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는 진화하고 있다. 2003년 드림리그라는 작은 알을 깨고 나온 한국바둑리그는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단기간에 세계최강 한국바둑의 대표기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해마다 높아진 바둑리그의 위상은 대한민국 금융의 리딩 브랜드 KB국민은행을 2006년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유치했고, 홍보효과를 체감했던 8개 기업 팀의 참가를 더하여 전년 대비 200%, 30억이라는 세계 최대의 규모로써 그 위용을 과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은 바둑리그의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내실에서도 알찬 변화가 있었다.
바둑팬을 위한 지방투어
그 동안 바둑팬들에게 프로기사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특권(?) 계층이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방송 기전의 중계를 통해서, 혹은 주요 대국 현장의 CCTV를 통해 비치는 그들의 정수리쯤. 그러나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는 프로기사와 바둑팬들의 거리를 좁히는데 크게 일조했다. 팬들에게 임전소감을 밝히고, 팬들 앞에서 승부를 펼치고, 팬들의 열화 같은 싸인 공세에 응해 주는 모습. 2006 한국바둑리그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지방투어의 모습이다.
지난 8월 20일 서울투어의 단상. 관객석에 마이크를 넘겼을 때 희끗희끗한 반백의 올드팬은 제일화재 이세돌 선수에게 당부했다. 조훈현-이창호 사제를 이어 한국바둑의 에이스로써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그의 진심 어린 충고가 이세돌 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이세돌은 제일화재 팀을 진두 지휘하며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GS칼텍스배, KBS바둑왕전 등을 차지하며 심기일전하는 면모를 보였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의 지방투어는 프로기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재고와 자긍심을 이끌어냈다. 팬들과의 교감을 즐기기 시작한 프로기사들의 모습, 2006 한국바둑리그의 큰 수확이었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
5,000년 동양문화를 관통하는 최고의 두뇌 게임 바둑은 그 오랜 세월 만큼이나 당연하게 개인간의 승부로 여겨졌다. 80년대 말 소수로 국한된 일부 기사들의 국가대항전으로 시작된 단체전은 한국바둑리그라는 본격 팀 대항전의 출범과 함께 그 묘미를 증폭하고 있다.
12월 17일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의 최후의 대국. 패색이 완연했던 한게임의 온소진 선수는 끝내 돌을 거두지 못하고 10집반이라는 프로답지 않은 패배를 맞았다. 패배 이후에도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며 괴로움을 감내하던 온소진에게 팀 선배 김성룡이 다가왔다. “소진아, 수고했다.. 괜찮아.. 가자..”
프로기사들에게 사실상 동료는 없었다. 절친한 친구든지, 아끼는 선후배든지, 또는사랑하는 사제간이든지, 바둑판을 마주한 상대는 쓰러뜨려야 할 경쟁자였다. 어떤 바둑을 이겨도, 어떤 기전을 차지해도 프로기사는 결코 웃지 않는다. 상대가 떠난 기자회견장에서 엷은 미소를 보일 뿐이다. 그들은 철저한 외톨이 승부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는 달랐다. 한게임은 플레이오프 승리 후 감독을 헹가래쳤고, KIXX는 챔피언 등극 후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 모든 것은 자신만큼이나 패배에 아파해주고 승리에 기뻐해주는 이심전심의 팀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늘 무표정하고 심각해서 의중을 알 수 없는 프로기사들이 안타까워하고 환호성을 터뜨린다. 팀 대항전 한국바둑리그가 흥미진진한 이유, 그것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프로기사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기인할 것이다.
승부의 의외성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오더제의 도입이다. 예년의 지명그룹별 대결이 아닌 전 출전선수간 대결은 2006 한국바둑리그의 큰 흥행 요소였다.
승부에 앞서 팀간 치열한 첩보전, 정보 분석 이후의 오더 전략, 오더 제출 이후의 결과 예상 등 부쩍 늘어난 상황 변수들은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
이창호와 이세돌의 대결, 최철한과 박영훈의 대결은 승패 여부를 떠나 흥미진진함이 틀림없다. 그러나 누가 이겨도 어색하지 않은 승부는 아무래도 짜릿함이 떨어진다. 정규시즌에서 월드메르디앙 김만수는 매일유업 이창호를 꺾었고, 무명소졸 온소진은 바둑황제 조훈현을 거푸 쓰러뜨렸다. 짓궂은 바둑팬들은 이런 이변이 더욱 즐겁기만 하다.
