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스와이어)--1위> 광주 KIXX -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지난 4월 12일 메리어트 호텔에서는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의 비공개 드래프트가 있었다. 8개 팀의 후원 관계자와 감독들이 옥석을 구분하기 위해 각종 분석 자료들에 파묻혀 끙끙대고 있던 가운데, 최철한 9단이 나타났다. 드래프트가 있다는 소식에 선수들도 참석해야 하는 자리로 착각한 것. 이미 GS칼텍스배의 타이틀 홀더 최철한을 1지명자로 선택한 광주 KIXX의 관계자들은 그를 테이블로 초빙했고, 그렇게 탄생한 팀이 84,85년생 절친한 친구들의 광주 KIXX팀이다.

한 프로기사의 말을 빌자면, 광주 KIXX는 바둑리그의 뉴욕 양키스다. 그도 그럴 것이 2번 순번으로 4천왕 중 한 명인 최철한을 낚았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15번째 순번까지 지명되지 않은 박정상을 획득한 것. 당시 프로기사 순위 7위에 랭크되어 내심 1지명을 바랬을 박정상은 원성진, 강동윤, 송태곤 등 후배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의 상처는 바둑리그에서의 선전으로 치유되었고, KIXX팀 최고의 행운이 되었다.

타 팀을 압도하는 세계대회 석권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광주 KIXX. 그에 더해 홍민표, 이재웅, 최원용으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업은 어느 팀도 두렵지 않았다. 이들의 위명이 오죽하면 전기리그 경기 한게임의 어메이징 대활약 속에 2위에 그칠 때도, 모든 이들이 광주 KIXX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였다. 사실 광주 KIXX의 정규리그 우승은 그리 놀랍지 않다.

2위> 경북 월드메르디앙 - 프런트와 선수단의 완벽한 조화

정규리그 개막과 함께 한게임, KIXX에 일격을 당하며, 2연패로 스타트라인을 출발한 경북 월드메르디앙. 3라운드 파크랜드와의 부산 지방투어에서 만난 팀 관계자는 선수들을 붙잡고 제발 이겨달라며 읍소했다. 3연패면 회사에서 짤릴 지도 모른다는 농반 진반의 하소연. 이유인 즉 월드건설의 某회장님은 소문난 바둑광이다. 집무실에는 늘 바둑TV를 시청할 뿐 아니라, 외출 시는 비서실에 전화해 “아까 그 바둑, 누가 이겼어?”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니 월드메르디앙 팀 관계자의 하소연이 이해가 된다. 이런 회장님의 바둑 사랑 덕에 경북 월드메르디앙의 팀 지원은 8개 팀 중 으뜸이었다. 매 경기 팀 관계자들은 대국장을 찾아 격려의 밥을 사고, 위로의 술을 준비했다. 8개 팀 중 유일하게 구단 버스를 운영했는가 하면, 연고 지역이 겹치는 경북을 떠나 사이판의 월드리조트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역시나 지성이면 감천일까, 경북 월드메르디앙은 부산투어에서 첫 승을 거두었고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거듭났다. 질풍노도의 6승 6무를 기록하며 상승 일로를 걷던 월드메르디앙은 최종 라운드에서 정규리그 패권을 놓고 KIXX와 일합을 겨루었다. 비록 최종전 유창혁 선수의 석패로 정규리그의 왕좌를 KIXX에 넘겨줬지만, 많은 이들은 광주 KIXX의 대항마로 경북 월드메르디앙을 주목하고 있다.

