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1년 진단서

뉴스 제공
환경실천연합회
2006-10-31 11:38
서울--(뉴스와이어)--복원 한돌된 청계천, 과연 생태하천으로... 도시민의 휴식처로... 인정받아 마땅한가?

“깨끗한 청계천”, “청계천 물 2급수, 먹을 수도 있어”, “청계천은 생명의 쉼터”
전 서울시장의 최대 공약으로 27개월의 복원공사를 끝내고 2005년 10월 1일 시민들에게 공개된 청계천의 기사 제목들이다.
바닥에는 콘크리트를 쏟아 붓고 전기펌프로 매일 12만 톤 이상의 한강물과 도심부 지하철역 인근 지하수를 끌어와 흐르게 하는 등 태생부터 생태하천과 거리가 먼 청계천이지만, 1958년 복개된 이후 47년 동안 서울 도심의 어두운 지하에 파묻혀 있던 하천을 바깥으로 드러낸 것만으로 복원 1년이 된 지금까지 청계천은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물길을 열기 위해 3년간 들인 총 공사비 3879억원, 한해 관리비용 60여억 원이라는 어마한 예산이 책정된 대규모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복원되어 지금까지 3천만 명의 시민들이 발길을 했다며 연일 떠들어 대고 있는 청계천이 과연 생태하천으로 도시민의 안전한 휴식처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오늘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

(사)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회장 이경율)는 청계천 복원 이후, 한해 4차례의 수질 검사와 더불어 하천의 생태환경, 시설물의 안전성에 관한 모니터 활동을 꾸준히 전개 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하천 환경 조사를 하던 중 청계천 바닥에 조명시설과 함께 깔려 있던 전선들이 길게는 10m 이상 안전보호관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당시 홍보를 위한 이벤트 사업으로 분수, 벽천, 조명시설 등을 설치하여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청계바닥의 조명시설이 청계천의 빠른 유속과 지난여름의 호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되었고 남아있는 조명시설의 일부 전선들이 청계천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의 부실한 안전관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환실련 이경율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청계천 모니터 활동을 전개하면서 산책로 벽면의 자동수문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안내판 설치를 관계기관에 끊임없이 권고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 하고 있다.

청계천에는 산책로를 따라 벽면에 자동수문이 설치되어 있고 초기 강우 시 이를 통해 오수분뇨가 유입된다. 이는 기습호우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나 서울시는 안내표지판 미설치는 물론 오히려 벽화나 조각들로 수문을 감추고 있는 상황이다.

상막한 도심에 물길을 열어 색다른 문화 공간과 안전한 휴식처 제공이라는 청계천의 야심 찬 첫 번째 목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청계천의 문제는 시설물 안전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수질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서울시는 피라미, 버들치, 밀어 등 각종 물고기들이 청계천을 찾고 있고 이들의 서식 환경이 안정되었다며 청계천 수질에 대해 호언장담을 하며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환실련의 모니터 활동에 따르면 성북천, 정릉청 등 청계천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오염은 심각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지속적인 생활오수 및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인해 하천표면에는 기름층이 형성되고 오수분뇨 침전물이 바닥에 수cm 높이로 넓게 적재되어 있다. 또한 녹조류가 뒤덮여 있으며 이는 수온 상승 시 담수의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청계천 중/하류 구간 역시 강우 시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녹조류가 하저를 덮고 있다.

청계천 대부분 구간의 수질 상황이 이러하다면 일부구간에서 노닐고 있는 몇 안 되는 물고기들 역시 그 생명력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즉, 현재의 청계천에 몇 종류의 어류와 곤충류 등이 발견되었다고 하여 청계천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 다양성이 높아졌다느니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느니 하는 판단은 크나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청계천위 도로나 교량에서 자동차 타이어의 납이나 카드뮴 등 중금속이 함유된 빗물 유입과 청계천 인근지역의 지속적인 개발에 따라 증가되는 생활하수 발생량은 우천시 청계천의 수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생태하천으로 목표로 하는 청계천의 여정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청계천은 복원 당시 직강화 된 하천의 단조로운 구조로 인해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이는 현재 생태환경 조성의 기본인 인공습지를 위한 매트가 토사에 매립되거나 유실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강우에 의한 토사의 유출로 하천 하상고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관계기관인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하천준설만을 고려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천준설은 청계천 바닥을 뒤집어엎는 형태로 미력하나마 자리를 잡은 수중 생물의 생활환경을 완전히 파괴하게 되며 청계천의 자연생태계 형성을 더욱 지체 시킬 것이다.

여기에 청계천에 대한 관리방안이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 되었다. 서울시는 청계천 바닥에 발생된 녹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고압호스를 이용하여 청소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침수식물이 전멸되고 수중 생물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유실되는 등 이 역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수중 생물들의 생활환경을 파괴 시켜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청계천의 생태환경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백운동천과 중학천을 복원하여 발원지를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청계천 수질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오수처리 유입과 근시안적인 관리방안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복원은 무의미할 것이다.

이렇듯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는 청계천이 복원 1주년을 맞이하였다며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시민들이 그 의미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34억 짜리 조형물을 설치하여 또 한번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러한 과장된 홍보는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둔갑시키고 또 다른 문제점을 낳게 된다. 도심 생태환경으로 실질적인 청계천의 역할을 판단하기 보다는 화려한 겉모습만을 수용하는 많은 지자체에서 청계천을 생태하천 복원의 성공 모델로 삼으며 지방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환실련에서는 청계천을 안전한 도심의 휴식처와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의 기반을 만들고 각 지역의 올바른 하천 복원 사업을 유도하고자 다음과 같이 제안 한다.

- 인공하천(도심하천)으로 한계를 인정하고 생태하천이라는 과장, 허위 보도를 통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 청계천 생태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 정착을 위한 환경NGO, 환경전문가가 포함된 자문단을 구성하라.
- 유실된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과 신속한 대한 제시를 통해 휴식공간으로 청계천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라.
- 청계천 전 구간의 수질, 생태환경,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 활동과 결과에 대한 사실 보도를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개선안을 확립하라.

안전한 휴식공간과 생태하천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점을 외면하고 포장만이 계속 이루어진다면 청계천은 ‘가짜 생태천’, ‘관상용 대형 수족관’ 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모양이 예쁘고 빛깔이 좋다고 하여 개살구를 함부로 먹으면 떫은맛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물론 배탈이 날 수 도 있다. 지금 청계천의 모습은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환경실천연합회 개요
환경실천연합회는 환경부 법인설립 제228호, 등록 제53호로 인가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을 보전해 미래의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환경 파괴·오염 행위 지도 점검, 환경 의식 고취, 실천 방안 홍보, 환경 정책 및 대안 제시 활동을 구호가 아닌 실천을 통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 방지 등의 지구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교류 활동을 진행 중이며 UN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의 특별 협의적 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와 UNEP 집행이사를 취득해 국제 NGO로 활동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ecolink.or.kr

연락처

(사)환경실천연합회 홍보팀 20)805-88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