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북한이 10월 3일 핵실험을 실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후 14일 UN 안정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제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북한 제재 움직임을 본격화 했다.

다행히 10월 31일 북한과 미국, 중국 세 나라는 빠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해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하지만 북미 양국의 입장이 팽팽해 ‘협상’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10월 3일부터 10월 23일까지 3주간 방송 3사 메인뉴스의 북핵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1. 보도량 분석

방송 3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한 10월 3일부터 8일까지 전체보도의 20~24% 정도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고 UN의 대북제재안이 결정된 둘째주(9일~15일)에는 KBS 66.5%, MBC 70.9%, SBS 64.2%로 보도량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9일에는 방송3사 모두 메인뉴스를 핵실험 특집으로 편성해 MBC 100%(51건), KBS 91.4%(53건), SBS 88.1%(37건)의 핵실험 관련 보도들을 쏟아냈다. 대북 제재방안 이행과 2차 실험 징후가 제기되던 셋째 주에도 방송3사 모두 평균 30%가량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한편 방송3사는 9일부터 10일까지 15시간 이상의 뉴스특보를 편성하기도 했다.

방송3사 메인뉴스의 ‘북한 핵실험’ 관련 보도 주제를 분석한 결과, 핵실험의 배경이나 의미 분석, 해결방안 보다는 각 국가의 반응과 대응에 관련된 보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 관련 보도들의 71.9%가 국내·해외 반응 및 대응을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사 모두 해외 반응 및 대응 관련 보도가 가장 많았다.

그에 비해 핵실험의 의미나 배경을 다룬 보도는 KBS 7건, MBC 8건, SBS 6건(2.6~3% 정도)이었고, 해결방안과 관련해서는 KBS 3건(1.2%), MBC 1건(0.4%), SBS 2건(0.8%)에 그쳤다.

핵실험 보도 중 방송 3사가 가장 많이 다룬 외국정부에 대한 반응을 국가별로 정리해본 결과, 미국의 입장이나 대응이 가장 많았다. MBC, SBS는 일본의 반응을 두 번째로 많이 다뤘고, KBS는 중국의 반응을 두 번째로 많이 다뤘다.

2. 보도내용 분석

1) 각국 입장 ‘단순 전달’ 많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미국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방안에 군사제재를 명기한 7조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등 강경대응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대응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보도들은 미국의 대응방식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나 비판없이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미국정부 반응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SBS의 관련보도 97.2%가 ‘중립’적인 태도였고, KBS, MBC도 89% 정도가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미·일의 대응에 대한 보도 성격을 분석한 결과, ‘단순 전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초점을 맞춘 미국, 일본의 입장을 ‘단순전달’하는 보도가 많다보니 각국 대응 관련 보도의 50%이상이 대북제재를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9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합의를 이뤄내고 ‘북핵 포기’와 ‘상응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9.19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북에 대해 ‘제재 중단’과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동시에 북한은 ‘핵 폐기’를 약속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합의 다음날인 9월 20일 방콕델타아시아은행을 북한의 불법자금 세탁창구로 지목해 북한계좌를 동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위폐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교류와 합동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했지만 미국은 ‘불법행위는 협상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금융제재 해결을 위해 요구해온 북미 양자 대화 역시 거부했다.

미국에서조차 부시의 대북 강경 정책이 실패라고 비판을 받는 배경에는 이런 강경 일변도의 제재 정책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여전히 ‘제재’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응을 그대로 전하는데 머물러 비판적으로 분석보도하지 못했다.

2) 오보 남발

방송사들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 발표나 외신에 의존해 보도함으로써 핵실험 장소가 어딘지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하는 보도 경향을 나타냈다. 또 2차 핵실험과 관련한 오보를 내기도 했다.

방송 3사는 국정원, 외교통상부, 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 부처에서 내놓은 핵실험 장소가 몇 차례 번복되는 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보도했고, 외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전문가들의 정확하지 않은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한편 KBS와 SBS는 10월 11일 오전 일본 니혼TV가 북한이 2차핵실험을 했다고 보도하자 이를 ‘뉴스 속보’로 편성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방송3사는 미국 NBC가 북한이 중국에 2차 핵실험을 통보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KBS는 <‘추가실험 통보’...부인>에서 중국 측에 확인 전화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3) 자극적인 화면으로 불안감 조성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불필요한 화면구성이 많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방송 3사는 다른 나라의 핵실험 자료화면을 사용하면서 자료화면의 출처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MBC의 10월 9일 뉴스는 보도 사이사이에 불안한 효과음의 핵실험 화면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반복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4) 정쟁과 보혁갈등 부각

한편 방송 보도들은 PSI 참여 확대, 대북정책 공방, 김근태 의장 방북 ‘춤 논란’ 등 대북 관련사안에 대해 ‘기계적 균형’으로 일관했다. 포용정책 폐기나 PSI 참여 확대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간의 물리적 충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층분석과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또 김 의장의 이른바 ‘춤논란’은 논란으로 키울만한 일인지 따져보고 지나친 정치공세에 대한 지적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방송보도는 중계식 보도로 정쟁과 공방만을 부각시켰다.

또한 위험수위를 넘어선 강경대응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국지전이 전개될 개연성이 있지만 국제사회와 일치된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는 전쟁선동성 발언에 대해 방송보도들은 ‘여당이 반발했다’는 정도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응도 ‘보혁갈등’의 틀에서 다뤘다. 특히 SBS <갈라선 한국>(10/16)에서는 보혁갈등을 부각시키며 그동안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 보도는 “보수와 진보의 움직임에 대해 접점 찾기를 거부한 갈등” “보수와 진보의 반목” 등으로 갈등을 부각시켰고, 보혁 갈등과 관계없는 자료화면까지 사용하며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격렬한 충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5) 냉전적 대결 상황 부추기는 보도

북한 핵실험 남한도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등 평화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대결 상황을 부추기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0일(현지시각) 제 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현재 선언적 수준에서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명시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으로 맞서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3사 보도 어디에서도 이를 분석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진 보도는 없었고, 핵우산 공약 구체화 소식을 전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SBS <‘핵우산 구체화’>(10/12)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앵커 멘트는 “북한이 과연 핵실험을 했는지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지만, 모름지기 유비무환”이라며 핵우산 제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한·미 연합사 체제하에서 미군의 핵무기를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북한군의 핵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달했다. 보도 마지막에는 ‘핵폭탄만큼 파괴력을 지닌’ 무기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MBC <8년만에 화력시범>(10/20) 보도는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된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육군의 화력시범을 전달했다. 남북간의 군사력 경쟁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MBC의 보도는 신중하지 못했다.

3. 끝내며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 미국 및 주변국들의 대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등 주변국의 대응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큰 비중으로 보도한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경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 일본 등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단순 전달하는 보도가 많았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또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화면을 내보내거나 여야 정치권의 갈등을 부각시켜며 ‘전쟁선동성 발언’까지 공방으로 치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6자회담 재개로 새로운 국면이 열리긴 했지만 아직은 결론을 낙관할 수 없다. 또 한국 내에서는 제재 동참 및 확대, 포용정책 중단, 남북경협사업 중단 등을 주장하며 평화적 해결을 가로막는 주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이 알맹이 없는 보도로 상황을 ‘중계’하는 데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방송사들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지향하는 적극적이고도 성숙한 대북 관련 보도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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