3위> 경기 한게임 - 전기리그의 폭풍, 후기리그의 미풍

경기 한게임의 전기리그 돌풍은 실로 놀라웠다. 드래프트 순위 8번으로 타 팀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이영구를 1지명으로 선택한 경기 한게임은 이어서 3,4지명자로 김성룡, 김영삼 등을 지목하면서 리그 개막 전, ‘잘해야 중위권 정도’ 라는 저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전기리그 한게임의 돌풍은 이런 냉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시즌 개막과 함께 4연승 포함 전기리그 5승. 이런 활약이 믿어지지 않는 리그 관계자 및 타 팀 선수들은 입을 모아 속된 표현으로 ‘오더빨’ 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력이고 한게임의 저력이었다. 한게임의 팀 관계자 및 정수현 감독과 김강근 코치가 상대 팀의 예상 오더를 분석하고 예측하면, 플레잉 코치 김영삼과 김성룡이 상대 선수들의 최근 컨디션 파악을 더해 최상의 오더 제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야말로 한게임 돌풍의 근원이었다. 일례로 스스로 희생번트임을 누차 강조했던 김성룡 선수의 상대는 오규철, 박영훈, 고근태, 최원용, 박영훈, 최철한, 강동윤, 이세돌, 이창호였다. 물론 운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은 과언일 것이다. 그러나 위의 오더를 보면 운만이 작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후기리그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던 경기 한게임은 지난 14라운드에 앞서 이미 포스트시즌 상대 전력 분석에 돌입했다고 한다. KIXX와 월드메르디앙, 제일화재 선수들의 최근 기보는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 경기 한게임의 포스트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4위> 서울 제일화재 - 이세돌 끌고, 김지석 밀고

서울 제일화재는 누가 뭐래도 이세돌의 팀이다. 리그 초반 송태곤이, 리그 후반 안달훈이 군사 훈련 관계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세돌은 팀의 든든한 주장으로써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또한 2006 바둑리그가 발굴한 새로운 신예, 김지석의 활약이 있었다. 김지석은 송태곤, 안달훈의 공백으로 14라운드 전 대국을 소화하며 7승 7패를 기록했다. 50%의 승률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느냐는 지적은 사양이다. 그의 7패는 이창호, 최철한, 강동윤,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윤준상에게 당한 것. 제일화재에 더욱 희망적인 내용은 전기리그 상위 랭커들에게 판 맛을 보지 못하던 김지석이 후기리그 박영훈, 원성진, 안조영 등을 물리친 것. 괄목상대라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김지석의 포스트시즌 활약 역시 기대된다.

4위 싸움이 한창이던 14라운드, 바둑리그의 한 해설위원은 상위 팀들이 제일화재의 진출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그만큼 이세돌이 무서운 거죠.” 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타 스포츠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전에서 에이스의 의미는 지대하다. 그리고 이창호의 매일유업이 탈락한 현재 바둑리그 최고의 에이스는 역시 이세돌이다. 서울 제일화재, 그리고 이세돌이 간다.

5위> 부산 파크랜드 - 비장한 결말로 더욱 아름다운 드라마

[2004 한국바둑리그]의 우승팀은 한게임이었다. 그러나 우승팀 한게임에 못지 않게, 오히려 그보다 바둑팬들의 뇌리에 자리잡은 기억은 ‘이영구의 눈물’로 대표되는 파크랜드의 불운이었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 역시 부산 파크랜드의 관계자 및 선수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부산 파크랜드는 리그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다 결국 11라운드 종료 시 8무 3패로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주장 조훈현은 세월의 무게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서건우와 오규철은 승리 없이 12패를 합작했다. 감독 이기섭은 팀의 연고지 부산에서 활동하느라 전력을 기울이지 못했고, 팀 관계자들 역시 그간 참여했던 바둑리그 중 가장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 파크랜드는 분명 좌초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극한 설정에서의 대반전은 파크랜드를 더욱 빛나게 했다. 12라운드 서건우의 첫 승과 함께 팀의 첫 승, 13라운드 오규철의 첫 승과 함께 팀의 2연승. 단숨에 4위로 껑충 뛰어오른 파크랜드는 포스트시즌 막차의 티켓을 거머쥐는 듯 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부산 파크랜드를 외면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향방이 걸린 최종 라운드 최종국, 서건우가 필승의 바둑을 역전패한 것. 그렇게 부산 파크랜드의 슬픈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가벼운 팁 하나, 부산 파크랜드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광주 KIXX에 상대 전적이 앞서는 유일한 팀이다. 광주 KIXX는 파크랜드를 제외한 6팀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파크랜드에게는 1무 1패를 기록했다. 부산 파크랜드의 팀 관계자 및 선수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6위> 대전 신성건설 - 짧은 상승곡선, 기나긴 하강곡선

