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7년도 ‘1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서울--(뉴스와이어)--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7년도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처음처럼』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평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7년도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본 생의 모습들을 담은 시선집 『처음처럼』(신경림, 다산책방), 21세기의 이단아로 급부상하고 있는 차베스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베네수엘라혁명연구모임, 시대의창),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유폐되어왔던 여성이 사회 문화적 전위세력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풀이한 『모바일 소녀@디지털 아시아』(이동후 외, 한울), 엄마 곁을 떠난 도토리가 갈참나무잎 등 세상과 맺어가는 관계의 소중함, 놀라움 등을 그린 『관계』(안도현 글/이혜리 그림, 계수나무) 등이 선정되었다.

2007년 1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http://www.kpec.or.kr/webzine)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2007년 1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내 인생의 첫 떨림, 처음처럼
신경림 / 다산책방
2006. 12. 4 / 200쪽 / 10,000원

시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오래 전에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적의로 가득차간다. 생은 감동을 주는 그 무엇이 아니라, 환멸만을 주는 어두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는 그런 세상에서 힘을 잃어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감동한 인식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생은 비밀로 가득차있고, 시는 그 비밀을 언어로 짜여진 형식 안에 담아낸다. 시인은 감동하는 자, 생이 뻔한 것이 아니라, 이면의 의미를 길어낼 수 있는 연장된 세계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자이다. 시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생 앞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 있다. 매순간 새로이 살기. 매순간, 진정으로 본질적인 것 앞에서 진정으로 무지한 자라는 것을, 따라서 일생동안 배워야 한다는 것을 고백하는 자.
신경림의 『처음처럼』에는 그렇게 휘둥그레진 눈으로 생을 바라본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거기에 덧붙여진 그림들은 화사하고 아름답다. 그림은 시의 동반자로서 시의 소박함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선자 신경림의 명쾌한 코멘트는 시와 그림 사이에서 수줍은 다리처럼 조용히 서 있다.
- 추천자 : 김정란(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실크로드 문명기행 - 오아시스로 편
정수일 / 한겨레출판
2006. 11. 30 / 390쪽 / 15,000원

이 책은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실크로드에 대한 문명기행서이다. 그 동안 실크로드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유사한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만큼 제대로 기획되고 전문학자가 참여하여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은 없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답사단이 실크로드의 세 길이라 할 오아시스로와 해로, 초원로 중 핵심인 오아시스로를 선택하여 서울에서 출발하여 북경을 거쳐 시안에서 이스탄불까지 답사하면서 오아시스를 따라 형성된 역사와 문화, 문명 교류의 흔적들을 찾아낸 40일간 대장정의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실크로드의 재발견’이라는 기치를 내건 기행답게 현지학자들과도 교류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려 한 노력도 돋보인다. 시안에서 신라의 고승 원측과 혜초를 기념하는 탑과 정자를 찾아내거나 고선지 장군의 고택지를 알아내는 등의 연구 성과도 올렸다. 2005년 답사 때 찍은 현지의 생동감 있는 사진들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동서 문명 교류를 이끌었던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찾아 우리 문화의 외연적 세계성을 확인한 이 책은 21세기 문명 교류의 시대에 값진 교훈을 제공해줄 것 같다.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 문명기행에 동참하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황수영 / 그린비
2006. 11. 22 / 336쪽 / 15,900원

