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의 파격적인 여성3대
<오래된 정원>은 암울했던 80년대에 시대의 벽에 가로막혀 평생을 그리움으로 보내야 했던 연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중심에 개성이 뚜렷한 여성 3대가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염정아가 맡은 주인공 한윤희,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딸 은결이 바로 그들. 원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그려진 이들의 모습에는 원작을 재해석한 임상수 감독의 개성있는 시선이 담겨있다.
지금보다 한층 보수적이었을 80년대, 윤희는 의젓하게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랑을 지킨다. 그런 그녀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강인하면서도 개방적인 그녀의 어머니. 두 모녀가 맞담배를 피우며 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파격적이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한다. 또한 윤희의 딸 은결도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신인 이은성이 맡은 은결은 영화의 말미에 깜짝 등장하는데, 눈 내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그녀가 화려한 차림으로 걸어나오는 장면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매혹적이다. 언제나 눈에 띄는 여성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임상수 감독다운 이들이 <오래된 정원>을 새로운 멜로드라마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대의 아들 딸들, 은결이를 통해 지난 시절을 이해하다!
<오래된 정원>의 은결은 옷차림도 말투도 보통의 10대보다 훨씬 튀는 모습을 한 소녀이지만, 이전 세대와 현재 세대를 이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 속 은결은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모범생의 이미지, 이와 대조적으로 영화 속 은결은 아주 파격적인 차림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감독은 은결이 80년대를 구질구질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아들 딸들을 상징함을 밝힌 바 있다. 이 소녀는 어쩌면 이전 세대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을 것 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속 깊이 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이는 임상수 감독의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고, 젊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은결과 아버지의 화해를 통해 힘겨운 시대를 거쳐온 부모 세대와, 그것을 발판으로 밝게 자랄 수 있었던 젊은 세대간의 화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픈 시대, 빛나는 사랑의 기억 <오래된 정원>은 1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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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1일 1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