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07년 석유화학 경기 전망과 이슈’
2006년 세계 석유화학산업 키워드
2006년 석유화학산업은 그 어느 해보다도 산업트렌드의 변화가 부각된, 더 나아가 현실로 확인된 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초 소재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은 수요나 경쟁구도 등에서 변화가 느린‘Slow Industry’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2006년의 석유화학산업은 과거에 비해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고유가 영향이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산업의 패러다임변화가 고유가로 인해 빠르게 가시화 되었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경기(수익성)와 경쟁구도, 시장 측면에서 석유화학산업의 키워드를 점검해보자.
● 경기 : 산업 경기의 西高東低현상 심화
2005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세계 석유화학 경기의 西高東低현상은 2006년 들어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교할 때 미국 기업들은 금년 3/4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10% 수준에서 유지된 반면,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대비 3%정도 하락해서 7%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만 및 중국에 위치한 석유화학 기업들도 한국과 비슷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구미지역 대비 동아시아의 제품가가 훨씬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원래 석유화학제품의 국제교역은 역내 국가 간 거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역별 제품 가격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그 격차는 지역 간 거래비용 수준인 톤당 1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근래 구미지역과 동아시아(중국 수입가격)의 제품가격 차이는 평균 톤당 2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 내 과도한 공급능력 증가와 전 세계 잉여물량의 동아시아유입에 의한 결과로, 2007년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 경쟁 : 아시아의 에너지 통합형 석유화학기업 시장주도권 장악
2000년대 이후 세계 석유화학산업을 이끌어 온 구미 화학기업들이 석유화학 비중을 축소시키는 반면, 아시아의 에너지 통합형 석유화학기업들이 세계 석유화학 투자를 주도하는 추세는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M&A를 통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BASF/Shell(PE/PP사업), Huntsman(석유화학사업),Eastman Chemical(PE사업) 등은 사업을 매각하는 반면 SABIC(사우디)과 NPC(이란), Sinopec(중국), IOC(인도) 등의 아시아 에너지 통합형 기업들은 M&A의 주요 인수기업으로 부상했다. 또한 대만의 Formosa나 인도의 Reliance 등 석유화학 투자를 주도하는 다른 기업들도 자국 내 최대 에너지기업 중 하나이다. 결국 세계 석유화학시장에서 에너지와 연계되지 않고 석유화학 사업기반을 성장시키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화되는 추세이다.
● 시장 : 최대 수입시장인 중국의 수입 감소 전환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세로 전환됐다. 2005년 중국의 석유화학제품(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수입은 6% 증가하여 과거 두 자리 수 증가율 보다는 위축됐으나 증가세는 유지됐다. 그러나 2006년에는 9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대비 1.4% 감소했고, 특히 합성수지수입은 9%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이러한 감소세는 CSPC(Shell과 CNOOC의 합작사)의 납사크래커가 가동된 6월 이후 시작되었는데, 2006년 6월부터 9월까지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량은 전년대비 9% 감소했고, 특히 합성수지 수입은 15% 이상 감소했다. 이것은 중국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가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수요성장 속도는 2004년을 정점으로 둔화세가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6년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반면, 수요는 GDP보다 낮은 7~8%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세계 석유화학산업 완만한 하강세 지속
2007년 세계 석유화학산업 경기는 전체적으로 하강세가 지속되지만, 그 속도는 과거의 싸이클에 비하여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원인으로는 최근 3년간 경기 호황 기간 중에도, 세계 석유화학제품 생산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미국과 서유럽, 일본에서 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향후 5년 간 새로운 크래커(석유화학 기초설비)의 가동이 없을 예상이다. 서유럽에서도 당초 SABIC(구 DSM 석유화학 사업)과 BASF가 크래커 투자를 추진해왔지만, SABIC은 보류를 결정하고 BASF의 프로젝트만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세 지역 모두 구 설비에서 운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일부 설비의 폐쇄도 예상되고 있어 상당기간 공급량이 정체될 전망이다.