현대 프랑스 철학사를 활짝 열어놓은 앙리 베르그손(1859~1941)은 저작을 낼 때마다 수백 쇄를 찍었다. 철학책이 소설보다 더 널리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철학자인 것이다.
한 동안 주춤했던 이 철학자에 대한 관심이 오늘날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물질과 기억』(1896)은 철학자들만 읽고 마는 작품이 아니다. 문학, 예술, 심리학, 특히 영화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이 고전적인 작품을 찾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아마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이미지로 정의하고 분류하는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이미지-존재론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 분야에서는 시간의 문제와 신체의 문제에 관련된 보기 드물게 독창적인 이론을 담고 있어서 현대 사상사의 가장 중요한 고전 목록에 올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독자로서는 읽고 따라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번에 출간된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주는 책이다. 철학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원래의 작품에 담긴 풍요한 지적 모험을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고전 속에 담긴 내용을 간결한 문체로 되살려내면서도 원저의 밀도를 보존하는 솜씨가 뛰어나므로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널리 추천하고 싶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베네수엘라 혁명연구 모임 / 시대의창
2006. 12. 4 / 288쪽 / 12,000원

연말이면 「타임」, 「뉴스위크」 같은 세계적인 언론들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한다. 이 같은 인물에 선정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기를 들고 있는 21세기의 돈키호테 유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그는 올 연말에 실시된 선거에서 승리,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고 베네수엘라를 시발로 볼리비아, 우루과이, 니카라과, 에콰도르로 이어진 남미 좌파 정권의 연쇄적 등장과 이들을 주축으로 한 안데스좌파연합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미국의 외신이 지배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 점에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는 21세기의 이단아로 급부상하고 있는 차베스를 이해하는데 좋은, 훌륭한 입문서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보가 많으면서도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우선 풍운아 차베스의 전기로 뛰어나다. 나아가 베네수엘라와 남미의 역사책으로도 유익하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안으로 생각하는 많은 우리의 독자들에게 대안은 있으며 그 대안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저자들과 이들 저자들이 책을 만든 과정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남미전문학자나 정치학자가 쓴 것이 아니다. 서울의대 재학생으로부터 인턴, 빈민운동가, 그리고 한국에 유학중인 인도의 학생 등 다양한 경력의 아마추어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여 이같이 좋은 책을 쓴 것이다. 책을 만든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생면부지의 이들은 차베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참세상’이라는 싸이월드 클럽에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 모임’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차베스에 대한 외신과 인터넷 자료 등을 모아 함께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가 축적되어 한 권의 중요한 단행본이 탄생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대중 스스로가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고 직접 책을 만드는 21세기형 출판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광기, 패닉, 붕괴 : 금융 위기의 역사
찰스 킨들버거 외 / 김홍식 / 굿모닝북스
2006. 11. 25 / 528쪽 / 19,800원

한국경제는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것은 부풀대로 부푼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오랫동안의 과잉투자로 인한 과잉시설이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은행의 채권을 부실하게 만들었다. 그때가지 잘 작동하던 정부-대기업-금융의 삼각축으로 형성된 한국주식회사(Korea Inc.)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고리 단기 차입한 돈을 개도국의 장기채권에 투자한 한국의 은행들은 홍콩에서 한국의 미래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 하나로 국제자본가들로부터 만기연장을 거부당했다. 그 결과는 유동성 부족, 즉 금융위기였다. 총체적 경제위기가 금융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금융위기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금융시장이 사람들의 투기적 환상을 조장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환각에 빠진 사람이 제정신을 찾기 어렵듯이 투기적 환상에 빠진 군중의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이 금융위기를 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적 환상을 잘 이해한다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패닉이나 경제 붕괴를 늦추거나 어쩌면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풍부한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세계사에 나타난 광기, 패닉, 그리고 붕괴 과정을 때로는 기술적으로 또한 때로는 분석적으로 다루었다. 거품이 붕괴할 때마다 등장하는 최종대부자기능(이 책에서는 ‘궁극적 대여자’로 번역되었다)을 하는 중앙은행과 세계적은행(‘세계은행’이 아니라 ‘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이 생생하게 설명되었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모바일 소녀 @ 디지털 아시아
이동후 외 / 한울
2006. 11. 20 / 352쪽 / 23,000원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야?”라고 물으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과 쉽게 교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휴대전화를 손 안에 거머쥐면서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휴대전화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정주사회를 다시 (신)유목사회로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여타 통신기기와 마찬가지로 전화 역시 군사적 · 산업적 목적으로 출현하였으나, 이제 그것이 이동성을 갖춘 휴대품으로 진화하면서 전방위 사교를 위한 도구, 나아가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반짝반짝하는 여성 미디어론자들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장기간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유폐되어왔던 여성이 그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사회문화적 전위세력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풀이한다. 도구적 성격이 탈각되어가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됨으로써, 기술과 사회 혹은 기술과 성의 관계가 재구성되어 언어 감각이 탁월한 10대 소녀들이 소통사회의 주역으로 대두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녀@디지털 아시아’라는 제명에는 오늘날의 거시적 동향을 지시하는 용어들이 빼곡히 뒤섞여 있다. 따라서 책 내용 역시 대단히 트렌디하다. 이러한 시사성 때문에 수월치 않은 주제들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지만, 저자들의 문제의식이나 통찰력, 그리고 동원된 방법론은 대단히 독창적이고 높은 수준에 있다. 찬찬히 읽어갈수록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트렌디 아카데미즘’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때때로 지적 의욕이 넘쳐 현장 체험에 대한 “두터운 기술(thick description)”이 “얇은 기술(thin description)”로 귀결한 아쉬움이 거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 생각될 뿐.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마리 퀴리의 위대한 유산
앨런 E. 월터 / 김재희 외 / 미래의창
2006. 12. 12 / 328쪽 / 13,000원

