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문학신문, 시부문 공동당선자 강 봉덕 씨의 ‘아내의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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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7-01-01 16:27
서울--(뉴스와이어)--창조문학신문은 <창조문학신문 2007 신춘문예> 시부문(A틀)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창조문학신문의 시부문(A틀)에서는 두 분이 공동으로 당선되었는데 고 기리 씨와 강 봉덕 씨가 그 분들이다. 이중 강 봉덕 씨의 당선작과 당선소감 및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참조 : www.sisarang.co.kr)


▣ 시부문 강 봉덕 : 당선작 1. 「아내의 불면」(대표작) / 2. 「비밀의 문」 / 3. 「고래박물관」

프로필 : 37세, 경북 상주産, 「믹스앤매치문학동인회」 회원, 현 회사원. 울산광역시 중구 거주.


― ♣ 「아내의 불면」 / 강 봉덕의 시(A틀).

가파른 한의원 계단을 오르며 바스락거리는 호흡들
딸아이를 생산한 이후로 십여 년 동안 아내는
깊은 강이 되어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밤마다 강의 적요가 지나는 소리 들린다
가끔 연어의 몸살 앓는 소리도 난다
물의 기원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것이리라

한의원에서 강의 몸이 열리자 화석 같은 통증 묻어나온다
수척한 팔다리며 가슴 아래 캄캄하게 돋은 가시들
오래도록 부드러운 물길이 식탁이며 침실을 흐르는 동안
가시는 안으로 날카롭게 이빨을 들이댄 것이리라
그녀의 몸은 잘못 들어선 길처럼 토라져 있다
너무 오래 걸어 들어가 돌아오는 길 버렸을 것이리라

몸은 수위를 낮추며 나이테를 키우며 줄어든 바닥으로
아내의 부장품이 보인다. 닳아버린 나의 구두며 녹슨 반지가
골다공증 걸린 흰 뼈처럼 바람의 길 만들고 있다
길 위로 낡은 복사기며 서류뭉치들이 눈치를 살피면
물수제비뜨던 딸아이의 돌이 초생달처럼 웃고 있는데
아내는 어디를 갔을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시작한
삶의 원류을 찾아간 것일까

마른 물줄기의 혈에 박힌 시침, 명치끝에서 타는 약쑥 같은 시간
야위어 가는 봄 강처럼 마른나무로 선 나는 짙은 그늘을
그녀에게 드리우고 싶은데, 그녀는 어디쯤 지나는 것일까
홀로 어두운 길 돌고 돌다 흐르는 강이 되려나 보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거친 내 손에 길을 만든다
손에서 손으로 흐르는 물길, 환한 시간이다.


― ♣ 시부문 심사평 : 문학평론가 박인과
“시의 경락(經絡)의 혈자리에 생명의 강이 흐르도록 시침(施鍼)할 줄 알아”

시부문의 응모작이 쌓인 속에서 두더지처럼 돌아다녔다. 그럴 때에 보물들은 있었다. 많은 작품들이 잘려져 나간 다음 고 기리, 강 봉덕, 안 장환, 박 민철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다. 그리고 고 기리와 강 봉덕을 공동 당선자로 선정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다 좋았다.

강 봉덕은 사각의 자유를 꿈꾼다. 그의 시 「비밀의 문」에서 “빛과 어둠의 경계면에서 사각지대로 스며든 사람도 있네요 / 가끔 자신의 문패를 단 집들은 수취 거부를 하지만 / 마지막 주소지에 편지가 닿으면 집으로 돌아가지요”라고 짜내고 있는 시어에서도 알 수 있다. ‘사각지대’로 스며든 사람도 있지만 ‘마지막 주소지에 편지가 닿으면’ 우리의 영원한 ‘집’으로 본래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원초적 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향유하는 것이다. “살아온 집과 살아갈 집이 티격태격하는 날이면 / 고독한 신전, 은밀히 당신과 내통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사유하고자 하는 ‘신전’은 모든 인류의 의식 맨 밑바닥에 사각으로 혹은 삼각으로 기울어져 있는 존재의 일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의 발상기호(發想記號)이다. 또한 그것은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고독으로 채색된 본질적 자아의 뒷모습이다. 이 잠재의식의 뒤뜰쯤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정확하게 85°의 각을 이루는 한 응집점에 있는 풍경을 따내기 위해 강 봉덕은 시의 카메라를 들이대고 자신의 신앙의 잣대와 현시적(顯示的)인 알레고리(allegorie)로 구성되는 렌즈를 통해 투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85°의 각은 강 봉덕이 만들어 내고 있는 사각 중의 한 각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강 봉덕의 시 「아내의 불면」을 보고자 한다. 살벌하고 낭자한 죽음의 각에서 자유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한의원을 찾는다. 우리의 생명의 혈자리에 병이 깊으면 사망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생명의 혈자리, 그것은 바로 우리 몸에서 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혈액이 원활하게 도는 길, 그리고 우리의 기운이 줄기차게 통행하는 길을 따라서 강은 흐른다. 생명의 강이 흐르고 존재의 강이 흐른다. 그 흐름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열려진 육체 너머로 신에게 향하는 “비밀의 문”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중히 여겨야 할 생명의 신경이 육체 안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신께서 부여하신 삶의 분량대로 건강하게 살아야 할 강물이 우리의 몸 안에 “비밀의 문”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생명의 강의 의식과 존재와 삶의 진한 고통의 길과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간의 길로 오버랩되는 레이어들을 강 봉덕은 그의 렌즈로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신앙하는 신전에 존재하는 신의 섭리가 강처럼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육체에 본향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놓으신 신에 의해서 태초 전부터 이미 심어져 있음을 강 봉덕은 사유한다. “물의 기원의 기원까지 거슬러” 사유의 끈, 혹은 믿음의 실한 밧줄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각의 탈출을 위한 그의 묘안으로서 출발되는 행위인 시적 창작력에 대한 시행들의 신경줄에 해당하는 진술인 것이다.

