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어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역구제절차를 개선하면 자동차 세제나 의약품 분야에서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법개정 사안은 다루지 않겠다고 얘기해온 바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법개정 사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방침은 지난 11월의 대정부 질의에서 한명숙 총리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 국회 제262회 제12차 회의(2006.11.10) 속기록 발췌

▷ 심상정 의원 : “주권국가로서 불평등의 도가 넘었다고 봅니다. 미국은 미국의 법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은 아예 협상 대상으로 삼지도 않고 있습니다.”

▷ 국무총리 한명숙 :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심상정 의원 : “민주노동당이 조사를 해보니까 한미 FTA로 효력을 잃게 될 지방조례가 86개나 되거든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국무총리 한명숙 : “미국에서 법과 저촉이 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똑같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국무총리 한명숙 : “지금 우리는 법과 저촉이 되는 것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를 하고 있고....”

이처럼 정부는 그동안 우리 법과 저촉되는 사안은 협상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누차 얘기해왔는데, 세법 관련사안을 협상에서 다루겠다고 공식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법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을 아예 협상대상으로 삼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법개정 요구되는 사안을 협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며 평등협상의 기본 조건이다.

우리 쪽만 법개정 사안을 포함하여 협상을 진행한다면 이야말로 불평등협상의 표본일 것이다. 그런데도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금까지 정부가 얘기해온 바를 뒤집고 태연하게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세법 관련 사안)를 협상에서 다룰 수 있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얘기한 것이다.

자동차 세제와 의약품분야를 무역구제절차와 바꾸겠다는 것의 손익 내용도 큰 문제가 있다. 의약품 분야나 자동차 세제는 경제적인 손익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이나 환경과도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이다. 무역구제분야도 중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부는 우리 쪽 요구사항 가운데 정말 중요한 이슈는 모두 빼고 실익이 뒤처지는 이슈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성 측면에서 의약품 분야나 자동차 세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맞바꾸기를 시도한다는 것은 협상타결에 급급하여 알맹이는 모두 내주면서도 면피용 빈껍데기라도 얻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무역구제와 관련해서 면피용 이슈만을 제시하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업계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바를 협상테이블로 가져가서 당당하게 요구해야할 것이다. 업계가 압도적으로 요구하는 이슈는 제로잉 금지, 재심시 미소기준 명시, 미소기준 상향조정, 관계회사 자료제출 부담의 축소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슈는 모두 빼고 다른 사소한 이슈만을 얻어서 이를 성과로 내세우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을 눈속임하겠다는 얄팍한 술수나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눈속임용이 아니라 정말 실익이 있는 중요한 이슈를 내걸어야 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힘들다면 곧바로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내용이냐 어떻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협상을 타결시키겠다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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