2006 한국바둑리그의 스타
2004년에는 비운의 스타 이영구가 있었고, 2005년에는 주장전 전승 신화의 박영훈이 있었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에는 최철한이 있었다.
KIXX의 1지명자 최철한에게 2006년은 근래 들어 가장 힘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 맥심커피배의 시간패, 국수전 이창호와의 리턴 매치 패배에 이어 KBS 바둑왕전과 GS칼텍스배를 이세돌에게 내주며 무관의 유랑 기사로 전락한 것.
그러나 최철한에겐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와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최철한은 2006 한국바둑리그의 다승왕으로 등극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자칫 암울한 기억만 남을 뻔했던 2006년의 마지막 반전은 2007년 심기일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광주 KIXX가 우승했던 밤, 팀 동료들과 준우승 팀 한게임의 원성진 등이 동석한 축하연 자리. 오랜 노고를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던 중, 최철한이 건배 제의를 했다. “우리, 내년에는 꼭 중국에 쓴 맛을 보여주자.. 건배!!” 한국바둑의 장래를 짊어질 젊은 기사들의 멋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년 그 선봉에는 왠지 최철한이 존재할 듯 하다.
최철한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월드메르디앙 유창혁은 10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회복했고, 한게임 이영구는 자신이 진정 주장급 레벨임을 증명했다. 온라인의 강자 KIXX 이재웅은 오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제일화재 신예병기 김지석은 가능성을 꽃피우게 됐다.
누가 얼마나 벌었을까?
야구, 축구 등의 스토브리그에는 선수와 구단 간에 연봉을 놓고 팽팽한 감정싸움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큰 돈인데 째째하게 푼돈 갖고 저러나 싶지만, 프로에게 연봉은 자신을 평가 받는 하나의 가치 척도이다.
프로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기원의 공식 랭킹보다 더 관심이 가는 자료는 연말에 발표되는 상금랭킹이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한 프로기사들의 상금과 대국료, 특별상을 포함한 바둑리그 수입 랭킹은 다음과 같다.
순위 소속팀 성명 상금액(만원)
1 광주 KIXX 최철한 8,340
2 광주 KIXX 박정상 6,950
3 광주 KIXX 이재웅 6,480
4 광주 KIXX 홍민표 6,420
5 경기 한게임 이영구 6,110
6 광주 KIXX 최원용 6,020
7 경기 한게임 원성진 5,280
8 경기 한게임 온소진 4,890
9 경북 월드메르디앙 조한승 4,200
10 경기 한게임 김성룡 4,020
역시 우승팀 광주 KIXX의 선수들이 상위에 포진하며 등 따시고 배부른 겨울을 맞게 되었다. 경기 한게임의 선수들도 10위 안에 고루 진입했고, 경북 월드메르디앙의 1지명자 조한승은 대마상 상금을 추가하며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한국바둑의 프로대회 우승 상금은 대략 최저 2,000만원 이상, 평균 3,000만원 정도로 짐작된다.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을 살펴보면 40인의 출전 선수 가운데 총 25명이 2,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그 중 15명의 선수들이 3,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기록하며, 각각 크고 작은 가상 기전의 타이틀 홀더가 되었다.
1월 3일 시상식에서 발표될 시즌 MVP 상금 1,000만원과 Best 5 각 200만원의 상금을 포함한다면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 40인의 출전 선수들은 평균 2,994만 5천원을 벌었다.
이렇듯,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는 세계최강 대한민국의 대표기전으로 반석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내년이면 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뿔뿔이 팀을 찾아 떠날 것이고, 어떤 팀은 성적 부진의 멍에로 부득불 팀 해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할 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젊은 프로기사들을 중심으로 바둑리그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둑 각 계에서 이런 노력들이 거듭된다면, 바둑리그는 머지 않아 틀림 없이 자유계약제, 연봉제, 용병제 등 궁극의 목적지를 향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둑팬들의 더 큰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년의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는 이제 추억으로 남을 [KB국민은행 2006 한국바둑리그]를 바탕으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웹사이트: http://www.onmedia.co.kr
연락처
바둑TV 전략사업팀 김익현 031-789-1121 019-319-7069 이메일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