한편 2007년 중동 및 아시아에서도 대만Formosa의 에틸렌 120만 톤 납사크래커, 이란Marun의 에틸렌 110만 톤 에탄크래커를 제외하고는 대형 설비 가동은 없을 전망이다. 신증설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이란에서 Arya Sasol(에틸렌100만 톤)과 Jam PC(에틸렌 110만톤)의 설비는2007년 상업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가동 예정인 Marun 설비도 2006년 3월 완공되었으나 본격적인 정상 가동에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에도 이란의 석유화학 설비는 자금과EPC(엔지니어링/구매/건설), 대형 플랜트 운영인력의 부족에 더하여 부실한 엔지니어링과 원료/인프라 설비 준비 부족으로 정상적인 상업가동이 1년 이상씩 지연되는 상황을 반복할 전망이다.
이처럼 2007년은 신규로 가동되는 대형설비가 적은 상황에서 한국 및 중국 등의 증설 설비를 감안하더라도 에틸렌 공급 증가가 500만 톤 대에 머물러, 수요 증가(495만 톤, 1억1천만 톤 수요에 4.5%성장 예상)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급 환경으로 2007년 세계 석유화학 경기는 완만한 경기하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수익성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석유화학 경기의 지역별 차별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아시아의 석유화학 경기는 세계 경기보다 빠른 하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 아시아지역 체감경기는 냉각 지속
2007년에는 아시아지역 석유화학 경기는 중국의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증설이 동아시아(한국, 대만, 중국)에 집중되어 이 지역에서 체감하는 석유화학 경기는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제품별로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04년부터 중국의 수입 감소가 지속된 PS와 PVC는 부진한 시황을 반전시킬 호재는 없는 반면, 원료가격의 하락으로 제품가격 추가 하락압력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한 TPA와 EG의 경우에도 중국의 자급률이 빠르게 높아져 2006년 중반 이후 수입 감소가 시작, 시황의 약세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틸렌의 경우에도 일부 국내기업들이 원료(Upstream) 부문만 증설을 한 결과로 시장에 Spot 물량이 증가, 2006년까지의 강세를 마감하고 약세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PE와 PP, ABS는 증설과 중국의 수입부진에 따른 부담으로 시황의 약세가 예상되지만 경기를 급 하강 시킬 만큼의 특별한 악재는 존재하지 않고, 수직계열화가 안된 기업의 경우에는 원료가 부담이상대적으로 경감될 전망이다. 또한 BTX의 경우에도2004~2005년과 같은 황금기는 지나갔지만 신증설투자가 고르게 분산되어 있어, 체감경기는 비교적양호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이슈
최근 한국 석유화학 업계에는 경영성과가 악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미래로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일부에서는‘2008년 대불황설’을 말하기도하고, 일부에서는‘장기침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들의 핵심은 경기하강의 골이 얼 만큼 깊고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의 해답에 접근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슈를 점검해보자.
● 석유화학 경기 하강,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성장과정을 보면, 혹독한 시련이 없는 비교적 순탄한 성장이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1990년대 초와 2000년을 전후해서 세계 석유화학 불황을 경험했지만, 1990년대 초까지는 석유화학이 수입대체 산업이었기 때문에 외풍에 대한 민감도가 낮았고, 2000년 전후에는 높은 환율과 중국 수요의 급신장에 기대어 큰 위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처한 조건은 어떠한가? 고유가에 낮은 환율, 내수 부진, 주요 수출시장의 수입 감소, 중동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부상 등 모든 조건이 악화되는 추세이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세계 석유화학 경기 호황으로 불안한 행복을 향유했지만, 이제 경기하강이 가시화 되고 있다. 더욱이 호황기에 축적된 현금이 있어도 현 상황을 돌파할만한 투자처도 찾기가 어렵다.
