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엔 캐리 자금, 국내외 금융시장불안의 불씨 되나’

서울--(뉴스와이어)--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국회답변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일본은행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알려지면서 촉발되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는 것은 저금리 국가의 화폐로 조달한 자금을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에 투자·운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금리 국가의 화폐는 외환 시장에서 약세 압력을 받는 반면, 차입을 상환할 때에는 해당 통화의 매입 수요로 인해 강세 압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캐리 트레이드 대상 통화는 저금리이면서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엔화는 0%대 금리가 장기화된 데다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체로는 일본계 금융기관과 함께 일본에 진출한 외국금융기관, 개인투자가 등이 있다. 일본 소재 외국금융기관의 경우 본사나 헤지펀드 등에 대한 대출이 확대되어 왔으며, 13조 달러(1,500조엔)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축적한 일본 가계도 장기간의저금리로 인해 해외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0%대 금리에 머물러왔던 일본 엔화에 대한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가 국제금융시장의 과잉유동성을 팽창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엔 캐리트레이드가 축소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위험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IMF나 OECD는 일본은행이 금리인상 정책을 신중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이러한 우려 자체가 합리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제약하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를 경계하고 실사를 강화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5,000억 달러를 넘을 듯

엔 캐리 트레이드의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나타나는 일본 소재 금융기관들의 해외 엔화 자산 추이나 일본은행 통계에 나타난 일본 소재 비 일본계 은행의 거점간 자산거래 추이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BIS 통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해외 엔화자산 잔액은 2002년 이후 급증세를 나타내 2006년 6월 말 기준으로 4,039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일부인 일본 소재 비 일본계 은행의 해외 엔화 자산 추정액은 2006년 9월 기준으로 1,570억 달러(18.4조엔)에 달하고 있다. 일본 소재 외국계 금융기관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투기 세력인 헤지펀드 등에 자금을 공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넓은 의미로 엔 캐리 트레이드에 포함되는 일본 가계의 해외투자도 저금리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미즈호은행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의 해외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의1% 수준에서 2006년 2/4분기에는2.3%로 미미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지만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가 13조 달러(1,500조엔)에 달하기 때문에 해외자산 규모도 3,000억 달러(34.5조엔) 정도가 된다. 특히 일본인 투자가들은 증권투자 신탁 계정을 통해 BRICs 등의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일본 소재 은행과 개인 투자가에 의한 엔 캐리 트레이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시 못 할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 9월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추정하는 데 있어서 투자신탁을 통한 해외채권 보유 규모를 계산하여최대 430억 달러(5조엔) 수준이라고 추정했으나 이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금융기관과 개인투자가를 포함하면 적어도 5,00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3월에 일시 위축 후 다시 확대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의 주된 원인은 일본의 저금리 기조에 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정책을 모색하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일본은행이 양적금융완화정책(유동성의대량공급)을 해제하면서 3월말의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BIS 통계에 나타난 일본 소재 금융기관의 해외 엔화대출 잔액은 2006년 3월에 3,924억 달러로 2005년 12월의 4,018억 달러에 비해 94억 달러 감소했다.

금년 초 일본의 금융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로 나타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둔화와 함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아이슬란드나 터키, 헝가리 등의 통화가치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세계증시도 5~6월에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금리인상정책과 함께 일본발국제유동성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이루어져 일본의 콜 금리 목표치가 0%대(0.25%)에 그침에 따라 투자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다시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지난 6월에 일본 소재 금융기관의 해외 엔화 자산 잔액은 다시증가세로 반전하여 4,039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일본은행의 콜 금리 유도 목표치는 0.25%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으며,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격차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그리고 엔 캐리 트레이드 이용에 대한 리스크인식이 약화된 것 등이 엔 캐리 트레이드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사실 미일간의 금리격차는 지난 10월에도 금년 초에 비해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 엔저 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엔 캐리 트레이드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엔화 환율과 미일간의 금리차 추이를 보면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리차가 줄어들 경우 엔고를 보여 왔다. 2002년에는 미일금리차가 2% 포인트 밑으로 떨어지자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였다.