방사선만큼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진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방사선은 끔찍한 재앙이라는 인식도 있다. 상상을 넘어서는 파괴력을 가진 원자탄이 그런 인식의 원인이다. 체르노빌과 쓰리마일아일랜드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방사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원자력발전소 부근에서 원인이 불확실한 괴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소문도 많았다. 우리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다. 방사선은 매우 위험하다. 끔찍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칫하면 우리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방사선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사실 방사선은 우리가 현대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다. 방사선은 137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한 후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함께 등장한 것이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방사선은 우리가 지구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과 함께 했던 것이다. 어쩌면 지구에 처음 등장했던 단세포 생물이 인간으로 진화하게 된 것도 방사선 덕분이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방사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폴란드 태생의 천재 여성 물리학자 마리 퀴리의 끈질긴 자기희생적인 노력 덕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40%가 방사선에 의해 생산된다. 의학, 농업, 식품 보존과 가공, 범죄 예방, 환경 보호, 우주탐사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섭다고 도망가는 대신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그 정체를 알아낸 과학적 노력의 결과다. 우리의 남다른 지혜와 탐구심이 일궈낸 성과다. “그 어느 것도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단지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퀴리의 주장이다.
- 추천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예술의 의미
허버트 리드 / 임산 / 에코리브르
2006. 11. 8 / 302쪽 / 16,500원

저자 허버트 리드는 미술사 혹은 문학사 서술에서 고전적 인용의 대상이 되는 영국의 비평가이다. 그를 지칭하여 ‘순수예술의 마지막 수호자’라고 표현하듯이, 리드는 예술 안에서 예술의 의미를 천착한 모더니즘 이론가의 대표 격인 존재이다. 1931년에 출간된 『예술의 의미』는 추상 표현주의의 격렬한 운동이 막바지 단계를 향해가는 시점으로, 개념예술이나 팝아트의 등장을 앞두고 예술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저자는 총 90개로 나누어 놓은 예술일반의 개념적 항목에 대해 마치 사전을 기술하듯이 하나하나 정의를 내려놓고 있다. 독자는 이 80년 전에 내려진 예술일반의 정의가 오늘날에 얼마나 유효한지를 확인하며 읽는 동안 예술의 초월성과 시대적 한계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리드의 관점 반대편에 리얼리즘 및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놓여있을 텐데, 아르놀트 하우저 류에 편중된 시각을 확대 혹은 수정하는 데 이 저작이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 추천자 : 김갑수(문화평론가)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11. 30 / 372쪽 / 12,000원

