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는 국민자산 삼키는 ‘블랙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5일 국감에서 한국투자공사를 폐지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KIC는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에 따라 자산운용업을 특화한 지역금융센터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준비는 부실하다. KIC가 심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KIC는 올해 안에 이미 위탁받은 200억달러 중 10억달러(1조원)을 채권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8월31일 현재 KIC가 준비중인 10개 업무분야 54개 규정 중 운영위 승인을 받은 것은 고작 7개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자산운용규정, 내부통제규정, 회계처리 규정 등 자산운용사가 갖춰야 할 핵심규정은 전혀 준비돼있지 않아 전산화조차 불가능하고 내부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투자부터 하겠다니 우려가 앞서는 것이다. 심의원은 비상식적인 ‘준비부족’을 KIC 폐지의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심의원은 ‘해외투자 경험과 능력의 부족’은 두 번째 이유로 내세웠다. 투자공사법 제16조 2항은 투자담당이사를 ‘국내외 금융기관 및 국제금융기구에서 10년 이상 투자업무에 종사한 자’로 제한하고 있으나, KIC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CIO 구안 옹은 1998년-2006년 푸르덴셜에서의 자산운용 경력이 전부인데, 그나마 국제투자사업부문의 경력은 1개월 밖에 안 된다. 더구나 GIC(싱가포르투자청)에 두 번이나 입사지원을 냈다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직원 가운데 분야별 투자전문직원은 1~2명 정도이고 운영위원 중에도 국제금융시장 실무경험자가 거의 없는 등 도저히 국민의 세금을 국제금융시장에 투자해 이윤을 남길 경험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설립 1년만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CIO 구안 옹에게 시장연봉의 3~4배인 160만불의 연봉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에, 해외이주관련 홈리브비용에 직계가족 이외 부모, 장인장모 비용까지 포함했는가 하면, 심지어 허리가 좋지 않아 골프를 치지 못하는데도 골프관련 비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강원 KIC 초대 사장의 외환은행행장 당시의 비서실장을 상무로, 리스크관리부 차장이 KIC 리스크관리팀 부장으로, 이 사장의 친인척을 경영기획팀 차장으로 앉히는 등 개인인맥을 심어 조직을 주물러왔다는 의혹도 무성하다. 국민의 자산을 운영하는 공사이면서도 경력조회도 하지 않고 직원을 채용하였으며, 심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일부 운영위원의 경우 미국에서 열린 운영위 참석 비용이 하루 1천만원에 달하였고, 또 다른 운영위원은 경쟁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네 번째는 푸르덴셜과의 자산운용위탁 계약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계약 의혹이다. 이강원 전 KIC 사장은 2005년 9월21일 로저 조슨 푸르덴셜금융그룹 부회장과 아시아지역본부 설치 및 자산운용 등에 관한 업무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공사법 제9조2항5호에 따라 자산위탁에 관한 사항은 운영위 승인을 받아야 하나 이를 위반했다. 더구나 실제 계약상대는 푸르덴셜 본사가 아닌 푸르덴셜국제투자기업(PIIC)으로 그룹 공식조직도에도 없는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계약상대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푸르덴셜에 ‘최소 1조원 이상 운용위탁’을 약속한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이강원 전 사장의 불법비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섯 번째는 한국투자공사의 투자에 관한 내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전문하며, 심지어 국회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자산보유현황을 공개하고 특정기업에 일정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공시를 통해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KIC는 공사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 ‘투자전략 노출’ 등을 명분으로 아무런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는 ‘견제 무풍지대’로 되어 있다. 심지어 공사의 운영위원회와 이사회 회의록 등 기본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심상정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거부하는 등 철저한 비밀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CIO 구안옹 전 직장의 원천징수영수증 제출요구에는 ‘당사가 보유하고 있지 않음’, MOU 체결 상대방에 대한 정보 제출 요구에는 “당 공사가 자체적으로 확인할 방도가 없어 푸르덴셜 파이넨셜에 알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는 상식이하의 태도로 견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심의원은 “한국투자공사는 설립 1년만에 준비부족, 능력부족, 도덕적 해이, 이면계약 의혹, 견제 사각지대 등 모든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민자산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심의원은 “지난 1년간의 도덕적 해이는 감사원 감사로, 불법행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밝히고, “한국투자공사를 폐지하고 한국은행이 외화자산 운용능력을 보강해서 한국투자공사의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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