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스와이어)--한게임의 거짓말 같은 드라마

준플레이오프> 서울 제일화재 vs 경기 한게임

세계최강 한국바둑에만 한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필두로 한국의 대중 문화는 아시아를 강타했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류에 열광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교통사고를 많이 당하나요?”, “한국인들은 암이나 백혈병에 약한가 봐요?” 라는 뜬금 없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이런 거짓말 같은 드라마에 열광한다. [가을동화]의 은서는 불치병으로 애틋한 연민을 자아냈고, 그에 이은 준서의 교통사고는 드라마를 작품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최근 한예슬의 호연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모 방송사의 드라마 [환상의 커플] 역시, 극중 주인공의 기억상실증 없이는 그런 흥미를 자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12월 2일과 3일, 5판 3선승제로 열린 서울 제일화재와 경기 한게임의 준플레이오프,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바둑에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예상했을 한게임과 제일화재 4국까지의 2:2 승부. 그러나, 그 예상은 첫 대국부터 철저히 빗나갔다. 정규리그 전 대국 출전, 10승 4패의 한게임 원성진. 정규리그 의무 제한 5대국 출전, 전패의 제일화재 김혜민. 두 선수의 대결은 그저 최종국을 향한 하나의 통과 의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최근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혜민은 대국 개시와 함께 반전무인이라는 바둑 격언에 부합하듯, 단 한 번도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바둑을 펼쳐 보였다. 그렇다면 상대는 경적에 필패했을까? 결코 아니었다. 단 한번 좌상귀에서 이상 감각을 보였을 뿐인 원성진은 결국 이변의 첫 제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제일화재 김혜민은 처음으로 승자 인터뷰에 임해, 화사한 미소를 선보였다.

이어진 두 번째 대국의 주인공은 제일화재의 막내 김지석과 한게임의 맏형 김영삼. 초반 기세를 앞세워 상대의 양보를 받아낸 김지석은 중반 김영삼의 관록에 고전하는가 했으나, 비세를 감지한 이후 더욱 상대를 몰아붙임으로써 정면 돌파에 성공. 이렇게 첫 날은 김혜민과 김지석의 활약을 앞세운 서울 제일화재의 2승으로 마무리됐다.

이튿날 시작된 양 팀의 세 번째 대국에서는 최근 국내 무대 평정을 향해 무섭게 진군 중인 제일화재의 이세돌, 자칭 보급기사이자 희생타라는 한게임의 김성룡이 만났다. 이 대국 역시 바둑을 좋아하는 갑남을녀라면 이세돌의 승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결. 서울 제일화재의 팀 관계자 및 선수들은 승리를 기정사실화하여 이미 축하연을 준비하고 있었고, 바둑TV의 방송 스탶 역시 대국이 끝난 후로 저녁 식사를 미룬 상태.

그러나, 최근 10타수 1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던 한게임의 김성룡이 돌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팀의 패배는 곧 자신의 아픔이 아닌, 아끼는 후배 원성진의 패배임을 인식했을까? 놀라운 투혼을 발휘한 김성룡은 거함 이세돌을 반집으로 격침시키며, 김혜민의 만루홈런에 맞불을 놓았다. 한게임 드라마, 그 반전의 시작이었다.

믿을 수 없는 패배 이후 이어진 네 번째 대국에서 한게임의 주장 이영구를 상대로 나선 제일화재의 안달훈. 검토실과 해설실의 판단에 의하면, 대국 개시 이후 단 한 번도 형세가 나쁘지 않았던 안달훈은 막판 역끝내기를 간과하며 1집반의 뼈 아픈 승리를 헌납했다.

이렇게 주연 한게임과 조연 제일화재의 드라마는 결말을 향해 치달았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예상대로 제일화재 송태곤과 한게임 온소진이 벼랑 끝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 그러나 두 선수의 서로 다른 임전 태세는 결국 한게임 승리라는 필연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첫 날 2:0으로 앞선 제일화재의 송태곤은 귀가하며 “세돌이형, 나 내일 집에 있을까?, 최종국까지 가면 내가 끝내려고 했는데.” 하며 너스레를 피웠었다. 정규시즌 2위 수복에 실패했던 최종국 패배를 자책하며, 절치부심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 한게임의 온소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주장 이세돌의 패배에 황망히 대국에 임한 제일화재의 송태곤. 송태곤으로써는 수정되지 않은 각본에서 멋진 승부를 펼쳐보고 싶었으리라. 결국 제일화재는 송태곤의 거친 승부 호흡에 이은 때 이른 대마 몰살로, 한게임에게 플레이오프 티켓을 건네주고 말았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의 준플레이오프, 모두가 두려워했던 다크호스 서울 제일화재는 Big Three의 일원 경기 한게임에 의해 시즌을 마무리했다. [2004 한국바둑리그] 챔프에 등극할 때 연출했던 2패 후 3연승이라는 짜릿한 드라마를, 2006년 새로운 버전으로 재방송한 경기 한게임. 이제 12월 9일 오후 6시부터 경북 월드메르디앙을 상대로 한게임의 새로운 드라마가 방송된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 이것이 승부다!!

준플레이오프 서울 제일화재 경기 한게임 대국 결과
1국 : 12월 2일 18시 흑 김혜민 백 원성진 흑 1집반승
2국 : 12월 2일 20시 백 김지석 흑 김영삼 백 불계승
3국 : 12월 3일 18시 흑 이세돌 백 김성룡 백 반집승
4국 : 12월 3일 20시 백 안달훈 흑 이영구 흑 1집반승
5국 : 12월 3일 22시 백 온소진 흑 송태곤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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