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5차 협상 관련 방송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보고서
5차 협상과 관련한 방송보도는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미국의 쇠고기 전면개방 압박, 무역구제 협상 중단으로 인한 여파에 비중을 뒀으나, 내용 분석보다는 상황중계에 그쳤다. KBS, SBS가 내놓은 2건의 분석·전망 보도도 협상의 여파나 향후 전망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부족했다. 협상이 교착되면서 ‘물밑교섭’이나 ‘빅딜’로 협상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정작 그로 인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지적한 보도도 없었다.
방송3사의 이번 FTA 관련 보도가 협상중계에 치중했다는 것은 보도에 대한 주제 분석에서도 쉽게 드러났다([표] 참조). 방송 3사의 한미FTA 5차 협상 관련 방송보도를 분석한 결과, 시위 관련 보도(총 7건)를 제외한 35건 가운데 ‘협상중계 보도’가 3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협상 분석 및 전망’ 보도는 KBS, SBS 각 2건에 그쳤고, MBC는 아예 없었다.
MBC는 협상 기간 내내 쇠고기 수입을 압박하는 미국의 공세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협상의제가 아닌 쇠고기 문제를 끌어들인 미국을 비판하거나, 미국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다.
MBC는 <쇠고기로 신경전>(12.4)에서 축산업의 중심지인 몬테나주를 설명하며 보커스 미 민주당 상원의원의 ‘쇠고기 퍼포먼스’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5일 <전면 재개 요구>에서도 쇠고기문제와 FTA를 연계하겠다는 미국의 공세와 함께 산업은행의 역할변경, 자동차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미국 측의 강경한 태도를 전했다. 이날 <미군이 먹는다>에서는 뼛조각이 발견되어 1차 쇠고기 수입분을 주한미군에게 공급하겠다는 미국 입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이번 조치는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한국 측에 시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6일에도 <사실상 수입 무산>에서 미국산 쇠고기 3차 수입분에서도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FTA 협상 관련 보도를 이어서 내보냈다.
8일 <쇠고기가 걸림돌>에서는 미국 측이 우리 측의 반덤핑 관련 최후통첩을 거부한 이유가 쇠고기가 검역 불합격에 대한 불만이라고 분석했다. 또 “쇠고기 문제가 이번 협상의 변수가 될 거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며 “앞으로의 추가 협상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요청하면 재협상>에서 MBC는 “쇠고기 검역절차 세부기준에 대해 미국정부가 재협상을 공식요청 하면 이에 응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협상이 끝난 9일도 <“쌀 개방 논의하자”>에서 쌀시장, 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을 정리해서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 보도는 이번 협상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분석은 없었다.
MBC는 그 외 협상내용에 대한 3건의 보도에서 우리 측의 협상전략, 섬유·의약품 분야의 협상경과, 반덤핑 관련 협상 및 중단으로 인한 여파 등을 보도했다. <미국에 최후통첩>(12.6)에서는 “한국 측이 반덤핑 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 최후통첩을 했다”며 5차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반덤핑 관련 협상을 보도하며 미국 측의 의약품, 자동차 분야의 공세와 관련한 입장차가 커서 “자칫하면 빈손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전하는데 그쳤다.
SBS도 미국의 공세 위주로 단순 중계
SBS의 FTA 보도도 쇠고기,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공세’를 중심으로 다뤘고, 다른 협상분야는 진행경과에 대한 ‘중계’ 수준이었다. SBS의 분석·전망 보도는 피상적으로 협상내용을 접근한 정도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SBS는 <‘전면개방’ 요구>(12.4), <협상장, 왜 몬테나?>(12.4), <더 강경해진 미국>(12.4), <전방위 공세>(12.5), <또 또 뼛조각>(12.6) 등에서 미국의 쇠고기 개방 압력, 몬테나를 협상지로 결정한 이유, 의약품·자동차 분야의 미국의 공세 등을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깊이 있는 분석은 없었다.
또 한국 측이 반덤핑 문제에 대해 최후통첩을 했던 6일, <핵심쟁점 ‘최후통첩’>에서 쇠고기, 축산류, 과일류 개방, 의약품, 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이 맹공을 펼쳤다고 전했다.
SBS는 미국이 반덤핑 제도 개선 요구안을 거부한 7일 <3개 협상중단>에서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내용을 주로 보도했다. 이어서 보도한 <무역구제 초강수 왜?>에서는 앵커가 무역구제가 무엇인지를 해설하고, 반덤핑 관세로 인한 산업 피해 등을 설명하며 한국 측이 무역구제에 초강수를 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보도는 물밑 접촉을 통해 반덤핑 개선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일괄 타결할 것이라는 전망과 쇠고기 문제를 향후 협상의 변수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괄타결이 이뤄질 경우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다.
협상이 종료된 9일 SBS는 <큰 진전 없이 종료>에서 “농업 부문에 쌀 시장과 전기, 가스 등 공공 부문의 개방을 요구했다”며 미국의 새로운 압박을 전하고, 5차 협상이 큰 진전 없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도한 <물밑협상은 계속>에서는 “핵심 쟁점을 일괄타결하기 위해 연말에도 고위채널을 통한 물밑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전체 협상을 좌초시킬 수도, 반대로 잇단 빅딜을 촉발할 수도 있는 무역 구제 협상은 현상시한까지 남은 3주 동안 미국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KBS, 미국의 압박 MBC·SBS 보다 소극적으로 다뤄
KBS도 협상 자체를 중계하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번 FTA 협상 과정에서 ‘쇠고기’ 문제 등으로 미국의 공세가 거셌음에도 보도 비중이 다른 방송사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고, 미국산 쇠고기 3차 수입분에서 검출된 ‘뼛조각’ 문제도 단신으로 처리했다.