미일간 금리격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인 1998년의 경우에는 러시아국채 불안으로 촉발된 헤지펀드 위기 등 특수 요인이 작용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체인 헤지펀드 등이 위기를 겪을 만큼 국제금융시장이 위축될 경우에는 일본에서 엔화를 조달하여 해외에서 운영하는 이점이 떨어져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돼 미일간 금리격차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구조를 고려하면 지난 5~6월에 폭락했던 신흥시장 증시와 미국 증시의 회복세,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은 일본 저금리의 장기화 기대와 함께 엔 캐리 트레이드를 촉진하여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순기능과 역기능

0%대 금리에 머물고 있는 엔화를 글로벌하게 활용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는 각종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고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다시 개도국으로 순환하는 글로벌한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동구의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구입자가 환율변동 리스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저금리 엔화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까지 등장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국제유동성 확대 흐름은 각국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고 성장세를 가속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부동산버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엔 캐리 트레이드와 함께 엔저 현상이 지나칠 정도로 가속화되는‘엔저 버블’이 심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사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엔화의 실질적인 환율 수준은 1980년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와 같은 엔저 버블은 아시아 각국의 수출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해외자산에 대한 잠재적인 매도 압력을 조성하는 역기능도 있다. 1998년의 헤지펀드 위기 때와 같이 해외자산 가격이 하락하여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투자가들은 투자자산을 매각하여 엔화를 매입해 엔화 차입 상환에 주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투자가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로 손해를 보게 된 투자가들이 엔화를 대거 매입하면 엔화는 단시일 내에 급등하기 때문에 해외자산 매각→ 엔화 매입의 악순환이 가속화된다. 1998년의 헤지펀드 위기 당시 엔화는 8월에서 10월 사이에 1달러당 20엔을 넘는 급등세를 보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역기능을 생각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돼 엔저 버블이 심화될 경우, 추후에 겪게 될 국제금융시장의 후유증은 심각해질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억제 쉽지 않을 전망

이상과 같이 볼 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 확대는 위험성을 내제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기초가 될 일본의 저금리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금년 말이나 내년 1/4분기 중에0.25% 포인트 금리를 인상하여 콜 금리를 연0.5%로 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미국과의 금리차는 4.75% 포인트나 된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당초 예상보다도 낮아져 2007년에도0.2~0.3%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일본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근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 내년 하반기 중 콜 금리를 0.25% 포인트 정도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 경우에도 미일 간 금리차는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금리측면에서는 여전히 엔저 압력이 지속될 것이다. 미국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보여 내년 미국의 금리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각종 해외 리스크 자산의 경우도 최근의 국제상품가격의 회복세, 미국경기의 연착륙가능성, 신흥시장 증시의 재상승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의 급락에 따른 엔 캐리트레이드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대로 갈 경우 상대적 엔저 현상의 장기화 속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팽창이 계속될 공산이 크며, 이는 내년도의 어느 시점에서 국제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경기의 하강세가 완화돼 내년 하반기에 세계경기가 다시 회복 국면에 돌아서면서 각종원자재 가격도 더욱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발하고 국제금리가 다시 급등한다면,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IMF 등의 국제기관들도 일본의 금리인상정책의 자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실상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여 사전 예방적인 조치를 유도해야할 시점이다.

엔 캐리 자금 확대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엔 캐리 트레이드와 엔저 버블의 팽창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엔 캐리트레이드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는 엔화 약세, 원화의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나라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유로와 함께 상당히 큰 폭으로 절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원화가 더욱 강세를 보인다면 산업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둘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는 한국은행의 금융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도 각 경제주체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서 저금리 자금을 조달한다면 금리인상정책의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경제주체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에 의존하면서 금리인상 →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 → 원화 강세의 악순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 엔 캐리 트레이드는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금리를 인상해도 저금리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투기 세력이 부동산 매입에 주력한다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 일본에서도 최근 문제가 되면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일본계 고금리 대부산업이 일본에서 저금리 자금을 들여와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가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의 재테크 차원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단기적으로 유리한 경우도 있겠지만 엔화가 급격한 강세를 나타낼 경우,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각 금융기관들의 엔화 대출 상황을 점검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부작용 억제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 02-3777-0517 이메일 보내기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귀사의 소식을 널리 알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