결국 현재 한국 석유화학기업이 처한 상황은세계 경기변화에 의한 일시적 실적악화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의한 경기 하강이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 감소세로 돌아섰나?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 추이는 전 세계 석유화학업계에게 초미의 관심대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관련 연구기관들 모두 중국 수입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자급률이 상승하지만, 시장규모 성장으로 수입량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예로써 산업 전문 연구기관인 Tecnon은 지난해 말 발표 자료에서 5대 합성수지를 기준으로 중국의 자급률이 2005년 61%에서 2010년에는 67%로 상승하지만, 부족량은 2005년 1,280만 톤에서 2010년 1,52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년도 중국의 실제 수입량은 9%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것은 중국의 수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 경제 산업성은 올해 3월초 발표 자료에서 중국의 합성수지(ABS 제외) 수입이 2006년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2010년의 수입도 2008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일시적 증가를 제외하고 매년 감소, 2005년 대비 8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SRI Consulting도 올해 10월말 세미나에서 에틸렌유도품 환산 기준 중국의 2010년 수입량은2005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의 시점 및 기준에 다소간 차이가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2005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전망이 점차대세를 이루는 것으로 평가된다.
● 중동의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예상대로 진행될 것인가?
현재 중동에서는 2011년까지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기준으로 사우디 9백만 톤, 이란 7백만 톤, 카타르 및 기타 국가 6백만 톤 정도로 총 2천2백만톤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표 되었다(참고로 현재 세계 에틸렌생산능력은 1억2천만 톤 규모임).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다. 즉 이란의 프로젝트 지연상황을 예로 들면서, 투자비의 급증과 원료 조달, 판매처 확보 등의 문제로 발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중동 프로젝트의 현실성을 논의할 때 이란과 기타 국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란의 프로젝트는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운영 경험 미숙과 지나친 자주권의 강조, 현실 조건 대비 과도한 계획 설정 등으로 곳곳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에너지와 기반시설, 석유화학 공장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Royal Commission이 존재,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연 없이 진행해왔으며 향후에도 계획에 따라 실행될 전망이다. 또한 기타 국가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외자기업과 합작으로 추진되고, 국가 당 프로젝트는 한, 두건에 불과하여 계획에 차질을 빚을 이유가 거의 없다고 보인다.
결국 중동의 설비투자에서 이란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에틸렌 1천5백만 톤 규모의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고, 이정도 규모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석유화학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지연은 예상되지만 풍부한 원료의 저가 조달이라는 강력한 추진동력(Driving force)를 고려할 때 결국은 실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 구조적 변화 불가피
지난해 초 미쓰비시화학 사장 Ryuichi Tomizawa는 화공일보 기고문에서 최근 몇 년간의 경기호황을“신이 준 집행유예”라고 표현했다. Tomizawa는 이것을 적극 활용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변화의 키워드는‘구조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일본의 가시마 단지에서는 재팬에너지 그룹과 ‘하이드로카본센터’프로젝트를 실행, 석유부문과 연계된 최적의 효율화를 지향하고 이러한 노력을 미쓰비시화학 공장이 있는 모든 곳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미쓰비시화학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하여“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자신 있지만, 사업을 버리는 데는 약했다”고 평가 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적극적인 사업의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일본 화학기업이 생각하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글이다.
다시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으로 돌아와 보면 일본기업의 위기의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수의 기업들이 잉여 현금을 바탕으로 범용설비의 증설을 추진하거나 사업 고부가가치화의 일환으로 기능성 소재에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전자재료나 바이오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다. 성장을 멈춘 기업은 식물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전략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사업이 직면한 위협적인 환경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현재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개별 기업차원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성 있는 외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트너는 사업의 전후방 기업이 될 수도 있고, 국내외의 경쟁기업이 될 수도 있다. 또는 같은 단지 내에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될 수 있다. 누구와 어떠한 형태가 되었 던 간에, 현재의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검토하는 해법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에 못 미치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이라면 추진해야한다고 생각된다. 변화는 첫 단추를 끼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임지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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