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 Annie’의 해니건, 전수경

서울--(뉴스와이어)--다작으로 유명했던 한 영화배우가 ‘한국 영화는 두 부류로 구분되는데,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다’라는 우스개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뮤지컬도 이와 비슷한 구분이 가능할 듯하다. 뮤지컬 배우 전수경 씨가 출연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것.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그저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한국의 뮤지컬의 맥을 짚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된다. <맘마미아> <넌센스 잼보리> <렌트> <아가씨와 건달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작품성과 흥행에 모두 성공한 작품들에는 어김없이 ‘전수경’ 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젠 그녀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믿고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이름은 흥행과 작품성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그렇기에 오는 11월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하는 뮤지컬 <애니>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다르다.

“제가 악역은 처음 맡아봐요. 제 외모가 좀 선해 보이나 봐요, 지금까지 악역을 맡지 않을 걸 보면…. 하하.”

얼마 전까지 <메노포즈>에서 전문직 중년 여성을 연기했던 그녀가 <애니>에서 맡은 역은 고아원 원장 해니건. 욕심 때문에 ‘애니’를 괴롭히고 이용하지만, 결국엔 자기 꾀에 자신이 넘어갈 정도로 어수룩한 악역 ‘해니건’은 그녀가 지금까지 맡았던 화려한 역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니건’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을 정도로 배역에 자신감과 애정을 느낀단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있잖아요.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결국 그것 때문에 자신이 더 골탕을 먹고요. 인간의 이기심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는 해니건을 연기하다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해요. 우리가 체면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것을 해니건이 해 주니까요.”

전수경 씨가 <애니>의 해니건 역을 맡은 것은 배역이라는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맘마미아> <메노포즈> 등 연이은 출연으로 지쳐 있던 그녀가 다시 한 번 휴식을 뒤로 미루고 <애니>를 선택한 것은 이미 오래된 ‘작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화로 보았지만 별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후배가 뮤지컬이 좋다고 추천해서 보게 되었어요. 한마디로 반해버렸죠. 특히 해니건이란 인물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언제고 한국에서 뮤지컬로 올려진다면 꼭 해 보겠다고 결심했었죠.”

또한 가족 뮤지컬이라 그녀의 다섯 살배기 쌍둥이 딸 지온, 시온이도 엄마의 무대를 재밌게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컸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어린 딸들이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이었기에 엄마로서, 배우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볼 수 있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역시 그녀에겐 의미가 깊다.

올해로 뮤지컬을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첫 무대에 오를 때는 여전히 떨린다는 그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창조해낸 자신의 캐릭터가 관객과 만나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 순간 만큼은 한국 최고의 배우라 인정받는 그녀라 해도 떨리고, 설레는 순간이다. 더욱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그녀이기에 작은 움직임 하나도 ‘대충’이 있을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뮤지컬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리면서 그만큼 관객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져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다. 하물며 이번에 공연될 <애니>는 정식 뮤지컬로 공연되는 것은 처음이기에 주연으로서 그녀가 느끼는 책임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그랬듯 자신의 무대를 즐기려 한다. 배우에게 무대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 보이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는 평생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부족함이 보이죠. 그래서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것 같아요.”

작품을 시작할 때 캐릭터의 삶을 가장 먼저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그녀는 삶을 보는 깊은 시선을 가질 때 진정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가지는 연기의 진정성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작품 속 주인공이 살아온 삶을 깊은 눈으로 천착해 가슴으로 느끼고, 자기 본연의 모습과 조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배우 전수경의 무대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자신이 살아온 삶의 묵직함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자기 속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수경이 만들어낼 해니건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개요
1978년 4월 설립된 세종문화회관은 1999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하였다. 2003년 시설개보수공사를 통해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장으로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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