지난 [2005 한국바둑리그]의 챔피언팀 대전 신성건설. 2006년 대전 신성건설은 입신을 앞세워 정상 탈환에 나섰다. 감독 장주주 9단을 필두로 5명의 선수가 모두 9단으로 구성된 것. 특히 장주주-루이 부부와 절친한 선,후배 양재호와 김승준, 바둑계의 단짝 안조영과 목진석 등이 합류함으로써 그 끈끈한 팀웤은 타 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기리그 대전 신성건설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서울 제일화재를 제압한 것을 비롯, 2승 3무 2패의 성적으로 4위를 고수했던 것. 그러나 대전 신성건설은 후기리그에서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타작에 그친 주장 안조영, 고작 4승을 합작하는 데 그친 루이와 양재호 등이 성적 부진에 일조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김승준 선수의 극심한 기복에 있었다. 전기리그 5연승을 구가하며 팀에 큰 힘을 실어줬던 김승준 선수는, 이후 7연패라는 망연자실할 성적을 거둠으로써 팀의 손익 예측을 철저히 비껴나갔다. 김승준 선수의 기복은 후기리그 1승 2무 4패를 추가하는데 그친 대전 신성건설 부침의 사이클과 맞물려 있어 그 아쉬움이 더할 수 밖에 없었다.

7위> 인천 매일유업 - 이창호만의 길고 외로운 사투

2006년부터 새롭게 바둑리그의 일원으로 합류한 인천 매일유업. 인천 매일유업은 짱짱한 기력의 회장 및 홍보이사를 비롯, 많은 임직원이 바둑을 사랑하는 親바둑 기업이다. 그리고 처녀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뽑아, 한국바둑의 아이콘 이창호를 지명하는 행운을 취했다. 개막식에서 매일유업의 양상국 감독은 우리는 두 명의 타이틀 홀더를 가진 강팀이라 자부했고, 주위의 평가 역시 그에 반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상국 감독의 호언장담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고군분투, 악전고투, 좌충우돌하며 팀을 중하위권에나마 머물게 한 것은 이창호 1인의 몫이었다. 고근태, 홍성지의 널뛰기 성적과 류재형, 김영환의 부진은 결국 스스로 발목을 옭아매고 말았다.

이창호의 12승 2패와 나머지 네 선수의 13승 29패, 이 엄청난 성적의 괴리는 포스트시즌에서 이창호를 보고 싶어하는 바둑팬들에게 실망만을 남겼다.

바둑리그의 한 관계자는 드래프트 1순위 매일유업과 8순위 한게임의 상반된 성적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감독에 의한 오더제 도입에 따라 초A급 상위 랭커 1인을 보유하기보다는 중,하위 랭커들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A급 상위 랭커 2인을 보유하는 팀이 강팀이라는 것. 다시 말해 이창호-고근태의 카드보다는 이영구-원성진의 카드가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창호를 보유한다는 것, 향후 바둑리그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8위> 대구 영남일보 - 강팀이라는 말, 안 믿을랍니다.

리그 개막 전 대구 영남일보는 광주 KIXX, 경북 월드메르디앙과 함께 3강으로 꼽혔었다. 지난 [2005 한국바둑리그]에서 한-중 챔피언스리그 포함 11전 전승으로 팀을 챔피언에 견인한 박영훈과, 5승 2패로 우승에 조력했던 이희성을 투톱으로 내세웠고, 김형우, 허영호, 윤성현 등 탄탄한 미드필드진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그 개막과 함께 영남일보는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 초반에 부진할 당시만 해도 곧 월드메르디앙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 하는 위안의 말들이 오갔다. 그러나 이 부진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전기리그 4무 3패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나타났다. 후기리그 개막과 함께 대구 홈에서 지방투어를 가졌을 때 무승부를 기록한 영남일보의 관계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강팀이라는 말, 이제 안 믿을랍니다.”

영남일보 추락의 원인은 역시 주장 박영훈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두터운 기풍으로 변화하며 속기전에 개안한 듯,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에 이어 창하오마저 날려버렸던 박영훈. 주장전 전승이면 오더제에서도 전승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마저 불러일으켰던 박영훈이 쓰러졌다. 주장 박영훈의 6승 7패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 승률 50%를 초과하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동반 부진은 결국 강팀 영남일보를 리그 막판 고춧가루 부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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