장정일 특유의 관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가치라 믿는 것들에 딴지를 걸게 만드는 그 관점! 주변부의 관점에서 당당하게 중심의 문제를 직시해내는 그 관점! 『장정일의 공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고, 우리 사회가 가진 철학에 대한 반성이다.
예를 들면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의 양심적 병역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한다. “건국 이래 1만여 명의 신도를 감옥에 보내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해 온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이 유일했다.”
그는 질문한다. “살인하지 말라”는 성경말씀을 따르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이단으로 여기는 거대 개신교 목사들이 살상거부를 위한 종교적 정언명령을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고. 그리고 살생을 금하는 불교계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거냐고.
그는 그렇게 딴지를 걸며 송시열을 공부하고, 조봉암을 공부하고, 미국의 극우파를 공부했다. 그의 공부를 따라가다 보면 좋은 게 좋은 걸 ‘중용’으로 포장하면서 이 사회의 가치를 성찰 없이 맹종해 온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보인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 위에서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싹틈을 본다.
- 추천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관계
안도현 글 / 이혜리 그림 / 계수나무
2006. 11. 20 / 44쪽 / 9,800원

먼저,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은은하고도 조용한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알맞은 판형에 글씨체마저도 부드러워 곁들여진 그림과 한 몸처럼 잘 어우러졌다. 그리하여 서둘러 들춰 읽지 않고도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짐작이 갔다.
제목 ‘관계’가 어린이들에게 이해가 덜 되지 않을까, 염려되긴 하나 읽는 동안 ‘관계’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해 가며 읽게 하는 좋은 점도 있을 듯 하다.
‘무엇과 무엇의 어떤 관계에 관해 쓴 이야기일까?’
작고 매끈매끈한 도토리 한 알이 엄마 나무인 갈참나무 밑에 떨어졌다. 엄마 나무를 떠난 도토리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 것인가. 외톨이가 된 도토리를 감싸주며 위로하는 것은 엄마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부터 돌봐주던 갈참나무 잎이다. 사람의 손길과 쥐들의 손길을 피하느라 진땀을 흘리며 애쓰던 도토리는 ‘차라리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마을로 가거나, 쥐들이 먹이가 되는 게 낫겠어’ 하는 자포자기의 심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사람이라면 어린이거나 어른 가릴 것 없이 자포자기의 심경에 들 경우가 있다.
한고비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해서 뒤에는 편안한 길만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갈참나무 잎은 점점 썩고, 도토리는 살가죽이 찢어지는 아픔을 이겨내고 한 생명을 틔워낸다.
갈참나무잎이 말한 ‘네 몸 속에는 갈참나무가 자라고 있어’에서 도토리의 몸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갈참나무 뿐 아니었다. 썩어 거름이 되어준 나뭇잎과 햇빛, 물기…… 그 뿐인가,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와 희망도 함께 자라났다.
이 책에서는 도토리와 갈참나무잎과의 관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관계의 소중함, 관계의 고마움, 관계의 놀라움……
그림책 『관계』를 읽은 어린이라면 뒷날 이른 봄날, 봄동산을 찾았을 때 책을 읽기 전과는 많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른 풀 사이로 얼굴을 내민 어린 갈참나무는 물론, 아카시아 나무의 어린 싹, 어린 소나무, 어린 옻나무 등 어린 나무들의 생명력에 대해 더없이 놀라워 할 것이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곁들여진 그림의 전체 톤이 부드럽고 은은하여 글의 느낌을 훨씬 온화하게 돋보이게 하고 있다.
- 추천자 : 엄혜숙 / 이상교(아동 도서 연구가 / 아동문학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Publication Industry Promotion Agency of korea)은  전자책 출판 등에 의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출판 시장 환경의 글로벌화에 대응하여 출판 문화 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흥 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이다.

웹사이트: http://www.kp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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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홍보기획팀 이상현, 유신영 02)2669-0772~3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