구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3월까지 협상을 체결하는 일정으로 협상이 계속 추진된다면, 가장 핵심 요구인 개성공단을 정부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4차 협상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구두(문서가 아니라)로만 언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개성공단 문제는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FTA 협상에서 주요 의제에 대해 결코 양보하는 법이 없다. 미국의 FTA 협정의 전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전형적 FTA 협정문안의 문구가 약간 수정되는 수준에서 협정이 체결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결코 자신의 요구를 쉽게 양보하거나 상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왔으며 자신의 원안을 어떻게든 관철시켜 왔음을 볼 수 있다.

협상이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졌을 때만이 양쪽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의 처지에서 지금의 형국은,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은 협상에서 북핵문제로 인한 안보문제가 부각되고, 개성공단 의제가 효력을 잃는 등 협상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미국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이러한 형국에서 양쪽이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 우리의 최선의 방책은 협상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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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원실 02-784-6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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