KBS는 4일 <‘뼛조각’ 총공세>, 7일 <FTA 연계시사>에서 미국이 쇠고기 수입개방을 FTA와 연계해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고, 미국산 쇠고기 3차 수입분에서 뼛조각이 검출된 사실에 대해서는 ‘단신’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MBC, SBS가 각각 7건, 5건으로 관련 보도를 다룬 것과 차이를 보였다.
그 외에 FTA 관련 KBS 보도들은 대부분 협상내용에 대한 중계였다. KBS는 8건의 보도를 통해 우리 측의 반덤핑 문제해결 5가지 개선안, 의약품, 농업, 쇠고기, 서비스, 섬유 등의 협상 경과를 전달하고, 양국의 입장차를 보도했다.
KBS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 보도라고 내놓은 보도역시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했다. 7일 <협상 돌파구는?>에서는 미국 측이 ‘무역구제’ 부문에 있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며, 전면적인 협상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등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진단했다. 하지만 ‘물밑 협상’을 통한 협상 진전이 우리 측에 불리할 수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협상재개’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협상이 끝난 9일 <“전기·가스 개방하라”>에서는 “공공 서비스엔 별로 관심이 없다던 미국이 전기와 가스시장 개방을 거론하고 나섰다”며 서비스분야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압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뤘다.
구태의연했던 MBC, KBS 시위 보도
반FTA 시위와 관련한 MBC, KBS의 보도는 ‘충돌’, ‘교통 혼잡’을 부각하는 구태의연한 보도가 반복되었다.
6일 열렸던 한미FTA 저지 3차 궐기대회에 대해 KBS, MBC는 <도로점거 시위>라고 같은 제목을 달았다. ‘반FTA 시위’보다 시위대의 ‘도로 점거’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두 보도 모두 기습시위로 인한 도로 정체와 몸싸움, 시민과 상인들의 항의와 같은 집회 과정을 전하며 ‘충돌’, ‘교통 혼잡’ 등을 부각했다.
다만 S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보여줬다. 4일 SBS <한미 FTA 반대>는 농민들이 FTA 협상을 중단하는 기자회견을 노 대통령 고향에서 열었다며 이를 단신으로 전했고, 6일 열린 한미FTA 저지 3차 궐기대회에 대해서는 <집회강행… 산발 시위>라는 제목으로 마로니에 집회 현장과 광우병 소 화형식 장면, 시위대의 행진 모습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집회 장소 주변을 지나는 모든 시민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요구해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협상기간 내내 협상을 중계하는 보도마다 한국 원정 시위대의 활동을 언급했던 점도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 5일 <전방위 공세>에서는 한국 원정 시위대가 도착했다며 “시위대가 미국의회를 상대로 로비에 나서겠다고 밝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시사프로그램의 무관심 지나쳐
이번 한미FTA 5차 협상에 대해서는 시사프로그램들의 관심도 부족했다.
1일 <세븐데이즈>가 ‘농민들, 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에서 반FTA 시위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했고,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에서는 6일 ‘무역구제’ 협상을 다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방송 3사 시사프로그램은 FTA 5차 협상을 다루지 않았다.
방송, FTA 파장 심층 취재해야
미국산 쇠고기 3차 수입분에서 또 뼛조각이 발견되었지만 미국은 오히려 한국의 검역 절차를 문제 삼아 불만을 토로하고, 협상기간 내내 의제도 아닌 쇠고기 문제를 FTA협상과 연계시키는 횡포를 보였다. 이런 부당한 압력에도 정부는 오히려 검역세부기준을 재협상할 수 있다는 굴욕적인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살코기에도 광우병을 전염시키는 인자가 들어있다는 연구결과로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입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제는 뼈가 들어있는 쇠고기를 수입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과의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마저 내팽개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연말에 고위급 통상채널을 통해 논의될 ‘무역구제’ 분야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 측이 의약품, 자동차 분야 등을 내줄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국이 처음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배기량에 따른 세재 개편을 요구해 우리 정부가 호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배기량 기준 세재에서 가격 기준으로 바꿀 경우 ‘재정운용의 건전성과 환경오염 억제’라는 부분은 외면하게 된다. 또 농산물, 섬유분야까지도 ‘빅딜’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정부의 이런 굴욕적인 태도와 쇠고기 수입개방의 위험성을 고발하기는커녕 쇠고기 문제해결을 파행을 겪고 있는 FTA 협상 재개의 ‘돌파구’로만 다루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방송이 ‘뼛조각 쇠고기’에 대한 미국 측의 일방적 재협상 주장을 ‘빅딜용 카드’로 취급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FTA협상 해결을 위해 어떤 ‘물밑협상’이 이뤄지는지, 그에 대한 위험은 없는지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지만 미국의 부당한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FTA를 ‘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주는 것을 제대로 된 ‘협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동등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협상은 중단하는 것이 옳다. 방송보도들이 이제라도 FTA에 대한 보도 관점을 재정비해 줄것을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그동안 일부 시사프로그램들이 FTA 협상과 관련해 의제를 발굴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했던 것처럼 5차 협상의 결과와 ‘빅딜’을 할 경우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취재해 적극적으로 알려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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