“연어의 몸살 앓는 소리”를 들으며 사각의 밤바다가 끓어오르고 있음을 그는 영원의 소리의 카메라에 잡는다. 삶의 고통이 그만큼 우리에게 가시가 되어 “안으로 날카롭게 이빨을 들이대고” 있는 고통 깊은 층을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어들을 살펴보면 “불면”, “화석 같은 통증”, “캄캄하게 돋은 가시들”, “마른 물줄기의 혈”, “홀로 어두운 길” 등의 시어들로 인해 시를 다 마쳐갈 때까지 다 어둡다. 거의 몰사 상태에 이를 지경에 있는 아내의 건강에 대한 표현이다. 이 시의 전체적인 바탕에 죽음의 그림자가 바짝 마른 절망의 뼈다귀들로 투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는 바짝 마른 강줄기를 살려내는 비법의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제시하고 있는 “아내의 손가락”인 것이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거친 내 손에 길을 만든다 / 손에서 손으로 흐르는 물길, 환한 시간이다.”라며 이 시를 단 번에 살려내고 있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거친 내 손에 길을 만든다’며 이 시에 강물이 흐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손에서 손으로 흐르는 물길, 환한 시간이다.’라고 하며 그의 시가 마지막에 푸드득 살아난 것이다. 이제 이 시의 경락에 물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 시의 생명의 혈자리인 ‘내 손’, 그 위치에 그녀의 사랑의 ‘손가락’이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강물이 이제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손가락’은 이 시의 정확한 혈자리에 단 한 번 시침하는 일침의 도구로서의 침(針), 이 시의 생명의 침(針)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 빈사 상태에 이른 건강하지 못한 ‘아내’를 걱정하고 있는 작가에게 오히려 그 ‘아내’가 생명의 물이 되어주는 사실로 강 봉덕은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을 반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강 봉덕이 이 시의 마지막 카드로서 “아내의 손가락”을 준비해둔 것처럼 한 작품에서 적어도 한 개 정도의 혈을 짚어줄 수 있는 시침의 시어를 준비해둘 때 그 작품은 더욱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림을 그릴 때 마지막 점하나 찍는 것(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이치이기도 한 것이다.

강 봉덕은 깊은 시심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과 우주를 사랑하는 뚝심이 있는 귀한 시인이다. 아직은 시어와 시행의 연결과 앞 뒤 행의 유기적인 관계성에서 놓치는 것도 있다. 그러한 부분들은 특히 그의 다른 응모작들에서 보여진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좀 더 시행의 압축에 대한 애정이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의 시의 우물은 희망이 있다. 그 우물에 고이는 샘물이 우리의 가슴이고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가 더욱 우리의 고통과 환희와 고독과 신의 계시를 잘 표현할 수 있게 될 때 그는 진정 우리의 극심한 슬픔을 대신 지워줄 수 있는 그리움의 지우개를, 생명의 시침의 시어들을 말씀 안에서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꾸준한 필력의 성장을 믿는다. 대성하길 바란다.


― ♣ 시부문 당선소감 : 강 봉덕
“착한 아내와 예쁜 딸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하나님께 영광을”

한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시간, 새로운 시작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과 삶을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내 사랑이 부족하기에 삶을 더욱 사랑하라고 이렇게 큰
기쁨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기쁘거나 슬픈 모든 일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더 많이 사랑하고 겸손히 살아가겠습니다.
아직 내 글이 부족하고 서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안의 작은 달란트라 생각하며 꾸준히 걷겠습니다.
항상 옆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착한 아내와 예쁜 딸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과 창조문학신문사에
감사드리며, 이는 우리의 이웃을 더 사랑하라는 격려로 알고 새해에는
열심히 사랑하며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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